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2
7.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줄거리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외 빈민 계층이다. 실날 같은 기대감 속에서 천국을 꿈꾸지만 통장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에 따른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면서 그들의 비극은 시작된다.
영수네 동네인 낙원구 행복동 주민들 역시 야단 법석이다. 그러나 낙원구 행복동 주민들 역시 극도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철거는 간단하게 끝나 버리고, 그들의 손에는 아파트 입주 딱지만 주어진다. 그러나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할 돈이 없는 행복동 사람들은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돈을 더 얹어 주는 거간꾼들에게 이 입주권을 판다.
그 동안 난쟁이 아버지가 채권 매매, 칼 갈기, 건물 유리 닦기, 수도 고치기 등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였지만, 그마저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어머니와 영수는 인쇄소와 제본 공장에 나가고, 영호와 영희는 학교를 그만 두게 된다. 투기업자들의 책략으로 입주권의 값이 오르고, 영수네도 마침내 승용차를 타고 온 사나이에게 입주권을 팔지만 명희 어머니에게 빌린 전세값을 갚고 나니 남는 돈이 없다.
영희는 아파트 입주권을 팔던 날, 자기 집 입주권을 사간 투기업자를 따라나섰고, 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그 남자가 자기에게 했듯이 그의 얼굴에 마취를 하고 가방 속에 있던 입주권과 돈을 가지고 행복동 동사무소로 향한다. 서류 신청을 마친 영희는 가족을 찾기 위해, 이웃에 살던 신애 아주머니를 찾아간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큰오빠 영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라고. <문학과 지성(1976)>
핵심정리 - 주제 : 도시 빈민의 고통과 좌절
등장 인물
* 아버지(난쟁이) : 변두리 생활로 전전.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사함.
* 어머니 :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어렵게 가계를 꾸려 나감.
* 큰아들(영수) : 산업화 사회의 최하위 계급에 속하는 근로자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러 공장을 전전함.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 고용주 측에 대항해 싸우다가 은강 그룹 회장의 동생을 죽이게 되어 사형 선고를 받음.
* 둘째 아들(영호) : 형과 함께 여러 공장을 다니다가 은강 전기 회사에서 연마(硏磨) 일을 함.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음.
* 딸(영희) : 팬지꽃의 이미지를 지닌 소녀. 아파트 입주권을 팔게 되자, 가장 소중히 여기던 자신의 순결을 팔아 입주권을 되훔쳐 옴.
연작(連作) 구성 : 뫼비우스의 띠 / 칼날 / 우주여행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육교 위에서 / 궤도회전 / 기계도시 /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 클라인씨의 병(甁) /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에필로그.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서, 특히 노동자의 현실 패배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소외된 도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 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측면들이 제시되어 있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만 호소력을 지니게 아니라 문학만이 가능한 정서적인 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실 제시라는 반영적(反映的) 기능과 암시와 함축이라는 정서적(情緖的)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가령,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꽃을 던지는 영희의 행동이 영호의 꿈속에서인지 실제로 그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팬지꽃과 폐수', '귀여운 소녀와 꽃을 버리는 행위'의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시적 호소력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의 중첩, 환상적인 분위기의 조성, 시점의 잦은 이동 등의 기법적 새로움과 함께 서정적인 아름다움까지 보여 준다.-김태형
연작이라는 <난장이…>의 장르상 특징 역시 주목을 요한다. 한국 소설사에서 1970년대를 기술하면서 연작이라는 양식을 언급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윤흥길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이문구씨의 <관촌수필> <우리 동네 0씨>와 함께 <난장이…>는 70년대 연작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단편의 기동성과 장편의 총체성을 결합한 연작으로서 <난장이…>의 성격에 관해 조세희씨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난장이 연작'은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놓았을 때, 그것은 분열된 힘들에 지나지 않았다. 나에게, 책은 분열된 힘들을 모아 통합하는 마당이었다. 나는 작은 노트 몇 권에 나뉘어 씌어져 그동안 작은 싸움에 참가한 적이 있는, 그러나 누구에게도 아직 분명한 정체를 잡혀보지 않은 소부대들을 불러 모았다'"
분열됐던 힘들이 모여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이 됐다는 것은 이 연작이 `난쏘공'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80년대 내내 대학가의 필독서였다는 사실에서 얼른 확인된다. - 글 최재봉, 사진 이정우․윤운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