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해 허종철님의 '난정집서' 서예 부채선물
어제 진주향교에서 허종철 유도회장님으로부터 고급 접이식 부채 선물을 받았다.
전통 대나무 재질의 바탕 위에 왕휘지가 지은 ‘난정기서문’을 직접 붓으로 필사하신 예술품이다.
거기에다 받는 이의 이름까지 기명함으로서 예술품의 가치를 몇 곱절 배가시킨 섬세함과 배려가 알알이 숨 쉬고 있다.
감사한 마음에 사진과 함께 글 속에 내포된 요약된 의미와 이웃 고을 산청군 지명과 왕휘지의 일화가 깃든 환아정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소개 한다.
글의 배경은 중국 동진(東晉) 목제(穆帝 9년) 353년 천하의 명필로 일컬어지는 중국 최고의 서예가 왕휘지(王羲之 321~379)가 자신과 아들을 포함한 문사 41명과 더불어 연회(宴會)를 가졌는데 유상곡수에 술잔을 띄우고 술을 마시면서 시를 지었다. 이때 26명이 37수의 시를 지었는데 이것을 모아 편집한 시집이 ‘난정집’이며 이 글의 서문을 왕휘지가 지었는데 이 서문을 ‘난정집서’라 한다.
고문진보 후집에 수록된 명문의 글자는 모두 324자다
난정집서 첫머리에 ‘산음(山陰)’이란 지명이 등장하고 지역의 환경을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진주의 이웃 고을 산청과 유사한 점이 많다. 무신의 난(일명: 이인좌 난)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청을 산음(山陰)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역 환경을 이렇게 기록했다.
有崇山峻嶺(유숭산준령)과 茂林脩竹(무림수죽)하고 又有淸流激湍(우유청류격단)이 映帶左右(영대좌우)
즉, 높은 산과 험한 산줄기,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가 있으며, 또 맑은 시냇물과 급한 여울이 있어 좌우를 비춘다.
산청의 지명 변천을 보면 본래 신라의 지품천현(知品川縣)이었는데, 경덕왕 때 산음(山陰)으로 고쳐 궐성군(闕城郡)의 영현으로 하였다. 1018년(현종 9) 합주(陜州)의 임내가 되었고, 공양왕 때 비로소 감무를 설치하였다.
조선 초기 현감을 두었고 그 뒤 큰 행정적 변화는 없었으나, 1767년(영조 43)년 음(陰)자를 청(淸) 자로 고쳐 산청현(山淸縣)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산음(山陰)
아마 산청의 옛 이름 산음(山陰)은 난정기에서 차용 했으리라 본다.
아래 함께 소개할 글은 내 카페 '바른 삶의 길' 2019년 6월 21일 수록된 글이 난정기와 관련이 있어 함께 첨부한다.
왕휘지(王羲之)의 난정(蘭亭)과 산청의 옛 환아정(換鵝亭)
진주향교에서 운영하는 한문 강좌 「고문진보 대전 후집」 강의는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다.
고문진보란? 옛날 중국의 명사들이 쓴 명문 중에서 후대에 정신문화 유산으로 전할 만한 글을 집대성한 책이다. 고문진보 전집은 시로서 엮었고 후집은 산문으로 엮었다.
이러한 고전에는 그 시대의 풍물과 당시 사람들의 사상이 담겨져 있다.
오늘 공부한 고문진보는 왕휘지(王羲之)가 지은 난정서(蘭亭序)다. 그 글의 도입부분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修禊事也(회우회계산음지난정수계사야) : 「회계군 산음현의 난정(정자이름)에서 모여 계를 행하는 일이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강의 하시는 선생님께서 산청의 옛 이름이 산음(山陰)인데 중국의 지명 산음(山陰)에서 이름을 차용한 것이라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의 산음과 산청의 지정학적 환경이 비슷한 점을 열거했다. 높은 산, 큰 고개, 무성한 숲과 대나무 그리고 정자까지 예를 들었다.
왕휘지(王羲之)가 난정(蘭亭)에서 유상곡수(流觴曲水)를 만들어 일상일영(一觴一詠)할 때의 정자(亭子)에 비견될만한 정자(亭子)가 산청에 있었는데 1950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정자 이름이 환아정(換鵝亭)이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비교되리만큼 아름다운 정자였다.
한자로 換:바꿀환, 鵝:거위아, 亭:정자정을 썼다.
글자 의미대로 풀이하면 ‘거위와 교환한 정자’란 의미다.
그 환아정(換鵝亭)에도 왕휘지(王羲之)와 관련된 사연이 있다. 왕휘지(王羲之)는 천하의 명필이다.
그는 거위를 몹시 좋아했다. 어떤 도사가 왕휘지에게 예물을 갖춰 글씨를 써 달라고 부탁했을 때 불청을 했다. 그런데 흰 거위를 선물로 보냈더니 글을 써 주었다. 그래서 왕휘지에게는 白鵝換字(백아환자)라는 일화가 생긴 것이다. 白鵝換字(백아환자)는 흰 거위와 글자를 바꾸다. 는 의미다.
산청의 환아정(換鵝亭)도 왕휘지(王羲之)를 연상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정자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소실되기 전의 환아정(換鵝亭) 모습 사진
환아정(換鵝亭)을 소재로 지은 시(詩)
別慈闈於山陰還咸陽(별자위어환함양)
金宗直(1431-1492)
換鵝亭前日西瘦(환아정전일서수) : 환아정 앞의 해는 서산으로 기우는데
楓葉蕭蕭歸騎迷(풍엽소소귀기미) : 단풍잎은 쓸쓸하고 돌아가는 길은 희미하네.
一年憂患更離別(일년우환갱이별) : 일 년을 근심 속에 지내다 다시 헤어질 적에
四首皇山烟霧低(사수황산연무저) : 고개를 돌리니 황산에 연기와 안개가 내려 앉아 있다.
換鵝亭(환아정)
吳健 (1521-1574)
瑤池何必作仚遊(요지하필작헌유) : 요지에서만 어찌 신선이 즐겨야 하는지?
此地風光足上流(차지풍광족상류) : 이 땅의 경치도 펼쳐 흐름이 아주 좋은데
一篴聲中春欲暮(일적성중춘욕모) : 한 가락 피리소리 속에 봄은 저물어 가는데
滿江明月載孤舟(만강명월재고주) : 강 가득 밝은 달을 실은 외로운 배
換鵝亭(환아정)
南周獻(1769-1821)
稽山鏡水繞空臺(계산경수요공대) : 회계산과 경호강이 빈 누대를 감싸 안고
癸丑春兼上巳回(계축춘겸상사회) : 계축년 봄날이 상사일(삼월삼짓날)과 겸하여 돌아 왔네.
竹影抱烟侵洗硯(죽영포연침세연) : 대 그림자 연기를 안고 벼루위에 아롱지고
蘭香經雨裛行盃(난향경우읍행배) : 난초향기 비를 맞아 술잔으로 배어든다.
籠鵝已去沙鷗至(농아이거사구지) : 거위 안고 떠나가니 갈매기가 날아오고
道士難逢洞客來(도사난봉동객래) : 도사 만나기 어려우니 동 객만 찾아오네.
若使詩人摸繪素(약사시인모회소) : 만약 시인들이 그림 그려 남긴다면
風流不借永和才(풍류불차영화재) : 영화년간(왕휘지 수계한 날)의 수재들 풍류를 빌리지는 않으리.
이렇게 유서 깊었던 환아정(換鵝亭)을 하루 빨리 복원하여 산청(山淸)의 정기를 이을 수 있도록 한다면 동의보감 촌과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리라고 본다.
최근에 들은 반가운 소식에 의하면 산청에 소실되었던 환아정(換鵝亭)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언제 시간을 내어 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