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특채 감독소홀” 책임론속…현직 선관위원, 대법관 후보 포함 논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현직 고위직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대법관 후보군에 현직 선관위원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추천한 8명의 대법관 후보 중에는 현직 선관위원인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57·사법연수원 25기)가 포함됐다. 박 고법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불거진 채용 특혜 문제의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다.
그럼에도 박 고법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 고법판사는 선관위원 지명 당시에도 법원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 대법관이나 사법연수원장, 고등법원장이 맡던 선관위원 자리에 당시 고법판사로서 지명됐기 때문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후보에 굳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후보로 넣은 게 의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추천위원 10명 중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과 조재연 대법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됐고 대법원장 자문기구 ‘사법행정자문회의’ 구성원 3명도 포함돼 있어 추천위 자체가 대법원장 의견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추천위 관계자는 “위원들이 4시간가량 충분한 토론을 거치며 각자 의견을 개진했고, 표결 등의 절차를 거쳐 37명 중 8명을 추천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만약 박 고법판사 등을 제청한다면 편향된 인사들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며 임명 보류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이상헌기자 dapaper@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01377
대법관이 선관위원장 ‘60년 관행’ … “법대로 호선을”
■ 전문가들 “3권분립 어긋나”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구성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 3명씩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해와
17개 시도 위원장도 현직판사
이른바 ‘아빠 찬스(자녀 특혜 채용)’와 ‘해킹 논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부실 운영의 중심에는 60년간 이어져 온 현직 대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비상근)이 한몫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물론, 17개 시·도 선관위 위원장도 모두 현직 판사들이 맡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인 선관위와 법원의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정권에 따라 위원 구성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선관위원 임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원장을 법관이 맡는 건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사법부 구성원이 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은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 위원 임명을 두고 정부와 국회를 믿을 수가 없으니 사법부에 많은 역할을 준 것인데, 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건 근본적으로 권력분립의 원리와 맞지 않고, 경험적으로도 사법부가 한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법관이 아닌 외부에서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삼권분립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1963년부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아무런 관련 규정이 없지만 60년 동안 관례로 이어져 왔다.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줄곧 선관위원장을 맡아 왔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위원으로 임명된 후 호선 절차를 밟아 위원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줄곧 선관위원장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관례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권력분립 원리에 뒤따르는 주된 내용이 삼권 간의 겸직 금지”라며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법관이 법원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의 장을 겸직하는 것이 합당한지부터가 의문”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관위 위원 임명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위원 임명 방식으로는 압도적 다수가 친정부 인사들로 구성되기에 중립성이 깨진다”며 “새로운 임명 방식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완·최지영 기자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5300107063029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