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향기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나와 함께 온, 지금 당신들 앞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이 사람들은 나의 부족이며 나는 그들의 추장이다.
우리는 왜 이곳에 왔는가? 연어 떼를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올해의 첫 연어 떼가 강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연어는 우리의 주된 식량이기 때문에 연어 떼가 일찌감치 큰 무리를 지어 강의 위쪽으로 거슬러 오는 걸 보는 일만큼 우리에게 즐거운 일은 없다. 그 숫자를 보고서 우리는 다가오는 겨울에 식량이 풍부할 것 인가를 미리 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이 더없이 기쁜 까닭은 그 때문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어 떼가 햇살에 반짝이며 춤추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또 한 번의 행복한 겨울이 우리를 찾아올 것을 짐작한다.
우리가 무리를 이루어 몰려왔다고 해서 전투를 벌이려고 온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 나는 당신들이 우리의 땅에 온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다. 당신들과 우리는 모두가 이 대지의 아들들이며, 어느 한 사람 뜻 없이 만들어진 사람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들은 이 땅에 와서, 이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우고자 하는가?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행복한 것인가? 워싱턴의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은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홍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다. 모를 일이다. 우리의 방식은 그대들과는 다르다. 그대들의 도시의 모습은 홍인의 눈에 고통을 준다. 백인의 도시에는 조용한 곳이 없다. 봄 입새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나는 홍인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인디언은 연못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 내음을 사랑한다.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음으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 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동안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악취에 무감각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대들에게 땅을 팔게 되더라도 우리에게 공기가 소중하고, 또한 공기는 그것이 지탱해 주는 온갖 생명과 영기(靈氣)를 나누어 갖는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결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만 한숨도 받아준다. 바람은 또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준다. 우리가 우리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간수해서 백인들도 들꽃들로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 보겠다. 우리가 거기에 동의한다면 그대들이 약속한 보호구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거기에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은 마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홍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가 다만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기억될 때라도, 기슭과 숲들은 여전히 내 백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심장의 고동을 사랑하듯이 그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하느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분에게 소중한 것이다.
위 글은 시애틀이라는 인디언 스우족 추장이 자기 땅을 팔라는 미국정부의 강요에 못이겨 살던 땅을 빼앗기며 백인들에게 쓴 답장이다. 자기 땅을 사랑해달라고... ..........................................................
1852년경 미합중국 정부는 나날이 늘어나는 미국 국민을 이주시키기 위하여 인디언 추장 시애틀에게 편지를 보내어 부족의 땅을 팔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대한 시에틀이라는 인디언족의 추장의 답장을 옮겨봤다. 자연을 사랑하는 인디언의 웅장한 고별사이기에 너무나 애절했고 누구에게나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듯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는 추장의 목소리가 절절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결국 이 땅은 백인들의 소유가 되었다. 플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이 추장의 편지에 감동을 받아 지어준 "시애틀"이라는 이름이 그 땅에 붙여졌다.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구는 구속자의 모습을 볼 거지만 이즈음 나는 창조주의 모습으로 예수님을 바라본다. 인디언이 말 했듯이 산들거리는 미풍에 날리는 내 머리카락, 유람선이 지나가자 흑요석처럼 까만 강물이 철석 부딪치는 소리, 늦은 밤 한강에 나오면 모든 게 참 아름답다.
정돈 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두어서 더 좋았던 억새가 무리지어 나붓기던 고수부지의 밤 풍경에 어찌 감동 먹지 아니할까?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은 팔 수 있다는 말인가?
기가 막힌 댓귀가 아닌가.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체온을 나누며 살던 터전을 빼앗기게 된 인디언의 한탄이 가슴에 절절이 젖어온다. 손을 뻗어 산들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을 한웅큼 잡아보게나. 뭔가 남는 게 있던가? 우리는 그저 세상 모든 자연을 바라보고 주어진 은총으로 누리고 즐길 뿐인데 왜 그리 움켜잡으려 욕심을 부리는가.
오늘도 한강은 유유하게 흐르며 이야기 하고 있다.
'그저 즐기게나. 뭐 그리 애써 가지려고 버둥거리는가. 어디 잡히던가. 손을 넣어보게. 손을 적시며 흘러가고 말 뿐 나를 어디에도 가두어 둘 수 없을 걸'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과 철썩 하고 부딪쳐 오는 강물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던가. 강 언덕을 부지런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착해 보인다. 밤이 깊어갈 수록 사람들의 모습은 또렷해오고 생맥주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정다운 모습이 따스해 보인다.
기막힌 창조사업을 일군 "그분"은 어디에 계시는가?
한 오라기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 노래가, 내 기도가 높이 높이 올라 '그분' 대전에 다다르길 원한다. 세상일에 마음 쓰며 당신께 소흘했던 내 탄식도 함께...
인디언, 늙었지만 지혜로운 인디언 추장의 탄식이 가슴에 저려온다 자꾸만.... 시에틀, 오늘 밤 나는 꿈속에서나마 까마득히 먼 시애틀로 달려가겠지. 추장의 거칠어진 손을 맞잡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지. 자네가 무슨 영어를? 아니 인디언, 스우족의 말을 언제 배웠더냐고? 놀라지 말게. 자연을 사랑하고 한 가닥 바람에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우리가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을 절절이 타고 흐르는 그 무엇이, 마음의 고동을 느끼는 것 만 해도 우린 서로를 알거야, 암 알고말고.....
혹여 그대가 '시에틀의 잠 못이루는 밤 ' 을 기억해낼지는 몰라.
그건 추장이 우려했던 시에틀의 파괴된 모습을 이름 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