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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사인 저자가 의학사에서 빛나는 업적으로 남긴 의사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장기이식에서부터 백신 개발까지 세상을 구한 놀라운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의사로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이 그 대상이라고 하겠다. 최근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이 1년이 넘는 동안 세계를 휩쓸면서, 많은 이들이 의료인들의 역할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워 여론의 지탄을 받는 의료인들이 간혹 드러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자신을 희생해가며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지켜보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서 응급수송을 담당한 이들, 그리고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료인의 범주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확진자가 크게 줄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코로나19가 쉽게 잡히지는 않고 있지만, 분명히 의료인들의 노력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진심이 합해져 멀지 않은 시기에 코로나19의 종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년 여의 과정을 겪으면서, 의료인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데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깊이 깨닫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의사들'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책의 내용을 15개의 항목으로 구성하고 있다.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한' 의사인 크리스티안 바너드, 그리고 전쟁터에서 성형수술의 기초를 만든' 길리스와 매킨도 등의 의사들은 각 분야에서 최초 혹은 안정적인 수술 기법을 제시하여 의료의 발전에 기여를 했던 인물들이다. 해당 분야의 의료인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고 하겠다. 심장이식에 참여했던 조력자로서 헤밀턴 니키의 존재도 아울러 소개하고 있는데,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했던 흑인이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당시에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장기이식'을 가능케 한 알렉시 카렐, '소아마비 백신을 최초로 개발'한 조너스 소크, 수술 과정에서의 위생의 중요성을 인식해 '손 씻기의 중요성'을 설파한 제멜바이스 등도 저자가 의료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의료 현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손 씻기가 강조되는데, 과거에는 그렇지 못해 오히려 수술 현장에서 감염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지저분한 의사 가운을 걸치고 다른 수술을 하는 것이 의사들에게 훈장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을 때 더욱 신뢰받을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사례라고 여겨진다.
전쟁은 인류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수많은 환자들을 접하게 되어 의학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도 깨닫게 되었다. 전쟁터에서 환자 수송을 빠르게 하기 위해 '구급차'를 만들기도 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닥터헬기'의 운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혈액형을 발견하여 안정적인 수혈을 가능케 한 란트슈타이너, 당뇨병 치료의 열쇠를 발견한 프레데릭 벤팅, 수술실의 필수품인 보비를 개발한 윌리엄 보비, 위 내시경을 개발한 일본인 의사 우지 다쓰로 등의 역할도 간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살이 썩어 문드러져 과거 '문둥병'이라 불렀던 나병의 원인을 발견한 게르하르 한센으로 인해 지금은 나병을 그의 이름을 따서 한센병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여기에 최초로 전신마취에 성공한 윌리엄 모턴, 코로나19 국면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는 예방약으로서의 '백신'을 최초로 개발한 헌터와 제너, 뇌의 기능을 확인하고 '뇌 지도'를 작성한 펜필드, 그리고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엑스선을 개발한 뢴트겐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의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가운데 의학에서의 역할을 뛰어났지만, 특허권에 집착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서 결코 아름답지 못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의 업적을 서술하면서 긍정적인 역할도 적시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야기된 부정적인 면모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개발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반면, 권리를 독점하기 위해 소송도 불사햇다가 아름답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이들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재단하는 최근의 물질만능주의의 세태에 던지는 일종의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 읽는 이 책의 내용이 더욱 의료인들의 역할과 의미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한다. 일방적인 봉사와 희생만을 강요해서도 안 되겠지만,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의료인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야만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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