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데기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 바다로 보내는 아이,
모두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모릅니다.
헤엄칠 줄도, 고기잡이할 줄도,
진주를 캐는 이는 진주 캐러 물로 들고
상인들은 돛 벌려 오가는데,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집니다.
그들은 남모르는 보물도 바라잖고,
그물 던져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깔깔거리고 소스라쳐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사람과 배 송두리째 삼키는 파도도
아가 달래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들려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길 없는 하늘에 바람이 일고
흔적 없는 물 위에 배는 엎어져
죽음이 배 위에 있고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텁니다.
(양주동 옮김)
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며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 짓고 빈 조개 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가랑잎으로 그들은 배를 만들고 웃음 웃으며 이 배를 넓은 바다로 띄워 보냅니다.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을 모르고 그물 던질 줄도 모릅니다. 진주잡이는 진주 찾아 뛰어들고 장사꾼은 배를 타고 항해하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다시 흩뜨립니다. 그들은 숨은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 던질 줄도 알지 못합니다. 바다는 웃음소리를 내며 밀려오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죽음을 흥정하는 물결은 아가의 요람을 흔들 때의 어머니처럼 아이들에게 뜻없는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놀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에서 울부짖고 배들은 자취 없는 물살에서 파선하고 죽음은 널려 있고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김병익 옮김) On the seashore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he infinite sky is motionless overhead and the restless water is boisterous.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with shouts and dances.
They build their houses with sand, and play with empty shells. With withered leaves they weave their boats and smilinglyfloat them on the vast deep. Children have their play on the seashore of worlds.
They know not how to swim,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Pearlfishers dive for pearls, merchants sail in their ships, while children gather pebbles and scatter them again. They seek not for hidden treasures,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The sea surge up with laughter,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beach. Deathdealing waves sing meaningless ballads to the children, even like a mother while rocking her baby´s cradle. The sea plays with children,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beach.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empest roams in the pathless sky, ships are wrecked in the trackless waters, death is aboard and children play.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in the great meeting of children.
이해와 감상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과 자연, 우주, 신과의 조화를 명상적인 시로써 표현하여 동서양 문단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던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작품이다. 이 시는 어린이들이 품고 있는 미지의 꿈만큼이나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서 꾸밈없이 천진스러운 몸짓으로 자유롭게 외치고 춤추며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바다는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는 곳이기도 하고, 죽음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욕(利慾)을 추구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주워 모은 돌조차 흩어버릴 정도로 욕심 없는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악한 바다도 잠시나마 그들과 더불어 놀기도 하며, 어렴풋한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동양적 예지와 여유가 산문에 가까운 유장한 호흡을 통하여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이 작품은, 인간은 오로지 대자연과의 친화와 합
일 속에서 동심의 세계에서와 같이 순수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신비롭고 영원한 세계의 표상이며, '아이들'은 그 '바닷가'와 조화롭게 살아야할 이상적 인간성의 상징이다.
신비롭고 영원한 대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영원한 꿈의 요람이요 이상의 세계라는 뜻이 내포된 이 작품을 통하여, 시적 자아는 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