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권상연 선생님께서 첫 번째 수필집을 상재하셨습니다.
<<이소>>
<이소>外 40편
에세이문학 출판부
육묘장을 찾았다. 봄기운이 물씬 오른 모종들이 모판에서 키 재기하듯 경쟁적으로 자라났다. 옆지기의 공간을 침범하여 굵게 자란 녀석이 있는가 하면, 비좁은 곳에서 키만 삐죽 올라온 녀석도 있다. 모판을 벗어나려는 생존 본능은 틈이 조금만 주어져도 달아나려 한다.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모종들에게 흔들기를 시작한다.
매정하게 자리를 옮긴다. 비좁은 포트에서 얼마나 숨이 막혔으면 물 빠짐을 위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뿌리를 내렸을까. 이삿짐 빠진 빈방처럼 모판이 옮겨가고 남은 빈자리마다 잘려 나간 뿌리들이 허엏게 널브러져 있다.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 왜 안 아프겠는가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면역력이 강해진다. 모종이 따로 나기 전까지 농부는 수시로 모판의 자리를 바꿔주고 흔들어주면서 정을 뗀다.
긴 장대가 고추모를 훑어간다. 장대가 지나간 자리마다 모종들이 고개를 숙이며 쓰러진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듯 부스스 일어나 자리를 잡는다. 한두 번 당한 일이 아닌 듯 빳빳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정 떼기는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된다. 하우스 속 모종들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고 줄기도 굵어진다고 한다. 대나무 장대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초록 물결이 파도치듯 일렁인다.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던 날, 겨울 바람을 타며 펄럭이던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상급학교의 진학을 눈앞에 두고 아버지가 실명했다. 어린 마음에도 어려운 가정 형편이 읽혀졌다. 어머니 혼자서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기에는 무리였다. 몇 날 며칠 교무실을 들락거려도 뾰족한 수가 생겨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끊임없이 정보를 가져왔다. 시험 쳐서 장학생이 되는 길이 있었고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전액 장학생으로 오라는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수술로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린 우리 집 형편은 나에게 끊임없이 입을 덜어줄 것을 요구하는 듯했다.
기숙사가 잘 갖춰진 공장이라 했다. 담장 대신 허술하게 쳐진 철망이 어머니와 나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늦깍이 겨울바람이 어머니의 푸른 치맛자락을 들추어냈다. 어머니가 나와 짐을 남겨 놓은 채 돌아섰다. 그제야 낯선 곳에 홀로 남겨졌다는 걸 알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엄습해 왔다. 어머니가 마음을 바꿔 나를 데려갔으면 싶었지만 한번 돌아선 어머니의 발걸음은 끝내 되돌려지지 않았다.
이소는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깃털이 어느 정도 자라 근육이 강해진 새는 둥지를 떠난다. 이소를 시키기 전, 어미 새는 뱀, 쥐, 새 등 영양가 높은 먹이를 새끼에게 먹인다. 이소 당일에는 아침부터 먹이를 주지 않고 둥지 밖으로 새끼를 불러낸다. 배가 고프면 나와서 받아먹으라는 의미다. 이때 새끼는 어미의 부름에 이끌리어 둥지 밖으로 몸을 던진다. 생애 첫 날갯짓이다. 이날을 위해 어미는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야 했을까.
-<이소> 중에서-
첫댓글 예, 어제 받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너댓편 읽었습니다.
앞으로 크게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올봄에 등단했는데, 기대가 큽니다.
첫 수필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건필하세요~~^♡^♪♬
축하드립니다. 권상연선생님.
제목 '이소'에서 전해지는 정서가 글에서 한층 깊어집니다.
아직 책은 손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기대가 크네요.
카페활동도 자주 부탁드릴께요.
이 어려운 시절에 큰 수확 거두셨네요.
애쓰셨어요.
표지도 참 이쁘네요.
축하드립니다.
잦은 대화는 없었으나 권상연셈을 대할때마다..
'언제나 젊잖은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였나보다..' 노천명님의 사슴이 읊어지곤 합니다.
그 안에, 부러워서 모가지가 길어진 내도 있답니다.ㅎㅎㅎ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들 ~~
고맙습니다^^
귀한 책 잘 받았습니다.
첫 수필집이어서 감회가 남다르시겠지요.
문향 멀리 퍼져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책 받는 회원이 얼른 되어야겠네요. 마냥 부럽습니다. 축하합니다. 권상연 선생님! 선생님 수필 읽으면 제가 똑 떨어진 이유가 분명해집니다ㅋ
권상연선생님
첫 수필집을 벌써 내시다니~
축하드립니다.
늘 건필하세요.
축하드려요. 잘 읽었습니다. 글이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책제목부터 가슴에 진동을 느꼈구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푹 쉬시고 또다른 작품을 고대합니다♪♬
권상연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게으름 피우다가 어제야 다 읽었네요.
좋은글 감동받으며 잘 읽었습니다.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