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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4) 하동 대도 | |
‘관광섬’ 큰 꿈 이루는 큰 섬 녹차 먹은 참숭어는 제철 별미 | |
남해군 설천면(雪川面) 노량리(露梁里)와 하동군 금남면(金南面) 노량리를 잇는 ‘남해대교’ 아래 자리 자리 잡은 섬 ‘대도’(57가구·166명, 30만2400㎡) 남해대교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가다 만나는 하동군 금남면 노량포구에서 뱃길로 10~15분이면 닿는 대도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섬이다.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으로 이뤄진 대도의 앞바다는 예전 새조개, 바지락, 낙지, 피조개 등 천혜의 어장을 가진 자원의 보고였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섬은 1690년경, 남해군 이동면에 살던 장수 이씨 부부가 표류하다 섬에 정착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띠섬’이라 불렸던 대도는 곤양군 서면에 속했으나 1820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하동군 남면에 편입되었다가 1934년 다시 하동군 금남면 대도리에 속하게 됐다.
이른 아침, 대도 섬마을로 향하는 배편(대도호·선장 이민용)에 몸을 싣자 이내 포구를 벗어난 배는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질러 대도로 향한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느껴지는 노량 앞바다는 유구한 세월의 역사 속에 오늘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섬으로 향하는 배의 오른편에 모습을 드러낸 하동화력발전소가 거대한 몸집을 과시하며 위용을 자랑한다. 광양만의 7개 섬이 군도를 이룬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대도마을은 장수이씨 집성촌이다.
배가 대도마을 앞 부둣가에 닿자 김장철을 앞두고 굴을 까는 섬마을 여인들의 손길로 분주하다. 거센 바닷바람에 완전무장을 한 섬마을 여인들의 진풍경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눈만 내놓은 채 조새(굴까는 기구)를 이용해 굵직굵직한 굴을 떨어내는 여인의 모습에서 섬여인들의 삶이 묻어난다. “아주머니 하루에 얼마나 굴을 까세요?”라는 물음에 한 아주머니는 “하루 평균 17~18㎏ 정도의 굴을 까는데 많이 까는 사람은 20kg도 넘게 깐다”고 말한다. 아침 6시30분부터 시작된 굴까기 작업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오후 6시30분까지 계속된다. 품삯으로 1kg에 2000원이 주어진다고 하니 섬여인들은 하루 평균 3만~3만5000원의 적지 않은 돈을 버는 셈이다. 겨울철 부업인 ‘굴까기’는 부지런한 섬 여인들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강진 앞바다에서 생산된 굴은 인기가 좋아 통영을 비롯한 거제, 마산, 부산,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먹으면 먹을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대도 굴은 짭쪼름하면서도 담백한 뒷맛이 일품이다.
현재 대도는 ‘도서특화마을 사업’의 진행으로 4계절 웰빙휴양관광지로 변모 중이다. 2005년 하동화력발전소 유치와 갈사만 조선산단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새로운 소득원 개발을 위해 어업권 상실에 대한 보상금 150억원을 재투자했다. 도서특화마을 사업은 520억원의 사업비(공공 370억원, 민간 150억원)를 투입해 섬의 일주도로를 비롯한 도시기반시설과 상가·콘도·펜션·놀이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07~2008년에는 ‘하동 봄도다리와 유채꽃의 만남’ 축제가 열렸지만 현재 도서특화마을사업 공사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대도마을 이기성(53) 이장은 “일부 공사가 마무리되는 2013년 봄부터 다시 유채축제를 열 계획이다”며 “그때쯤이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와 물놀이시설 등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사실 대도 앞바다는 새조개(일명 갈매기 조개)가 넘쳐날 정도로 황금어장이었으나 산업단지화 조성으로 황폐화되면서 새로운 소득원을 찾던 중 주민들이 뜻을 모아 도서특화마을 사업에 투자하게 됐다고 한다. 유채꽃이 바람에 날려 노란물결이 출렁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섬주민들은 도서특화마을 사업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루빨리 공사가 마무리돼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는 관광휴양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 앞을 돌아 농섬으로 향하는 바다 위에 자리 잡은 12채의 해상콘도와 16개의 좌대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감성돔, 볼락, 농어, 노래미 등을 잡으며 손맛을 즐긴다.
농섬으로 가는 길, 대도와 농섬을 연결하는 연륙교가 놓여진 농섬은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1.5km가량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나무데크 산책로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어 늦가을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물때에 따라 연륙교 아래 갯벌이 드러나면 바지락도 캘 수 있어 마을에서는 어촌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섬에 세워진 팔각정에 앉아 노량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평온만이 찾아든다. ‘섬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섬여행의 매력에 빠져 해안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섬을 한 바퀴 돌아 마을입구다. 마을 언덕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 위 오른편으로 하동화력발전소가, 왼편에는 여수와 광양제철이 희미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중앙의 언덕에 세워진 이순신 동상은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이 위엄을 갖추고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언덕 아래 해안가에 위치한 아담한 노량초등학교 대도분교는 2008년 3월 문을 닫았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녹슨 그네와 덩그러니 놓인 축구골대가 대신 지키고 있다. 교문 앞 설명문에는 ‘주민들의 염원으로 1947년 9월1일 문을 연 대도분교가 50년 2월 28일 4명의 첫 졸업생을 시작으로, 2004년 제52회 졸업생까지 총36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아이들이 줄면서 2008년 3월 문을 닫게 됐다’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마을 앞 주지섬에는 하동에서 생산되는 녹차를 먹고 자란 겨울철 별미 참숭어들이 자라고 있다. 대도마을 대표자 7명이 운영하고 있는 24조의 숭어가두리 양식장은 하동군에서 생산되는 참숭어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참숭어들의 천국’이다. 가두리에는 3~4cm의 치어에서부터 45cm 이상의 성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참숭어들이 뛰놀고 있다. 배를 단단히 묶은 후 가두리 양식장에 올라서니 팔뚝만한 참숭어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춤을 춘다. 다 자란 성어를 출하하기까지 1년8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숭어가두리 양식업을 8년째 해오고 있는 이현권(33)씨는 “적조, 냉수대 등의 자연재해가 없을 경우 연간 대략 100t의 숭어를 생산해 7억5000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리지만 사료비, 인건비 등 부대비용에 70~75%가 소모돼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사료값은 매년 오르는 반면 고기값은 그대로니 영 죽을 맛이다”고 푸념한다. 1포대에 2만5000원인 사료를 하루 100포대 사용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출하를 앞둔 45cm 크기의 숭어들은 5일째 먹이를 주지 않고 있다. 이유를 물으니 “출하를 앞둔 숭어는 먹이를 주지 않아야 기름기도 빠지고 육질이 단단해진다”고 그는 귀띔한다. 잿빛을 띤 청색의 숭어들이 가두리 양식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가창오리떼의 군무와 흡사하다. 섬여행의 묘미를 만끽한 하루,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아마도 섬이 우리에게 안겨준 행복 때문이 아닐까?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 IC- 남해대교 방면- 금남면 노량마을- 대도. 배편은 하동 금남면 신노량 선착장에서 하루 5회(오전 6시·7시30분·10시30분, 오후 3시30분·5시30분) 운항하는 대도호를 이용하면 된다.
☞ 잠잘 곳 대도에는 하동집 민박(☏010-5321-0715), 대도 민박(☏011-867-5943), 고향집 민박(☏882-0724) 등 민박시설이 많아 잠자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글·사진=이준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