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1일차
나의 첫 순례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장을 보러 가는 것은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나와 형들이 적어둔 종이에는 내가 모르는 표시가 있어서 많이 당황했지만 설린이 누나가 도와줘서 잘 해결했다. 설린이 누나는 겉으로는 쌀쌀하게 보여도 속은 미지근한 거 같다. (착한 건 아니다.) 후마차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차안에 USB 꽂는 데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왔다. 오면서 생각한 것은 나는 차안에서 못 잔다는 것이다. 차안에서는 덜컹거림과 엔진소리가 날 방해한다. 난 14년 인생에서 차안에서 (아기와 어릴 때 빼고[초등) 3번 자보았다. 한번은 4시간 거리, 2시간 한번은 10분 동안 밖에 못 잤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캠핑장에 온 시간이 2시 47분인데, 텐트를 다 치니 2시50분. 그로부터 계속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다람쥐도 보고 공도 차고 있다 보니 짠!!! 다른 형들이 왔다. 오자마자 얘기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텐트 덮게를 펼쳤다. 피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 나중엔 더 집중해야겠다. 아! 계곡에도 들어갔다. 살이 베이는 거 같았고 슬리퍼가 없어 발가락이 삐고 옷만 버렸다. 이제는 계곡 안 들어가고 싶다. 저녁은 옆에 2조인가 3조가 돌밥을 만들어 심혈을 기울려 6:30분에 겨우 밥을 먹었다. 트램플린을 탔다. 덤블링도 하고, 축구도 했는데 지옥이 따로 없었다.
순례 1일차 완료!!
순례 2일차
제대로 된 걷기를 시작하였다. 오늘도 시작은 좋았다. 시작 30분 후에는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길이 아니라고 할 때 천지인에 순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거운 가방, 잘못된 길, 벌어진 격차 이런 것들이 내안에 움직였다. 처음 일을 겪었더니 다리가 떨리고, 아프고 저렸다. 허리마저 아팠다. 내가 생각했던 건, 지인순례는 초등처럼 걷는데 약 2배로 더 많이 걷는 것인 줄 알았다. 지금 보면 힘듦 2배 걷는 거리 3배 가방무게 6배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따뜻한 곳에서 명탐정 코난을 읽고 싶다. 내일은 조금 더 쉽게 가면 좋겠다. 끝
순례 3일차
어제 27km를 걸어서 그런지 오늘은 가방무게 덕분에 즐겁게 걸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은 좋았다. 늘 그렇다. 목욕탕에 가서 개운해졌다. 그리고 쪽지에 쿠폰을 적어 보냈다. 환경파괴다. 열심히 걸었다. 쉬는데 상율이 형이 쓰러졌다. 다들 걱정하며 다가갔는데 난 안다가 갔다. 그전에 상율이 형이 나에게 조용하게 속삭이듯 말해주었다. "내가 햇살을 많이 받아 쓰러질 때니까 아무 말도 하지마" 웃겼다. 덕분에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었다. 고맙다. 그 뒤로 2시간을 쭉 걸어 3성급 호텔을 보아 들어갔다. 너무 좋다. 짱이다
-끝- 2023.5.10. 수
순례 4일차
오늘은 미나 쌤의 인문학 공부방인 소피움에 왔다. 내부는 5성급 호텔 같았다. 안에는 책들이 무지하게 많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 초밥왕 전권, 슬랭탱크 전권, 나비의 모험 전권, 추리소설까지 없는 게 없었다. 방학 때도 여기에 오고 싶다. 심심하진 않을 거 같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책을 읽고 싶은 유혹을 떨쳐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진 나비의 모험을 읽었다. 미나 쌤과 기씨 아저씨가 고맙게 환영해 주시고, 대접해주셔서 너무 좋다. 앞으로 남은 순례도 이렇게 좋으면 좋겠다. 5/18은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묘한 일이다.
순례 5일차
오늘은 길 위에 천사를 만났다. 조하영(Promis nine)의 아버지라는 분을 만났는데 길 위에 천사라기보다는 몽피 친구이시다. 정지영 씨가 Promis nine의 멤버를 다 말하여서 자칭인지 진짠지 모를 조하영의 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쏘셨다. 덕분에 난 요맘때 복숭아 맛을 먹었다. 여기 몽피네 집인지 사무실인지 모를 창고에 와 하우스에 있는 개, 오리, 닭을 보고 돌아와 은지누나와 설린이 누나의 바둑을 보고 있다. 오늘도 텐트에서 자서 좋다. 앞으로 5일 조금 있으면 집에 간다. 끝
순례 6일차
나는 오늘 생각을 많이 했다. 어제 후마와 얘기한 내 마음을 짜증나게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걷기 때 다리가 아파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좋다. 안 좋다. 별로다. 부정적으로 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고 그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게 맞추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부정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기 전 풀어 보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순례 7일차
오늘 나는 조용히 걸었다. 어제 걸린 풀독이 올라 발목을 덮었다. 선민이의 도움으로 알로에를 바르고 고맙게도 후마가 가방을 차에 넣어 주셔서 다리에 무리가 안 갔다. 그러나 밥 먹고 다시 매고 걸었더니 무리가 가고 갑자기 풀독이 거세졌다. 교회에 와서는 후마가 비누로 소독하고 잘 말리라고 하셔서 씻고 있는데, 교회 목사님이 바르는 약을 주셔서, 고맙게 썼다. 해외에서 온 것이라 쓰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씻어서 개운해서 좋다. 오늘은 30킬로나 걸어 지금 너무 피곤하다. -끝-
순례 8일자
오늘은 마지막 걷는 날이라 6:50에 (난 6:26) 일어나 침낭 커버 빨고 아침밥을 먹었다. 8:00에 출발하고, 10km 정도 열심히 걸었다. 그랬더니 영산강 하구 둑에 도착하기 200m 남기고 조용하고 은은한 호수 목사님을 만나 점심 먹으러 황가네 보리밥 집에 가서 배터지게 먹고, 씻으러 사우나에 가서 재밌게 놀았다. 다하고 나오니 바로 저녁 먹으러 갔다. 저녁은 중화요리를 먹었는데 짬뽕 국물이 눈에 들어가 너무 아팠다. 저녁 먹고 요트타러 왔는데 석영이 형은 배멀미 때문에 못타고 경원이 형은 화장실 갔다가 놓쳤다. 나는 탔지만 별로 재밌진 않았다. 다치기만 했다. "여기 다시 와서 나타샤가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어서 기분이 좋다. 9:30에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10:40 자러 들어가 난 12:00 정도에 잤다.
+: 오두막이 요트를 내어주셔서 그곳에서 잔 것이다. 작년에 간 요트 마리나가 "여기" 이다. 미처 적지 못하였다.
순례 9일차
나의 마지막 순례 전날이 밝았다. 요트에서 나와 석영, 선민이 자던 곳으로가 쉬다가 아침밥을 먹고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가 2시간 동안 관람하고, 백반 집에 점심 먹으러 가 손가락이 찐득하도록 게장을 먹고 처음으로 밀크 커피를 먹었다. 12:30까지 시장 구경하고 경원이형하고 민재와 상율이형, 설린이 누나한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차에 타 근대 역사관에 가서 구경하고 내가 지금 있는 모텔에 왔다. 샤워도 하고 다른 방구경도 갔다. 모두가 언제 가는지 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우리는 언제 모이는지 궁금해 후마에게 물어보고, 답을 얻고, TV 허락도 받았다. 그렇게 보고 있다가 치킨이 곧 와서 선민, 지안, 지영이 세 명이 자고 있는 데로 갔다. 거기서 TV를 보다가 치킨 먹고 영화를 봤다. 그 뒤로는 계속 예능, 드라마, 유튜브(컴퓨터)를 보고 9:40분에 우리 방에 와서 차트를 달리는 남자와 코난을 봤다.
순례 10일차
오늘은 순례 마지막 날이다.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고, 8:40분에 두더지 차를 타서 휴게소를 거쳐 아랫장에 도착해 11:에 밥을 먹고 간식사서 광장으로 모였다. 광장에 가니 형 누나 친구 배움지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보니 다 함께 와서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렛장 부터는 학교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실감나서 가슴이 뭉클했다. 가는 길에 오하이오 집에도 들려 물도 얻어먹었다. 진짜 거기서 부터는 길이 너무 머릿속에 익숙해서 학교 생각이 더 커졌다. 한걸음 또 한걸음을 가니 학교 앞 언덕에 왔다. 그곳에서 후마가 도착해서 소외 나눌 말을 생각하라 하셔서 생각해 보니까 지난 순례에서 있었던 일들과 만나 뵀던 분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렇게 언덕을 넘어 댕댕이 집을 지나 순천판을 돌아서니,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엄마 아빠 민혁이 초등 동생들 배움지기들 까지 모두 나와 게셨다. 운동장에 가보니 학교는 그대로였다. 다 같이 둥글게 모여 소외를 나눈 뒤 이야기들을 조금 더 하다가 각자의 길을 떠났다. 순례에 끝은 언제나 순례 발표회, 그때까지 우리의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5월17일 -재민-
등뼈
등뼈는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이다.
주인은 다리에게도 미안하다.
하지만 주인도 힘들다.
길잡이 덕분에.
당신의 얼굴
당신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픔니다.
웃는 모습을 하고
그곳에 누어 게시니
제 마음이 어찌 편하지
편하겠습니까.
환경파괴
환경파괴는 나쁜짓
페트병에 쪽지를 넣어
냇가에 던지면 환경파괴
내가 그랬다.
상상
당신을 상상하는 나를 상상하는
상상을 합니다.
언제나 상상은 우리를 이어주지요.
고맙습니다.
사는 세상
내가 사는 세상
붉고, 푸르고, 누런
아름다운 세상에
난 작은 점이네
5●18 백일장
붉은 꽃
5/18 광주의 붉은 꽃하나 피었네
지지않고 더 커지고 더 붉어지는 꽃을
사람들은 얘기한다. 오늘도 꽃은 지지 않았다.
피로 물든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기억하겟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 있던 많은 일들을 기억한다. 8일 동안에 아픔을 어떻게 내가 알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난 모르겠다. 민주주의 가 무엇인지, 모두 지금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라는 말을 하지만 정작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내 생각엔 민주주의는 백성을 위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생각해 보자 권력자들은 백성들이 편하면 백성들에 반란 없지 올라오는 상소문 하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권력자 들은 편하게 권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5/18때 사람들이 외치던 민주주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말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 하나 생기게 된다.
첫댓글 설린이가 미지근하다는 표현 참 재미있게.
힘듦2배 걷는거리 3배 가방무게6배
견디고 순례마무리 한 것 짝짝짝
옴~
당신을 상상하는 나를 상상하는 상상을 합니다~ 박재민 완전 시인!!
10일간의 고생과 소중한 경험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순례의 찐한 맛을 보았군요.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