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동 우체국 황 규 관
내가 너에게 편지 부치러 갈 때 한가한 우체국 입구에 나와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인사하던 우체국장 아저씨 꼭 나의 비밀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뚱뚱한 우체국 아가씨가 볼까봐 얼른 편지를 부치고, 그리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내 뜨거운 편지가 지구를 삼천댓 바퀴 돌다 도착했으면 싶었다 사랑한다는 구절에 세월의 곰팡이가 슨 채 이쁘게 늙은 너의 손주 손에 배달되어 노인대학 야유회 간 너를 기다리든지, 아니면 먼지가 더께로 낀 너의 창문을 기웃거리다 수취인 불명이 찍혀 바람이 내 무덤 앞 넓적바위에 일몰 직전 햇살처럼 쓸쓸히 반송해주길 나는 정말 얼마나 꿈꾸었던가 셔터가 내려진 철산3동 우체국 어둠속에서 넋없이 바라보다 돌아선 날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십억 광년쯤 떨어진 별에 들렀다 갈 편지를, 너에게 쓰기로 했다 |
첫댓글 편지를 부치고 후회해 본적이 있나요?
저도 그런 적이 한번 있었지요
사랑 편지는 아니고 부탁하는 편지도 아니고
속절없이 내 마음을 적어보낸 편지가 부끄럽고
내 속을 들켜 버린것 같아 후회를 하였지요
그런 친구가 지금은 곁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