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9일 토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부서지고 으깨지는 삶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무교절이라는 축제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구출해 주신 파스카 축제의 시작부터 이레 동안 누룩 없는 빵을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첫째 달 열나흗날 저녁부터 그달 스무하룻날 저녁까지, 너희는 누룩 없는 빵을 먹어야 한다.’(탈출기 12, 18) 그래서 예수님께서 파스카 최후의 만찬을 하신 날도 틀림없이 누룩 없는 빵을 드셨을 것이고, 우리가 매일 미사 때에 성찬례를 하면서 영성체 할 때 영하는 성체도 누룩 없는 빵입니다. 밀가루를 물에 반죽해서 잘 구워낸 빵이라서 부드럽지는 않지만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고 여행을 하거나 사막과 같은 곳을 여행할 때 간수하기가 편리하고 부패할 염려가 없어 좋을 것입니다.
누룩 없는 빵을 만들기 위한 그 과정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농부는 가을에 밀을 밭에 뿌립니다. 밭에 고랑을 잘 다듬어 만들고 흙을 두툼하게 덮습니다. 그러면 밀이 싹을 틔우고 새싹은 밀알을 영양분으로 삼아 자랍니다. ‘내가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 24) 라는 성경 말씀처럼 밀알은 땅 속에서 썩으면서 새싹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서 새싹을 겨울을 날 만큼 자라게 합니다. 새싹은 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디며 자라납니다. 그리고 농부들은 초여름에 밀을 수확합니다. 그 밀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으깨어 가루를 만듭니다. 빵을 만들기 위해서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을 하면서 치대고 뭉쳐서 빵을 만들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습니다. 그렇게 으깨고 부서지고 물과 섞여서 뭉치고 반죽한 다음 뜨거운 불에 구워져서 빵이 되어 제병이 되고 다시 축성되어 성체가 되어 쪼개집니다.
누룩 없는 빵은 부풀린 것이 없는 빵입니다.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끈기와 찰기를 가지고 만들어진 빵입니다. 그래서 거짓이 없는 진솔한 모습을 상징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내야 한다는 주님의 가르침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누룩 없는 빵을 먹음으로써 앞으로 닥쳐올 어려운 시련과 고난을 견뎌내고 역경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겨낸 고난의 생활을 거울삼아서 앞으로 다가올 고난의 생활을 이겨내라는 가르침을 주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이 누룩 없는 빵을 쪼개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당신의 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성체성사를 이룩하셨습니다. 누룩 없는 빵이 갖는 그 모든 의미를 당신의 몸으로 치환하십니다. 세상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모든 고난을 받으시고 제물로 바치신 당신을 누룩 없는 빵으로 바꿔 주신 것입니다. 그렇게 성체성사를 이뤄주신 것입니다. 누룩 없는 빵처럼 당신은 땅에 떨어져 썩어 없어지시고, 많은 열매를 맺어 주시고, 으깨어지시고, 가루가 되시고, 다시 세상 사람들에 의해서 뭉쳐지시고, 불에 구워지시고, 빵이 되시어 다시 쪼개져 사람들의 양식이 되실 때까지 계속해서 고난을 당하시고, 역경을 당하시고, 수난을 당하시고,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시는 삶을 사시는 것이 주님의 삶이었음을 성체성사를 통해서 보여주십니다.
우리는 정성스럽게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주님의 사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그래서 성체성사는 가장 큰 은총의 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성체성사에 참여해서 주님을 모시는 은총에 참여합시다. 그리고 그 은총에 감사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매일의 생활이 누룩 없는 빵처럼 자신을 헌신하고 나누는 생활을 할 때 우리의 생활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9,6ㄴ-10
형제 여러분, 6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7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8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9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10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곱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축일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Lawrence)
신분 : 부제, 순교자
활동 연도 :+258년
같은 이름 : 라우렌시우스, 라우렌티오, 라우렌티우스, 로렌스, 로렌조
로마(Roma)의 일곱 부제(차부제 포함) 중 한 명인 성 라우렌티우스(Laurentius, 또는 라우렌시오)는 에스파냐의 우에스카(Huesca) 출신으로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탄압하는 새로운 법을 공표하면서 시작된 박해로 인해 258년 순교했다. 그는 교황 성 식스투스 2세(Sixtus II, 8월 7일)를 돕는 로마의 일곱 부제 중 수석으로, 주된 임무는 교회 재산 관리와 빈민 구호 및 일반적인 교회 관리였다. 교황 성 식스투스 2세가 카타콤바에서 미사를 봉헌하던 중 체포되어 순교의 길을 걷자 성 라우렌티우스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울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교황은 그를 위로하며 앞으로 더욱 힘든 투쟁이 남아 있으니 그 전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얻어야 한다며, 그 또한 나흘 뒤에 체포되어 자신을 뒤따를 것이라는 예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성 라우렌티우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돌아와 교회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로마의 집정관이 그의 이런 행위를 알고 교회의 모든 보물을 즉시 황제에게 바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 말을 들은 성 라우렌티우스는 교회의 재산을 모두 모아 정리하려면 3일의 여유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청한 후, 교회의 값비싼 그릇들과 돈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재산을 요구하는 집정관에게 병자와 고아와 과부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타나 “이 사람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분노한 집정관은 그를 체포해 온갖 고문으로 괴롭히다가 뜨거운 석쇠 위에 눕히고는 구워 죽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쇠 위에서 살이 익어가자 성 라우렌티우스는 “이쪽은 다 익었으니 뒤집어라.”라고 말한 후 한참 뒤에 “이제 다 익었으니 뜯어먹어라.”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순교 때나 그 후에도 그의 몸에서는 향기가 났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순교 이야기는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우스(Ambrosius, 12월 7일)가 389년에 쓴 “성직자 직무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전해졌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8월 28일)는 강론에서 “그는 주님의 식탁에서 주님을 받았기에 그 보답으로 자기 자신을 주님께 제물로 바쳐 드렸습니다. 생활에서 그리스도를 사랑했고 죽음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았습니다.”라며 그의 순교에 대해 언급했다. 시인 프루덴티우스(Prudentius)는 그의 죽음과 표양이 로마의 회개를 가져왔고, 로마에서 이교의 종말을 고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며 그를 칭송했다. 성 라우렌티우스의 축일은 4세기 초부터 교회 전례에 도입되었고,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의 무덤이 있던 카타콤바 위에 세운 성당은 로마의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일곱 성당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공경은 빠르게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성 라우렌티우스는 로마와 여러 도시의 수호성인이면서 가난한 사람과 요리사와 소방관의 수호성인이다. 교회 미술에서 그를 상징하는 문장은 순교 도구였던 석쇠이다.
오늘 축일을 맞은 라우렌시오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