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598 "약으로 장난치지 맙시다!"

[주강희]

“약으로 장난치지 맙시다!”

글 주강희 기자 도움 김동훈 약사 2019-09-18 작성

• 당신은 과연 효과가 있는 영양제를 먹고 있는가?

과연 당신이 먹는 영양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일지도 모른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TV 광고로 친숙하기까지 한 의약품이 사실은 효과가 매우 미미하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함량 미달은 물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아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엄연히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판매되는 영양제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 약사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저는 제 돈 주고 절대 이 약 안 사 먹을 거예요.” 지난 일요일, 기사 작성에 도움을 받기 위해 만난 김동훈 약사가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골드’와 대웅제약의 ‘우루사’를 가리키며 한 첫 마디였다. 김 약사는 “‘아로나민골드’는 함량이 낮고, ‘우루사’는 피로 회복으로 홍보를 하지만 주성분이 피로회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TV 광고를 보고 ‘아로나민골드’나 ‘우루사’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약사로서 그 제품은 권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면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다”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광고의 힘이 대단한 거죠, 유명한 제약회사의 제품이기도 하니 무조건적으로 믿는 경향이 많고, 약의 단점을 설명해도 ‘더 비싼 약을 팔아먹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싶어도 너무나도 완강한 태도에 설득 의욕을 잃은 약사의 대답이었다.

김 약사는 ‘아로나민골드’와 ‘우루사’를 대표적인 ‘과장광고 약’으로 꼽았다.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골드’는 ‘경험해보세요.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으나, “차이를 경험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함량”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약사 유튜버인 ‘약쿠르트’ 역시 ‘아로나민골드’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한 영상을 게시했었다. 그 역시 영상 속에서 타제품과 비교했을 때 ‘아로나민골드’의 낮은 비타민 함량에 대해 비판했다. 일동제약은 즉시 영상의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일동제약 측의 자료에 따르면, 타제품과 비교했을 때 성분 함량이 낮다는 지적과 관련해 “아로나민골드에 함유된 비타민B군은 모두 활성형 비타민으로 설계돼 있으나 영상에서 비교하고 있는 타제품의 비타민은 B1을 제외하고는 일반 비타민으로, 일반 비타민과 활성 비타민의 단순한 함량비교는 과학적이지 못하고 공정하지 않다”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러 약사들이 여전히 영상을 통해 ‘아로나민골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고려한다면, 찜찜함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다.

또 김 약사가 주성분이 피로회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지적한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실제로 이미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논란이 있었다. 김 약사의 말에 따르면, 우루사 연질캡슐은 만성 간 질환의 간 기능 개선, 간 기능 장애에 의한 육체피로 등의 증상 개선 효과에 대해서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마치 모든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루사’가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로 착각하고 구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함량 미달 및 허위 과장광고 의약품에 대한 대처는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실제로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이미 허위 과장광고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그러나 “대형 제약사의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 식약처의 봐주기식 대처로 마무리 됐을뿐”이라고 김 약사는 지적했다. 또한 ‘우루사’뿐만 아니라 이따금씩 허위 과장광고로 논란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동국제약의 ‘프라임 철분 50’역시 함량 미달로 식약처로부터 판매 중단 및 회수 처분을 받았다. 어쨌든 ‘영양제’이기에 함량미 달이나 허위 과장광고를 한 들, 복용을 한 사람의 신체에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에 처벌 수위 역시 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 결국 제약회사들의 양심적인 행동과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유튜브를 통한 약사들의 개인 방송 채널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수월해졌다. 허위 과장광고 같은 ‘꼼수’를 부려도 들키지 않았던 시대는 지난 셈이다. “유튜버 약사가 직접 성분을 분석하여 추천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이제는 철저하게 약의 효능으로 승부를 봐야 할 때”라고 김 약사는 덧붙였다. 또한 “의약품의 함량 미달 및 허위 과장광고가 빈번한 만큼, 더 이상의 ‘봐주기식 대처’가 아닌 식약처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