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구곡리(유형문화재 제 28호)
[들녘을 내려다보며
익어가는 수수]
천년의
전설... 진천 "농다리"
추석을 일주일
앞둔 들녘에는.....
가을이 질퍽하게 밀려와
있었다.
넓은 벌 들녘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들이...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
알곡의 속살만큼이나 겸손해하며...
다소곳이 고개숙여가고
있었고...
싱글벙글 ...
괜시리 기분좋아하는
가을하늘에는...
[뭉게구름]
목화송이 같은
뭉게구름이 ...
산마루 위에 걸터
앉아...
포근하게 가을을 감싸고
있었다.
중부고속도로를
한시간 정도 달려 ...
진천I/C를
벗어나 좌회전해 들어가니 ....
"생거진천 (生居鎭川) , 사거용인 (死居龍仁) "
살아서는
진천에서 살고,
죽어서는 용인으로 가라~!는...
[가을을 마중나온
잠자리]
유명한
옛말의 진원지인 진천시내가 ...
가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눈 앞에 달려왔다.
옛날부터 진천은 ...
평야가 넓고 토지가 비옥하여 산물이 풍성할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가 별로 없어 농사가 잘되니...
인심이 좋고 살만한
곳이라 하여...
생거진천(生居鎭川) 이라 하였고...
[들녘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거미]
용인은
산세가 순후(順厚)하여 ...
사대부(士大夫)
집안의 묘소가 많아...
사거용인(死去龍仁) 이라 하였다던가?
김유신장군이 태어난 곳이고....
쌀의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진천시내는...
그러나..
"생거진천"이라는
옛말과는 달리...
아직은 많이 낙후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마을어귀에 서 있는
송덕비, 사적비,
치적비들]
진천시내의
성석사거리에서 좌회전...
지석마을을 지나치니.....
곳곳에 ,,,
효자문,
충신문, 열녀문 등이 서있었고...
무슨무슨
치적비, 사적비, 숭덕비 등이 ...
떼거리로
모여있었다.
역시
살기 좋은 "생거진천"이라...
훌륭한
사람들도 많이 태어났던 모양이다.
[강낭콩과 고추]
늘어진
붉은 강낭콩꽃 아래.....
강낭콩 꽃만큼이나
붉은 햇고추가
아스팔트위에서 정신없이
졸고 있는 도로에는...
"생거진천 (生居鎭川)
화랑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농다리 입구 이정표]
바로 그 앞에서 만난 "진천농교"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얗게 피어오른 메밀꽃이
눈처럼 피어 있었다.
우거진 칡넝쿨을
따라 ...
고속도로 굴다리를
휘적휘적 통과해 나가니...
[농다리 1]
아~! 말로만 듣던
돌다리 하나가 ..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세금천(洗錦川)이라는
시냇물 위에 놓인....
이
"농(籠)다리"는
고려시대에 쌓은 것이라는데...
1,000년의 풍상에도 이지러지지 않고 남아 있어...
더
유명해진 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농다리 2]
농다리는 ....
붉은색 자연석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은
징검다리로서...
교각을 먼저
돌로 쌓은 후....
암돌과 숫돌을 엇갈리게 끼워 맞춘
후...
상판석을 1개 혹은 2개씩 얹어서
쌓은 ..
길이가
약 93m에 교각이 24칸인 ....
거대한 지네형상을
하고 있었다.
[농다리 3]
농다리의 돌 교각 사이로는...
황톳빛
탁류가 거세게 흐르고 있었고.
거세게
흐르는 탁류를 따라 세월도 흐르고 있었다.
여울을
따라
흐르는 세월을 역류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리를
건너보았다.
[농다리 4]
경쾌한 물소리를 따라 .....
졸졸졸졸
가을도 함께 흐르고 있었다.
다리는 ....
마을과 마을, 마을과 세상을 잇는 통로라는데...
농다리는
돌 징검다리를 통해....
여름과
가을, 계절을 이어주고 있었고...
그
끝에 팔각정을 매달고 있었다.
[농다리 5]
밟으면 움직이며 잡아 당기는 돌이
있어
"농다리"라고
불렀고...
"지네"처럼
생겼다고 해서
한문으로 농교(籠橋)라고 부른다는
이 다리가...
어떻게
해서 천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 천년의 전설"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농다리 6]
징검다리
밑을 흐르는 물을 보니.....
징검다리를 배경으로 한....
어느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인....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떠올랐고..
신발을
벗어 피라미를 잡던...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처럼 밀려왔다.
[아람이 벌어지기
시작한 밤]
하늘엔
산들바람이 흘렀고....
농다리엔
졸졸졸졸 시냇물이 흘렀다. 그리고
또...
농다리
위를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
가을을 영접이라도 하려는 듯한
밤송이들이
.. 따사로운
가을햇살아래 토실토실
... 농다리처럼
여물어가고 있었다.
<>
펌[농다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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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전설 진천 '농다리'
자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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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
05.09.15 11:1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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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으로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는군요. 좋은 시로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농다리 정말 멋지군요. 돌만을 사용한 소박하면서도 정교한 다리. 높지 않으면서도 평소에 다닐 수 있는 다리. 비가 많이 오면 갈 수 없는 다리.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조상들의 소박함이 배여있는 고마운 다리. 가서 걸어보고 싶네요. 자운영님!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자운영님 저도 즐감하고 갑니다. 훌륭한 시제가 생겼으니 시조한편 멋스럽게...^_^
자운영 선생님, 저 동수예요. 건강하시고 추석명절 잘 보내세요....(동수엄마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물씬 가을의 건강미를 함께 느끼게 하여 좋아요 ...그리고 사진과 음악과 글이 바로 어우러진 멋진 시예요 !
반가운 분들이 모두 오셨군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고맙다. 동수! 그리고 동수 어머니! 뜻깊은 한가위 되세요.
들녘에 아롱다리 피는 꽃들 여문 모습 / 뿌려진 소금밭에 밤이면 머릴 감고 /날 새자 나란히 하여 걸어오는 식솔들 물고기 비늘 같은 농다리 그 밑으로 /물길은 천년 한 길 구름은 원족 가고 / 가을이 함께 나와서 그림을 그리구려
오봉선생님! 멋진 시조를 뽑아 올려 놓으셨군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