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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량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저자 개인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 ‘아무튼~’시리즈를 종종 읽게 된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이론에 기대지 않고, 전적으로 저자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여 특정 주제를 펼쳐낸다는 점에서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기타>라는 이 책 역시 밴드 허클베리핀의 기타리스트인 이기용의 기타에 대한 편력기를 다루고 있다. 기타를 칠 줄도 모르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기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기타 브랜드 가운데 '깁슨'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종류의 기타와 그것의 특징을 설명하는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적어도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다양한 기타 편력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일단 무언가에 빠져들게 되면,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면서 점점 좋은 것만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타리스트로서 저자의 열정이 충분히 전해지고 있었다. 저자 자신이 ‘가장 힘든 순간들을 음악과 함께 버티며’ 살아왔던 기억을 풀어내고, ‘기타가 내게 주었던 위안과 기쁨’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어린 시절 삼촌이 치던 기타를 선물로 받고, 이후 음악을 선택하며 기타리스트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글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 그렇게 선택한 다양한 기타들이 이 책에는 각각의 소제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애써 모았던 돈으로 비록 중고지만 새로운 기타를 구입했을 때의 기쁨이 표출되는가 하면, 역시 가난 때문에 정들었던 기타를 팔고 난 후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심경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기타만 하더라도, 삼촌으로부터 처음 접했던 ‘성음 기타’에서부터 ‘콜트’와 ‘깁슨 레스폴’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철저히 저자의 손을 거쳐 갔던 악기들이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기타는 전혀 칠 줄 모르기에, 실상 나로서는 여기에 소개된 기타 브랜드에 대해서 단지 저자의 느낌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글들에서는 기타리스트로서 저자가 겪었던 다양한 기타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이 책이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재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상황이 나아져,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에 설 수 없는 이들이 하루 빨리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희망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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