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곽 재 구
그해 여름 산수동 오거리에 새 교회가 서고부터 사람들은 잃었던 빛과 희망을 꿈꾸었다 다섯 갈래 여섯 갈래 찢겨진 마음들도 다시 돌아와 조용히 기도하고 찬송하며 당신의 그날이 올 것을 꿈꾸었다 장중하게 쌓아올린 높은 벽과 은빛 십자가에 지나간 시절의 어둠과 고통을 함께 묻었다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행상에서 돌아와 바라보면 몇 층인지도 모를 은빛의 교회는 우뚝 서 있고 사람들은 이 거리에 번져나갈 녹슬지 않은 절대의 푸른 종소리를 생각했다 그 여름내 희망을 간직한 사람들은 행복하였고 은빛의 십자가는 더욱 은빛으로 높이 치솟았다 구름과 새와 치솟는 햇살이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꿈과 하늘 높은 곳에서 만났다 그러나 끝내 사람들은 불안하였다 그 긴 여름 고단한 저녁상에 놓인 한 그릇의 밥과 열무김치 앞에서 사람들은 당신의 옛 주인이 산상과 호수와 초원에서 자유롭게 희망을 나누어주던 옛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산수동 오거리에 육중하고 튼튼한 교회가 서고부터 오거리의 양떼들은 울 안의 양떼와 울 밖의 양떼로 갈라서게 되었다 아무도 울 밖의 양떼를 양떼라 부르지 않았다. |
첫댓글 그해 여름 산수동 오거리에 육중하고 튼튼한 교회가 서고부터
오거리의 양떼들은 울 안의 양떼와 울 밖의 양떼로 갈라서게 되었다
아무도 울 밖의 양떼를 양떼라 부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