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어쩌다 외톨이가 되었을까. 절 앞마당 자그마한 돌 틈에 떨어진 붉디붉은 장미 꽃잎이 눈길을 붙잡는다. 금세 시들어버릴 꽃잎은 나와 마주치자 눈물을 글썽인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젊은이들, 가족들은 암담한 심정으로 백령도 망망대해 푸른 물결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또 다른 뉴스가 TV화면을 채웠다. 모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었다. 살아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하나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곤두섰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허망함이 몰려왔다.
인간사가 아무리 다양하다지만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그 방법밖에 없었던가. 남겨진 사람은 어찌 살라고…. 더구나 몇 해 전에도 핏줄을 잃어 채 아물지도 않았을 텐데. 기실 *자살 사별자들의 후유증은 엄청나다고 한다. 상실감으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가슴에 평생 빼내지 못할 대못이 박힐 것이다.
세상의 눈들은 집터가 흉흉하다느니 조상의 묘 자리를 잘못 쓴 탓이라며 푸닥거리를 해야 한다고 쑤군거렸다. 스스로 삶을 포기했던 이가 부유했다는 걸 보면 돈으로 마음을 채울 수 없음을 알았다.
언젠가부터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기보다는 기계와 더 친밀한 것 같다.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 냥 휴대폰을 잠시도 떼어 놓질 못하고, 컴퓨터와 이야기하고 온갖 놀이를 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점점 메마르고 냉정한 사회가 되어간다. 자연히 외롭고 고독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에게 요긴한 기계들이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로봇이 당연한 듯 식당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섬찟하다. 이러다 사람이 개발한 로봇의 로봇이 되는 것은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로봇이 사람을 부리는 세상이 되면 어쩌나, 괜한 걱정이 앞선다. 그 옛날 품앗이로 서로 돕고 정 나누던 시절이 그립다.
사람살이는 희노애락이 끝없이 이어지므로 종종 거센 파도와 맞닥뜨린다. 힘에 겨운 나머지 삶을 포기하고플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빈자리로 인해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입을 상처, 겪게 될 아픔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은 없어야한다. 우리 모두는 꿋꿋이 살아내야 할 권리와 의무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
돌 틈에서 울먹이는 외톨이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 주어진 생을 다하지 못한 꽃잎의 마지막 숨결이 애처로워 책갈피에 담아 소중히 갈무리한다.
*자살 사별자 :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해 심리적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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