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아이들을 평소보다 일찍 체육관에 다녀오라고 하고 저도 제 일정을 일찍 마무리 짓고 아이들과 걸어서 백운 로타리 쪽으로 걸어가서 아빠를 만나기로 했지요. 아빠는 일터쪽에서 걸어오고 아들들과 저 이렇게 셋은 집쪽에서 걷기 시작 해서 중간 즈음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가까이 사시는 친정엄마가 마침 운동 시간이 맞아서 넷이 함께 백운로타리를 향해 걸어갑니다.
평소와 다르게 지쳐하고 조금 걷다가 멈춰 서기를 반복하는 둘째를 제가 데리고 가고 큰아들은 엄마가 챙겨서 백운로타리를 향해 갑니다. 걸음이 빠른 엄마랑 큰 아들은 앞서 가는데 둘째 아들은 자꾸 못 따라 가겠다고 힘겨워 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로타리까지 가서 아빠를 만나고 함박 웃음을 보여주는 아들. 아빠를 만나자 어리광도 부려보고 힘들다 하는 말에 아빠는 안아줄까~?하고 묻습니다. 아이가 힘들거라는건 알지만 먼거리 걸어오기고 했거니와 차막힌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밥 챙겨 먹고 서둘러 나가서 수업 하고 돌아온 어깨 축 쳐진 가장에게 아들을 안아주라 하기가 몹시 맘이 쓰여서 그냥 냅두라고 하며 오늘은 외식을 하자는 아들들을 달래가며 집에 이웃이 나눠준 시골에서 캐온 쑥과 직접 낚아온 도다리 넣고 도다리 쑥국 끓여서 저녁을 먹자며 아들들 달래 집으로 들어갔더랬죠.
다음날이 되었고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아이들 아빠는출근을 합니다. 다른 요일 보다 일찍 나가는날이라 오늘은 더 바삐 출근을 하고 다른때보다 가뿐하게 일어난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채 볶음을 해서 아침 든든하게 먹여야 겠다 싶어서 감자 손질을 합니다. 요리하기 편하려고 큰 감자를 사다놨던 터라 한참을 채썰고 있었더니 둘째가 엄마 배고파요. 합니다. 그러기에 감자볶음에 먹게 좀 기다리고 얼른 준비해~ 옷도 입고 했죠.
15분이나 지났을까 아이가 다시 말합니다.
엄마 배고픈게 아니라 배가 아파요 하고 말이죠
생전 아침에 두통한번 호소하는 아이가 아니기에 걱정은 되었지만 별일 아니겠지 싶었죠.
등교 시간이라 큰 아이 먼저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아침밥이라곤 거르지 않는 아이가 물론 아침밥을 먹지도 못했거니와 자꾸 토할것같다하고 배가 아프다고 하다가 병원 가자며 얼른 세수만 하고 나왔더니 병원 갈 힘도 없다고 합니다. 잘 아프지 않는 아인데 이거 뭔 탈이 붙어도 붙은게구나 하고 가까이 있는 소아과엘 차를 태워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자꾸 구토감을 호소하고 배가 아프다 했더니 이리저리 진찰 하던 끝에 장염 진단이 나왔습니다. 수액 처방이 나와서 수액 맞는 동안 먹은것도 없는 아이가 갈증과 울렁증을 호소하기에 마시게 했던 물 마저도 모두 토해냅니다. 겨우 수액을 맞히고 집으로 와서 저도 아이도 점심은 챙기지도 않고 누워 쉬다가 잠이 들었고 아이는 잠들기 전보다 회복이 되어 보였습니다. 눈을 뜨자 마자 산자를 찾기에 밀가루로 만든게 아니라 먹기 좋게 몇 조각 주고는 이제는 괜찮겠구나 했는데 또다시 힘들어 합니다. 울렁이기도 하고 힘들다면서요. 죽으로 저녁을 먹였는데 먹기도 달랑 두 숟갈 먹는게 전부였던걸 이번에는 초록빛의 물을 토해 냅니다. 덜컥 겁이 났지만 이미 병원도 끝난 시간이고 24시간이 고비라 했으니 잘 자면 낫겠지 하고 미열이 있기에 체온계와 물 수건을 옆에 두고 잠을자게 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었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고 먹지도 않고 여전히 구토감과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와 집에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다녀오자며 아이에게 말했더니 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겨 엉엉 울기만 합니다. 힘이 하나도 없어서 아빠가 안아준들 병원으로 이동하기 힘들겠다면서요. 처음에는 구급차라도 부르라더니 이젠 그마저도 못타고 가겠다며 풀썩 앉아버리는 아이가 그저 짠하고 엄마는 그런아이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도, 해줄 수도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대신 아파줄 수 없음을 한탄하고 몹시 속상해 할 따름이지요. 달래고 달래서 오늘 이렇게 병원에 가지 않으면 내일은 수술한다고 무서운 말로 아이를 겁먹게 하고 소아과에 신발도 신기지 않고 안아서 겨우 데리고 갔다가 어제 집에서 초록빛물을 토하기도 했고 이후 증세를 말했더니 복부 이곳 저곳을 눌러보시고는 아무래도 맹장이라며 장염 증세와 비슷하게 맹장염이 오기도 한다며 당황하지말고 가까이 있는 큰 병원 외과로 가라고 하기에 급해진 마음으로 한달음에 큰 병원으로 갔습니다.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대기했다가 초음파도 찍었습니다. 엑스레이실과 초음파실 선생님들께서 별말씀이 없길래 속으로 휴~~~ 살았다. 했는데 ...
잠시후 외과 진료실로 들어가자 놀라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게 하루 이틀전부터 아픈게 아니였을텐데 하고 말이죠. 그말을 듣는 순간 아이에게 너무 미안 했습니다. 수요일에 산책할때 많이 지쳐하고 몇발짝 걷고는 멈춰서곤 하는게 평소와 달랐는데 좀 잘 살펴보고 불편한게 뭔지 물어나봤더라면 하고 스스로 질책 했습니다.
아이가 맹장염이 맞다고 장기가 사진상으로는 상태파악이 정확히 어려우나 염증도 퍼져있다 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이기도 했고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 하여서 바로 응급실로 내려가 수액을 맞고 대기 했습니다. 아이에게 겁주려고 했던 수술한단말이 실행되게 생겼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는데 옆에서 수술이라는 말이 몇번이나 오갔는데도 덤덤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이틀간 콩알만치 먹고 마셔도 토해서 갈증이 날텐데 옆에 있던 형이 마시던 레몬 음료를 보더니 나중에 물 마셔도 될때에 먹겠다 해서 마음이 또 좋지 않았습니다. 멈춘듯 한 시간이 지나고 잠시 응급실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니 수술실로 올라 간다기에 떨리기도 하고 걱정과 긴장도 되는터에 3층에 있은 수술실로 올라 갔습니다. 수술실 입구에서 부직포로 된 헤어캡을 아이에게 씌우는데 아이가 이걸 왜쓰냐 묻자 간호사 선생님은 안에가면 사진찍을 거라고 대답 하셨고 수술실 이라고 크게 써진 글씨를 눈에 담은 아이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차라리 엉엉 울고 들어가면 함께 눈물 쏟으며 맘이 덜 무거울텐데 너무도 덤덤한 모습에 엄마의 마음은 더 찢어졌고 말없이 두 뺨에 뜨거운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1시간이 못 지났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도윤이 부모님 부르시길래 입구를 향해 갔더니 떼어낸 맹장을 통에 담아 나와서 보여주십니다. 맹장 일부가 까맣게 썩었다 표현해야 할까 봅니다.
얼마나 아프고 아팠을까 ㅠㅠ
......퇴원 후 이렇게 아기편지를 올리려고 쓰다보니 내 아들 도윤이는 의지의 도윤입니다.
금식기간도 힘들다 한번 안했고 입이 바짝 말라도 목마르다 한번 안했습니다. 저랑 둘만 빼고 모두 식사 시간이라 밥을 먹어도 칭얼대지 않고 왜 아파서 먹고 싶으거는 커녕 물도 못마시는건지 모르겠다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엄마인 저는 도윤이가 어느 정도 회복의 기세가 보이자 배가 고프기도 하고 잠시 교대해주러 온 신랑에게 아이를 맡기고 밥도 먹고 했는데 말이죠
그냥 대단하고 기특 할 따름입니다.
빵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없이 골고루 먹는 도윤이에게 빵떡이 도윤이라고 했는데 이제 의지의 도윤이라고 부를려구요.
그치만 이렇게 힘들때 의지가 굳다고 잘 참아낸다고 아이의 앞날에 이번만치 힘들일은 없었으면 하고 기도해 봅니다.
첫댓글 어린 도윤이가 잘 견뎌 주어서 무사히 맹장수술을 마칠수 있었네요.물론 엄마는 대신 아파줄 수없음에 힘들었을거구요.아이들 커가는 과정에서 다 겪는 일이랍니다.그래서 엄마도 되어 가는 거지요^^
이제는 좀 더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랄겁니다.
의지의 도윤이 화이팅!!
정말 많이 아팠을 텐데 대단합니다.아이 아프면 엄마가 더 안타깝고 이픕니다.선영님은 또 얼마나 놀라고 힘들었을까요.가슴이 타들어가지요.자녀들을 키우며 가끔씩 놀라기도 하고 엄마의 마음도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는 듯합니다.몸과 마음이 같이 커갑니다.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도 견뎌낼 강한 도윤이 정말 사랑한다.'..귀엽게 춥추던 해맑은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이고, 얼마나 놀라고 가슴 아팠을까요? 커가면서 몇번쯤은 겪게되는 여러일들중에 아픈것은 정말 참아내기 힘들겠지요.그래도 잘 이겨내준 도윤이가 대견합니다. 아이들은 늘, 언제나 살피고 돌봐줘야합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잘 돌보면 반드시 반듯하게 잘 자란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정성을 쏟아 잘 키워내길 기도합니다.
놀라셨을 텐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대단한 도윤이 빨리 회복하여 건강한 도윤이가 되길 바랍니다. 도윤이 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