厚顔無恥(후안무치)의 정치인
厚 : 두터울 후
顔 : 얼굴 안
無 : 없을 무
恥 : 부끄러울 치
厚顔無恥(후안무치) :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의 말로서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오히려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내로남불과 비슷한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는 속된 표현이 더 어울린다.
厚顔無恥(후안무치)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2000년 경 중국 하나라 계(啓)왕에겐 여럿 아들이 있었다. 그 중 맏이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 즐겼다. 끝내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나 비참하게 죽는다.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노래는 모두 서경의 ‘五子之家’ 편에 수록되어 있다. 그중 막내가 불렀다고 하는 노래에는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萬姓仇予(만성구여) 予將疇依(여장주의) 鬱陶乎(울도호) 予心厚顔有忸怩(여심후안유뉵니)
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 꼬, 답답하고 섧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누나.
위의 글 厚顔(후안)이 論語(논어) 爲政篇(위정편) 3장에 나오는 無恥(무치)와 만나 ‘후안무치’라는 복합명사가 된 것이다.
子曰(자왈) 道之以政(도지이정)하고, 齊之以刑(제지이형)이면 民免而無恥(민면이무치)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도하기를 법으로써 하고 가지런히 하기를 형벌로써 하면 백성들이 형벌만 면하려 하고 부끄러워함이 없을 것이다.”
道之以德(도지이정)하고 齊之以禮(제지이례)면 有恥且格(유치차격)이니라.
“인도하기를 덕으로써 하고 가지런히 하기를 예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함이 있고 또 善(선)에 이를 것이다.”
앞의 글 免而無恥(면이무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뒤의 글 덕과 예로써 백성들을 이끌면 백성들이 날로 改過遷善(개과천선)에 이른다고 여긴 것이다.
서경 ‘五子之家’편의 ‘予心厚顔有忸怩(여심후안유뉵니)’에서 忸怩(뉵니)는 無恥(무치)와 반대의 개념이다. 그런데 후안에다 무치를 결합시킨 복합명사 후안무치는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철면피의 의미가 된 것이다.
후안무치 하면 생각나는 정치인이 있다. 그 정치인은 아마 얼굴 두께를 자로 재면 소가죽 보다 두꺼울 것이다. 그 정치인이 국민에게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 중 세 가지만 소개하면 이러하다.
첫째, 국민들의 얼굴 두께를 두껍게 변화시켰다.
형수의 생식기를 칼로 찢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도 욕설로 여기지 않고 괴변만 늘어놓는 그의 태도는 외계인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처사다. 불륜을 하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현란한 말솜씨는 기능 올림픽 금메달감이다.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10원짜리는 욕의 범주에도 속하지도 않게 함으로써 욕의 수준을 높였다.
그런 까닭으로 일반인들도 웬만한 욕설은 듣고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게 면역성을 갖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얼굴 두께를 집단으로 두껍게 만들었다.
둘째, 지방자치 단체장들에게 검은 돈을 벌수 있는 묘책을 제시했다.
지방자치 단체장이 가지고 있는 인허가 권을 지방의 토호세력과 결탁하여 불법과 편법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편취한 후 그 검은 돈으로 정치적 기반을 만들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을 교사했다.
그 정치인이 실제로 행한 행동은 범죄 집단을 조직하고 카르텔을 형성하여 각각 역할을 분담하여 이익을 최대한으로 남긴 후 공로에 따라 지분을 나눠 가졌다. 공동으로 지출하는 경비는 ‘저수지’라는 가상 계좌를 사용하여 일정기간 운영하고 실제적인 돈의 배당은 공소시효가 끝난 후에 상계하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범법의 리스크를 줄이는 길을 모색했다.
셋째, 범죄 집단에게 사법 시스템을 누더기로 만드는 방법을 교사했다.
죄를 짓고 발각이 되면 일단 먼저 오리발을 내밀고, 증거를 인멸하고, 집단으로 입을 맞추고, 중량감 있는 변호사를 다수 선임하여 대비한다.
검찰 조사 때는 일방적으로 작성한 진술서를 검사에게 제시해 놓고 그것으로 가름한다는 말을 한 후 모든 질문에 묵비권으로 일관한다.
조사를 받고 나와서는 전혀 다른 사실을 말함으로써 국민을 현혹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범죄를 범하고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시그널을 다른 범죄자들에게 전함으로서 사회의 정의와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진주향교 외삼문에 ‘風化樓(풍화루)’라고 하는 현판이 걸려있다.
風化樓(풍화루)의 의미는 '풍속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또, 논어 안연편에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초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반드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게 된다.
해석하면 '군자의 덕으로서 일반인들을 교화한다'.는 의미다.
군자는 ‘義(의)’ 즉 정의를 가치로 여기는 반면에 소인은 ‘利(이)’ 즉 이익에 목숨을 건다.
군자는 ‘公(공)’ 즉 公共(공공)을 우선하는 반면에 소인은 ‘私(사) 즉 개인을 지극히 우선한다.
군자는 사물을 보는 시야가 넓은 반면에 소인은 시야가 좁다.
군자의 덕목을 오늘날 잣대로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것이 사회를 올바르게 지탱해 나가는 지침은 될 수 있다.
소이 말하는 소인배 정치가가 사회에 끼친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자라는 젊은 세대에게 사회규약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를 교사했고, 힘들게 일하는 근로의 가치보다는 편법을 써서라도 한탕주의가 오히려 더 유익하다는 유혹을 만연케 했다.
또, 잘못을 저지른 경우 반성하기 보다는 교묘하게 꾸며 국민을 호도하다가 그래도 잘 안 먹히면 남을 끌어안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물귀신 작전을 펼쳐 국민의 가치 판단 기준을 후퇴시켰다.
이들의 행동은 하는 일마다 전형적인 졸장부의 형태이다.
이런 때 일수록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철면피는 언제나 철면피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