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도 가을에는
바람도 가을에는
물감이 묻어 있나
가을 바람 불어오면
여름내 푸른 산들이
덩달아 바람을 따라
울긋불긋 물이 드네
* 겨울엔 나무도
나무도 겨울에는
추워서 울고 싶다
힘든 고개 넘어서면
봄이 올 줄 알기에
꿋꿋이 입을 다물고
견뎌내고 있는 거다
* 할머니의 짝사랑
손주가
보고 싶은
혼자 사는 할머니
음성이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해 보지만
한사코
대답이 없어
전화통을
안고 산다
* 동생에게 미안하다
엄마한테 꾸중 듣고
울고 있는 나에게
동생이 슬며시 와
손을 잡아 주고 간다
동생을 미워한 내가
쑥스럽고 미안하다
* 엄마와 우산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비 내리니
우산 준비 안한 아들
걱정하는 어머니
자신 몸 젖는 줄 모르고
교문 앞 지키고 섰다
# 엄마의 힘
엄마가 누워 있으니
집안이 적막하다
동생이 풀이죽고
아빠도 말이 없다
엄마의 사랑의 힘을
새삼 깊이 느낀다
# 산촌의 아침
초록빛
더해 가는
연악의 산촌 마을
바람도
숨죽이는
5월의 이른 아침
까치가
맑은 노래로
새 하루를 깨운다
* 얼음 이불
개울도 겨울에는
이불을 덮는구나
추위를 견딜 만큼
두터운 얼음이불을
그 덕에
물고기들이
포근히 겨울나네
# 가을 하늘
장마 갠
가을 오후
물보다 맑은 하늘
맑은 하늘
햇살 입고
반짝이는 산 빛 들 빛
새하얀
구름 몇 송이
산마루를 넘고 있다.
# 두꺼비
마른날
연못가에
숨어 살던 두꺼비들
비 오자
슬금슬금
마당으로 기어 나와
참아온
서러운 울음을
밤을 새워 울고 있다
# 청개구리나무
무더운
여름날에
두툼하게 껴입고
매서운 겨울에
훌훌 벗는 나무들
사람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청개구리
# 박꽃
오동나무 잎 사이로
귀뚜라미
우는 달밤
할아버지 코고시는
초가지붕
타고 앉아
천지가
제 세상인 양
환하게 웃는다.
# 자주달개비
풀빛 줄기 마디마디
앙증스런 꽃 주머니
자주빛 고운 꽃잎
수정처럼 맑은 눈빛
홍보석
이슬 머금고
수줍은 듯 웃고 있다.
# 고향말
서울 간
은주이모는
서울말을 하던데
복실이는
서울 오래 살아도
고향을 잊지 않고
멍멍멍
어릴 때 배운
고향말을 하고 산다
<참고>
자난 해
서울 간 이모는
서울말을 하던데
서울 사는
복실이는
자신의 마음을 지켜
멍멍멍
어릴 때 배운
고향말만 하고 산다
# 기다리기
따슨 햇살 몇 줄기에
봄이 온 줄 잘못 알고
개구리가 나섰다가
얼었가고 하네요
제 때를
기다려야지
그 동안을 못 참고
<참고>
겁 없이 나섰다가
혼이 난 게 많네요
# 봄비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는 손님처럼
실비가 느실느실
소리없이 내리더니
잠자던
산천초목이
앞을 다퉈 깨어난다
# 봄소식
이리 같던 날씨가
양처럼 순해졌다.
겨울이 되돌아 온 듯
눈까지 내리더니
오늘은
맑은 햇살을
화사하게 붓는다
겨우내 눈바람에
힘겹던 나무들도
얼룩진 기억들을
훌훌히 털어내고
연초록
고운 잎들을
파릇파릇 피운다.
# 풍성한 가을
서릿바람 불어오니 가을이 한창이다
발갛게 익어가는 달콤한 홍시 맛에
까치가 먼저 달려와 마수걸일 하고 있다
밭에는 키다리 수수가 고개를 숙이고
논에는 곳곳마다 풍성한 황금 물결
참새도 배가 부른지 점잖게 날고 있다
# 우는 나무
매서운 겨울 되면
옷 입어도 추운데
알몸으로 서 있자니
얼마나 더 힘들까
광풍이 거세게 불면
못 참고서
윙윙윙
# 새들의 노래
참새는 짹 짹 짹
까치는 깍 깍 깍
엄마에게서 배운
그 노래만 부른다
앵콜을
요청해 봐도
그 노래만 부른다
# 봄바람 편지
따뜻한 바람이
봄 편지를
보내왔다
살며시 끈을 풀자
꽃향기가
쏟아졌다
이제 곧
나비가 춤추며
팔랑팔랑 날겠다
# 홍시 1
붉은 감이 익어가는
게절이 다가오면
텃밭에서 장대로
홍시를 따 주시던
따뜻한 할아버지 얼굴이
가득히 떠오른다
# 홍시 2
홍시되면 따 먹자던
엄마의 눈길이 머문
고향집 텃밭에서
가지째 꺾어 온 감
흰 벽에 매달려 있어
유난히도 붉구나
# 추석 송편
추석 전날 밤 되면
온가족이 둘러 앉아
정성으로 송편 빚어
함께 나눠 먹었는데
요즘은
떡집 송편으로
명절을 지내고 있다
솔잎 깔고 가마솥에 쪄서
후후 불어 먹던
따뜻한 정 넘치는
추석송편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된지 한참이다.
&
할머니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 낮달
어둔 밤 밝히느라
잠 한 숨 못 자고
해 밝은 낮에는
희미하게 졸고 있네
아득한
그 세상에는
쉬는 날도 없다는데
# 가을 소리
시끄러운 세상 일을
저만큼 던져 두고
조용히 숲에 들어
낙엽길을 걸어가면
가을이
여무는 소리가
발 아래서 들린다
# 그리운 성탄절
밝아진 세상에 가려
조용해진 성탄절
별빛도 조는 새벽
아득한 종소리가
잠자던
향수를 깨워
눈시울을 적신다
# 그리운 아버지
애오라지 자식 위해
헌신해온 아버지
고단했던 당신 삶을
조용히 떠올리면
슬며시
눈 언저리가
촉촉하게 젖는다
# 가을
가을이 깊어가면
세상이 단풍빛으로 물들고
숲으로 찾아오는
바람의 발걸음에도
사랑을
일깨워 주는
그리움이 묻어 난다
카페 게시글
내 방
동시조 (11ㅡ22)
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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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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