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읽고 있습니다.
딸랑(?) 셋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있어요.
그냥 만나기는 심심해서 책 한 권씩 읽자 했는데 다음 번 만남에 읽어야 하는 책이지요.
윤동주 시인은 너무나 유명해서 달리 설명이 필요 없지요. 그래서 흥미는 또 얼마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구요.
그냥 저냥 읽어나가는데 이 시의 첫 구절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잃어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시인의 말처럼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이렇게 마음결이 어수선한 것이 벌써 몇달 째예요.
다시 세밑.
그래서일까요?
첫댓글 네...그렇군요. 좋은 모임을 하고 계시네요.
윤동주의 '잃어버렸습니다'를 읽으니, 정말 뭔가 허전했던 마음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네요. 우리의 의식 저 너머에는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자기도 모르게 간직되어 어느 날 무의식이라는 지층을 형성하면서 시를 쓰고자 하면 불쑥 영감처럼 어떤 시어들이 동원되곤 하는 것 같아요. 나도 매번 시를 쓰지만, 모든 시들이 다 의식 속에서 씌어지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다른 시들을 읽으며 마음에 공감되는 건, 자신의 그러한 감성과 부딪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한 주 열어가시길요....^^
물론, 윤동주 시인은 처참하게 잃어버린 그 어떤 시대를 살았던 거고, 그 때문에 이런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오우 시도 올리셨군요
감상도 좋구요.
<동주 >영화도 감동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