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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다른 사람의 작품 일부 혹은 전부를 허락받지 않고 마치 자기의 것인 양 몰래 가져다 쓰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한다. 표절은 엄밀한 의미로 법적인 용어가 아니며, 이제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표절 작품들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표절에 대한 사회적 시간이 엄격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훔쳐 쓰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다양한 논문들이 다른 사람의 저작을 표절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도, ‘학계의 관행’이었느니 등의 이유로 그냥 넘어가려는 사례를 대포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도유망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오로지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던 자신의 삶이, 어느 언론사의 시민기자가 자신의 저서 일부를 그대로 베끼면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절 당사자는 인정을 했지만, 그 글을 기사로 올린 언론사로부터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적시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언론사의 사과를 바라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던 언론사의 태도에 맞서 싸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러한 부당한 일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마주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동안 그러한 이들을 무심하게 지나쳤던 과거의 행위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광장에서 마주친 다양한 1인 시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비로소 약자의 입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과 맞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절감하게 되었음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로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겠지만, 끝내 언론사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는 한편 그 동안의 사건 경위를 그대로 담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누군가는 저자가 겪은 일이 ‘1인 시위’를 할 만큼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투쟁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SNS나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글을 써서 남에게 알리는 것이 일상회된 만큼, 적어도 ‘표절’에 관대한 문화만큼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는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했다면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어느 정도의 기득권을 지닌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은 마치 ‘사소한 일’처럼 치부되고 있는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고 여겨진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이러한 투쟁이 1회적인 관심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약자와 소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공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남겨 알리는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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