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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8일 월요일 순례 1일 차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방을 봤는데 슬리퍼를 챙기지 않은 게 생각이 나서 챙기고 아침밥을
먹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례를 가는 게 내일이 아닌 것 같았었다. 그런데 아빠한테 나오라는 전화가 오고 엄마가 나가자는 말을 듣고 실감이 났다. 우리 집 정자 앞에 아빠 차가 왔고 엄마를 한 번 꼭 안아 주고 차에 탔다. 일평과 머리카락 색이 갈색이 된 지영이 언니가 있었다. 10시 15분쯤 순천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설린이언니, 재민이, 후마 빼고 순천에서 광주 가는 탔다. 10시 15분에 출발해서 1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그리고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고 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영풍문고에 가서 구경하고 일평이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그리고 2시 40분에 버스 시간이 돼서 광주에서 담양 가는 버스를 타고 3시 30분쯤 도착했다. 담양에 도착해서 후마차에 일평, 경원, 상율, 지안, 민재, 타고 오고 빛나는 차에 민지, 은지, 하진, 석영, 나 이렇게 타고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에 계곡이 있는데 상율, 재민, 민재는 계곡에 들어갔다. 나는 발을 담갔는데 엄청 차가웠다. 저녁은 (우리조 기준) 밑반찬과 밥을 먹었고 엄청 털이 복슬복슬 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왔다,
2023년 5월 9일 화요일 순례 2일 차
오늘 추워서 5시 30분에 일어났다. 어제 3겹이나 입고 잤는데도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잤다. 아침에 용소에 갔다. 그리고 아침으로 누룽지 먹고 점심 도시락을 싸고 9시 50분 쯤 출발했다. 오늘 처음 걷는 거라 아주 조금 걱정 했는데 오전에는 별로 안 힘들었다. 강 길을 가는데 일평이 길을 조금 헤맸지만 길을 잘 찾았다. 후마를 만나고 조금 더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전엔 15킬로 걸었다. 점심 먹고 1시 40분에 출발했다. 오후에는 힘들었다. 중간쯤 가서 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 오셔서 엄청 기뻤다. 그리고 2시간 30분쯤 더 걸어서 엄청 힘들 때 도착했다.
화장실이 호화로운 곳이라고 했는데 몰도 안 나와서 호화롭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도착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어 텐트를 치고 다 같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
2023년 5월 10일 수요일 순례 3일 차
오늘 5시 30분에 일어났다. 어제는 내복을 입고 자서 더 잘 때 따뜻했다. 옷을 입고 밖에 나와서 어슬렁거리다가 개밥(?) 같은 시리얼을 먹고 텐트를 접은 다음에 7시 40분쯤 출발했다. 5.5 ~ 6킬로 정도 걸어서 궁전온천에 도착했다. 씻고 11시 10분에 나왔다. 계속 못 씻어서 찝찝했는데 씻고 나니까 개운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미소 댓잎 국숫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양이 많아서 맛있었지만 먹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와서 앞에 있는 냇가 너머에 있는 나무 대크에서 쉬고 1시에 출발했다. 중간에 쉬는데 갑자기 상율이 오빠가 풀숲에 엎드려서 누어서 10분 정도 안 일어났다. 그래서 아픈 줄 알고 엄청 걱정했다. 그리고 상율이 오빠는 약 먹고 괜찮아져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 쉬는 곳에서 다 꾀병이라고 했다. 그냥 걷기도 싫고 일평한테 도발하려고 한건데 일이 너무 커져서 약도 먹었다고 했다. 이때까지 자기가 꾀병 부린 걸 믿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어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이 사무실은 후마가 미향 이라는 식당에 가서 5.18 참배하러 중학생들이 걸어왔다고 하니까 미향 사장님이 사무실 주인분께 물어보셔서 오늘 이 사무실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밥이랑 국만 해서 반찬이랑 먹었다. 그리고 설거지하고 마무리 모임 하고 지금은 쉬고 있다.
2023년 5월 11일 목요일 순례 4일 차
오늘 6시에 일어나서 짐 정리를 하고 사무실 청소를 했다. 아침은 멸치볶음과 남은 반찬들을 해치우기 위해 누룽지를 먹었다. 아침을 다 먹고 뒷정리를 한 다음에 가방은 사무실 앞에 두고 국립 5.18 민주 묘지에 갔다. 먼저 전시관에 가서 보고 마지막에 포스트잇에 글을 적고 붙이고 왔다. 그리고 내가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 곳에 갔다가 신 묘지에 가서 목강 아버지를 뵙고 구 묘지에 가서 후마 얘기를 듣고 구 묘지를 둘러봤다. 묘지 비석에 있는 문구가 아름다웠지만 슬펐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시도 다 읽어 봤는데 거의 다 슬펐다. 다 둘러보고 5.18이라는 주제로 백일장을 했다. 에세이 하나와 시 한 편인데 나는 시 읽느라 시간이 없어서 시를 못 썼다. 8학년, 마을인생, 7학년, 9학년 순으로 했다. 정말 다 글을 다 잘 썼다. 나는 다 좋았지만 하진이 오빠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일장을 하고 어제 우리가 잔 곳을 알아봐 주신 미향 식당 사장님 집에서 밥을 먹었다. 어제 쓴 롤링페이퍼를 드렸는데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하셔서 엄청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미나쌤 집까지 걸어갔다. 중간에 정지에서 쉬려고 왔는데 어떤 집에 아기가 보여서 인사를 하고 다들 물을 먹으면서 시원한 물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인사 했던 아기의 엄마가 시원한 물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셨다. 다들 눈치 보다가 괜찮다고 하고 아기 엄마가 들어가셨는데 누구랑 누가 왜 거절했냐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셨는지 2리터짜리 페트병에 시원한 물을 가득 담아주셨다. 주신 물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꽃집 앞을 지나는데 누구랑 누가 미나쌤 꽃 사다 드리자고 해서 수국을 샀다. 소피움 거의 근처에 왔는데 미나쌤이 수업 중이셔서 놀이터에서 놀다가 소피움에 왔다 .여자들은 미나쌤 집에서 짐을 풀고 남자들은 소피움에서 짐을 풀었다. 씻고 고기산(?)을 먹고 책을 읽었다.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순례 5일 차
오늘 6시 15분에 일어나서 씻고 짐을 챙겨서 소피움에 갔다. 그리고 아침으로 빵이랑 우유를 먹고 도시락으로 밥을 쌌다. 그리고 미나쌤한테 인사를 드리고 목강과 버스를 타러 갔다. 서영이 언니랑 하진이 오빠는 집에가야 해서 목강과 우리와 다른 버스를 탔다. 우리는 29번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쯤 타서 도산동에 내렸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걸어갔다. 한... 10킬로 걷고 정자에서 고기 남은 걸 구워 먹고 30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몽피집 거의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1,000원 이하로 사 먹었는데 나는 민재랑 1+1 하는 사이다를 먹었다. 그리고 어떤 마트에 가니까 몽피랑 옆에 몽피 친구분이 갑자기 프로미스나인 야냐고 하셔서 지영이 언니가 안다고 하고 프로미스나인 멤버 이름을 다 말했는데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그리고 어떤 마을 창고? 공간? 에 와서 짐 풀고 골프카 타고 하우스 가서 놀고 저녁으로 김치찌개 먹고 하우스 가서 거위 밥도 줬다. 거위가 화내서 무섭다. 그리고 골프카도 타고 정말 재밌다.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순례 6일 차
오늘은 23킬로를 걸었다. 어제보다 많이 걸었는데 오늘은 별로 안 힘들었다. 아마 날씨 때문인 것 같다. 오전엔 바람도 안 불고 해도 엄청 쨍쨍했는데 점심 먹고 2시쯤 출발 할 땐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걷기 편했다. 오늘 대충 5시간 중 4시간 30분 정도는 침묵한 것 같은데 예전엔 말 안 하면 조금 심심했는데 천.지.인 오고 나서 괜찮아졌다. 그래도 순례 처음엔 침묵 하는 게 아주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침묵하는 것도 괜찮고 혼자 걷는 것도 재밌다.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오늘 5시 5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아침 먹고 7시 30분쯤 출발했다. 오전엔 계속 1등으로 걸었는데 뒷사람이 올 때까지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오전엔 17킬로 걷고 12시 30분에 어떤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2시에 출발했다. 그리고 11킬로 걸었다. 중간에 후마가 쭈쭈바
사 오셔서 먹고 4킬로 정도 더 걸어서 청호교회에 도착했다. 엄청 작은 교회인데 목사님이 맞이해 주셨다. 들어가서 여자애들은 주방에서 씻고 남자애들은 밖에서 씻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라면 끓여 먹고 있었는데 조은호 목사님과 나타샤가 오셔서 순대를 주시고 목사님 따님이 빵과 주스를 주셔서 먹을 게 넘쳐난다. 오늘 28킬로 정도 걸었다. 30킬로 걷는다고 했는데 30킬로 못 채워서 조금 불편하다.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순례 8일 차
오늘 6시 50분에 일어났다. 짐을 싸고 있었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어제 잘 잤냐고 하시고 이것저것 챙겨 주셨다. 그리고 아침으로 어제 목사님 따님이 주신 빵과 우유를 먹고 8시쯤 출발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걷기 편했다. 오늘이 마지막 걷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집에 가서 좋기도 했지만 조금 아쉽다. 걷는 건 힘들지만 같이 노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좋다. 영산강 하구둑 가는 3킬로 전에 비가 왔다. 순례 가서 비 맞으면서 걷는 게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하구둑 도착했을 때 뿌듯했다. 그리고 조은호 목사님 만나서 점심 먹으러 보리밥집에 갔다. 작년에 엄청 맛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엄청은 아니었다. 그리고 세월호 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야기만 듣다가 실제로 보니 세월호라는 사건이 나에게 더 다가왔고 슬펐다. 이번 순례 때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을 2개나 배웠다. 그리고 오늘도 목욕탕에 갔다. 이번엔 냉탕에도 들어갔는데 정말 차가웠지만 개운했다. 목욕탕에서 순례하는 거 대단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어깨가 올라갔다. ㅎㅎ 그리고 중국집에 가서 밥 먹고 요트 타러 갔다. 오랜만에 오두막도 만나서 반가웠다. 작년에도 탔는데 엄청 설랬다. 엄청 분위기도 좋고 해 지는 것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고 노래도 틀어져 있고 완전 좋았다. 그리고 오늘 스승의 날이어서 후마 깜짝 파티도 해 드렸다. 원래는 요트에서 자기로 했는데 나는 가만히 있는 요트를 타니까 엄청 울렁울렁해서 석영이 오빠랑 후마랑 사무실에서 자기로 했다. 사무실은 노래방이 없는 것 빼면 다 좋다.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순례 9일 차
오늘 6시 3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시리얼과 우유를 먹고 텐트를 햇빛에 말려서 닦고 다시 넣었다. 그리고 걸어서 김대중 노벨상 기념관에 갔다. 작년에 가서 기억은 났지만 처음 와보는 곳에 온 느낌이었다. 보고 나서 어떤 시장 안에 있는 백반집에 갔는데 반찬이 정말 많아서 뭐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었다. 열심히 먹었는데도 반찬이 많이 남아서 아까웠다. 그리고 시장 구경을 했는데 할 게 없어서 5바퀴 정도 돌고 일평이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근대 역사관 1관을 보고 2관을 갔다. 1관은 작년에 갔는데 2관은 처음이었다. 근데 피곤해서 거의 사진만 봤다. 다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숙소에 왔다. 오는 길에 버스에서 자서 안
피곤해졌다. 나는 지영이 언니랑 지안이랑 방을 같이 쓴다. 내일 집 가서 정말 좋다.
2023년 5월 17일 수요일 순례 10일 차
오늘 아침에 7시 10분에 일어났다. 짐을 챙기면서 오늘 집에 간다는 게 정말 기뻤다. 아침은 시리얼과 우유를 먹었다. 그리고 8시 30분에 밖에 나와서 일평, 경원, 지안, 나 빼고 다 차에 타고 우리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눈을 감았다 뜨니까 순천이였다. 그리고 아랫장에 가니까 다 와 있었다. 그리고 각자 10,000원씩 받아서 밥을 먹으러 갔다. 나는 삼 형제 (상율, 재민, 민재 )랑 두더지랑 국숫집에 가서 메밀소바를 먹었다. 그리고 11시 40분에 모여서 12시쯤 출발했다. 나는 걷는 동안 순례를 되돌아봤는데 순례하는 동안 잘 지낸 것 같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가다가 오하이오 집 앞에서 쉴 때 요코가 물도 주시고 토마토도 주셔서 감사했다. 우리 집에서 학교 가는 언덕에서 모여서 잠깐 이야기하는데 일평이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 주지도 말고 쿨한 척하라고 했는데 학교 앞에 왔는데 박수쳐주고 노래 부르고 하니까 엄청 부끄러웠다. 근데 왜 부끄러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동그랗게 모여서 순례 소감 이야기하고 사람들이랑 인사하는데 정말 반가웠고, 순례하면서 보고 싶긴 했지만, 엄청 보고 싶지는 않았던 혜민이가 엄청 반가웠다. 그리고 나에게 돌아올 곳이 있고 돌아오면 나를 반겨줄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내 팔에 경계선이 생긴 게 계속 신경 쓰인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집에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백일장
나는 역사를 보고, 배우고, 느끼며, 작년까지는 그냥 무섭고 나와 나의 가족, 친구들은 이런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 안 아주 작은 생각 속에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내 두려움 속에 다 묻혀 버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난 나에게 큰 두려움이 찾아오면 이불, 옷장 속에 숨기 차 타고 도망가기 등 내 살길 찾기 바빴던 것 같다. 근데 올해 역사 수업을 듣고 예전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오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내가 5.18을 이 정도로 깊고 자세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게 정말 죄송했다. 이분들이 이렇게 용기를 내어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좋게 살고 있지 않을 텐데 나는 왜 내 일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됐다. 나는 앞으로 광주 사람들이 지켜주신 이 세상을 고맙게 생각하며 힘껏 살아가야겠다.
시
추움
추움이 나를 잡으러 온다.
나는 추움에서 도망치려고
열심히 침낭으로 숨었지만
결국 추움은 나를 잡았다.
책 읽기
책을 읽으면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다.
아! 이건 현실이 아니지!
걷기
해는 쨍쨍
바람은 쌩쌩
땅은 평평
나는 터벅터벅
해
해는 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돌아올 곳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나에게 있는 이 모든 것을 나는 고맙게 여기자.
첫댓글 참 대견한 선민.
침묵도 즐길줄아는 성장한 선민이가 참 대견.
해는 지는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같은곳을 다녀와도 모두가 다른 감정을 겪은듯해 흥미롭네요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