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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아래 next 클릭하세요^^* 살아있는 날의 행복-김재연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에 건강진단을 받기로 했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되었으니 외식이나 선물 주고받기 등은 사양하고 자꾸 미루게 되는 건강 진단을 매년 결혼기념일에 정하여 하기로 한 것이다. 종합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전 날 밤 아홉시 이후부터는 물도 먹어서는 안 되었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하였다. 진료실마다 검진을 받으려는 많은 사람들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 이처럼 건강을 염려하며 사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생전 처음 검진을 받으러 온 자신이 우둔하게 느껴졌다. 검사하기 거북하다는 위 내시경 검사도 새로운 시술법인 '수면 내시경'으로 했더니 깜박 잠들다 깨어나 언제 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하였다. 결과는 일주일 후 우편으로 보내 준다고 하였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막상 검사를 받고 나니까 술·담배를 많이 하는 아이들 아빠의 결과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일주일 후 등기 소포로 건강검진 결과표가 도착하였다. 남편 종합 건강진단 결과표부터 펼쳐 보았다. 모두 정상이었다.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내 결과표는 별 불안한 마음 없이 펼쳐 보았다. 아직까지 병원신세를 지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해 왔고, 애주가도 흡연가도 아니니 걱정이 되지 않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건강진단 결과표 파일 첫 장에 남편파일에서는 보지 못했던 진료의뢰서가 꽂혀 있었다. 떨리는 손길로 꺼냈다. 상병명란에 "T/OLT breast nodule" 가까운 시일 내에 진료가 필요한 질환 또는 소견란에는 '좌측 유방결절의심'(장경 2.5센티미터 크기의 ovidshape nodule이 의심됨)초음파로 확인이 필요."라고 적혀 있었다. 의학 용어라 무슨 병이라는 것인지, 어떤 상황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의심'이란 단어가 두렵고 불안해 불길한 마음뿐이었다. 혹 암일지 몰라 ,내가 시한부인생이 되어 죽음이 찾아온다면?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갑자기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이 무의미하고 무언가 억울하기까지 하였다. 또 평소 죽음과 삶을 동시에 지니고 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연민의 정마저 느꼈다. 왜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겠는가.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죽음을 생각 해 본적이 없는데 만약 나에게 그런 운명이 주어진다면? 창가에 기대어 어두움 저 편으로 침잠하는 노을을 바라보며 떠나는 연습을 머리에 그려보았다. 정리할 것도, 신세를 갚아야 할 일도, 후회스러운 일도 너무 많았다. 나를 가장 그리워 할 막내아들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현관에 들어서면서 '엄마'를 부르고 달려와 끌어안고 뽀뽀를 하며 어리광을 부리는데, 만일 내가 없다면 얼마나 허망해 하며 슬퍼할까 생각하니 그저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공포가 나를 견디기 힘들게 하였다. 별 일 없을 거라고 달래던 남편도 어느 사이 깊은 잠으로 빠져 들어 코마저 골면서 자고 있다. 그 모습이 야속하여 더욱 슬펐다, 남편과 세 아이 앞으로 편지를 썼다.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니 내 자리가 많이 작아진 것 같아 조금 편안해졌다. 깨어나는 새벽을 맞으며 하루의 소중함을 알았다. 일생도 바로 하루의 연속일 뿐이었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지 못했던 후회와 살고 싶은 욕망이 치밀었다. 낯설게 찾아 온 죽음의 공포는 불안에 떨며 뜬눈으로 날을 밝히게 하였다. 텅 빈 머리가 되어 병원으로 정밀검사를 받으러 갔다. 의사는 불안해하는 나에게 마음을 진정하고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하였다. 죽음의 존재쯤을 초월한 것 같은 젊은 의사의 태도가 차라리 부러웠다. 일반외과, 유방클리닉, 방사선과, 초음파실로 다니는 동안 서너 시간이 아닌 삼십 년쯤으로 느껴졌다. 결과는 호명할 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기다림 문화에 익숙지 못한 나는 몇 번이나 간호사에게 언제나 호명이 되느냐고 물었다. 간호사의 곱지 못한 눈길에 나의 초조함은 더욱 초라하게 바래졌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양성은 백 개가 있어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도 주지 않고 생명과도 무관하다."는 별로 친절하지도 않은 의사의 판독에 나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남편도 그것 보라면서 손을 꼭 잡고 마주 웃었다. 병원 뜰에는 햇살이 눈웃음치며 나뒹굴고 있었다. 살아 있는 날의 행복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넘어선 데에서 더욱 반갑고 눈물겨우리라. 내 삶을 뒤돌아 볼 수 있었던 하루가 침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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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8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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