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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전남 교육청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전남독서토론 열차학교’의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절차라 하였다. 문학을 전공하는 나에게는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토론을 통해 평가를 해달라고 하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한 번 꼼꼼히 읽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당시의 학생들과 주고받은 내용은 이미 까마득하게 잊었지만, ‘어린 왕자’와 그의 행적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어린왕자가 우연히 만난 여우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말이다. 누군가의 기다림을 이렇게 멋진 표현으로 한 적이 있었던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그런 감성이 사라진 지 오래된 것 같다. 뱀과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어린왕자’는 그것조차도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고 표현을 하고 있다. 이미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던져주고 있다고 하겠다. 아마 다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과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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