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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는 ‘강명관 교수와 함께 하는 유쾌한 조선 풍속 기행’이라는 문장이 작은 글씨로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성격을 설명하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지만, 이 표현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래전부터 서가에 꽂혀있었으나, 최근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이제야 비로소 읽게 된 책이다. 한문학 전공자로서 오랫동안 한문 자료를 섭렵했던 저자가 논문의 주제로 다루기는 적절치 않지만,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문학과 역사 분야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못하겠지만, 조선시대 문화사의 면모를 풍부하게 밝혀줄 수 있는 내용들만을 모아 엮은 내용이 바로 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논문을 쓰는데 당장 필요치 않은 그런 자료들’을 모아 두었다가, ‘잊혀진 조선 사람들의 역사를 위하여’ 엮어낸 책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도둑과 깡패, 노름판과 술집 등 시시한 주제’이지만, 어쩌면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그동안 공식적인 역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문화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조선의 뒷골목’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된다. 일찍이 서양사에서는 미시적인 주제를 통해서 역사를 다루는 이른바 ‘미시사’가 역사 연구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의 경우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 정도로 치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우리 학계에서도 미시사 또는 미시적인 주제를 다룬 인문학적 연구 성과가 제출되고 있으며, 그러한 결과물이 당대 역사를 보다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모두 10개의 주제를 포함한 목차에는 저자가 주목했던 존재들과 그들의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는 각각의 제목들이 제시되어 있다. 예컨대 ‘수만 백성 살린 이름없는 명의들 -민중의’나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된다 -군도와 땡추’ 등의 형식이라고 하겠다. 오늘날에도 사회문제로 끊이지 않는 ‘도박’과 조선 후기 빈번하게 내려졌던 ‘금주령과 주막’, 조선시대의 인재 채용 방식이었던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면모와 숱한 남성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감동과 어우동’ 등이 다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과거 합격자들이 거처하던 성균관을 위해 존속했던 ‘반촌’의 면모와 오늘날 이른바 깡패로 지칭될 수 있는 ‘검계와 왈자’에 대해서도 풍부한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화려한 치장으로 조선시대의 오렌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별감’과 주색잡기에 탐닉했던 이들을 지칭하는 ‘탕자’ 등 저자가 그동안 접했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조선시대 문화의 풍부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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