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 《한국 진달래 오라》, 하움출판사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22]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강효백 교수가 《한국 진달래 오라》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표지에는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일본 무궁화 가라’가 적혀있고, 또 표지 윗부분에 ‘어느 경솔한 자가 진달래를 놔두고 궁벽한 무궁화를 조선의 꽃이라고 불렀는가’라고 적혀있습니다. 표지에 적혀있는 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강 교수는 ‘일본 무궁화를 왜 우리나라 국화로 하느냐? 그보다는 한국 진달래를 국화로 해야 한다’라고 목청껏 부르짖고 있습니다.
▲ 《한국 진달래 오라》, 강효백 , 하움출판사
그렇습니다. 무궁화는 일본 열도 전체에 자생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금북정맥 이남에서만 자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일본에는 무궁화에 대해 많은 자료가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강 교수는 이런 무궁화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고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국화로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전에 펴낸 책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자세히 얘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는 책의 끝에 그럼 무궁화 대신 어느 꽃을 국화로 봐야 할지에 대해 여러 후보 꽃을 들면서 그 가운데 진달래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했습니다. 그렇게 강 교수는 그 책에서는 진달래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책을 마무리했음에 반하여, 이번 책에서는 진달래가 왜 우리나라 국화가 되어야 하는지에 집중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니 한반도를 진달래가 둘러싸고 있네요. 그리고 만주에 큰 진달래가 그려져있고, 제주도뿐만 아니라 대마도로 짐작되는 섬에도 작은 진달래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진달래 자생지가 이렇게 넓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속마음으로는 이렇게 진달래가 피는 만주와 대마도도 원래 우리 영토라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강 교수는 책 머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진달래는 수많은 선배 학인들이 나라꽃 제1순위로 손꼽아 온 꽃이다. 진달래의 속성은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꽃이라는 데 있다. 진달래는 치열한 생명력을 수반한 봄과 함께 죽음의 겨울을 이기고 온 부활의 힘을 상징한다. 특히 일제 식민 통치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원형적 상징이 증폭된다.”
그래서 강 교수는 무궁화 대신 한민족 얼의 상징 진달래를 대한민국의 진짜 나라꽃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머리 마지막은 ‘2023년 2월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영고삼 문협, 강효백’이라고 매듭을 짓습니다. 그런데 영고삼과 문협에 대해 주를 달아놓았네요. ‘영고삼’은 강 교수의 별호로서 ‘영원한 고3’처럼 열심히 공부하다 죽을 각오라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문협(文俠)’은 강 교수의 필명이자 호로, 검 대신 필을 쥔 협객처럼 살겠다는 뜻이랍니다. 하하! 재미있는 별호와 필명이네요.
그래서 추천사를 쓴 맛컬럼니스트 황교익은 강 교수를 별종의 지식인에 속한다면서, 인간의 역사는 대체로 이들 별종의 지식인에 의해 조금씩 새로워진다고 합니다. 저는 특히 ‘영고삼’에서 웃음을 지으면서도 강 교수의 굳은 의지를 읽게 됩니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정기를 살려내기 위하여 법무대학원의 교수가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에 이처럼 미친 듯이 파고드는 것이겠네요.
그러면 왜 진달래가 무궁화 대신 국화가 되어야 하는지 강 교수가 말하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강 교수는 책머리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야생 진달래가 수백만 주임에 반하여 야생 무궁화는 단 1주도 없다고 합니다. 그 대신 일본에는 야생 무궁화는 수십만 주임에 반하여 야생 진달래는 단 1주도 없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무궁화 대신 진달래가 국화가 되어야 함을 웅변적으로 말해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궁화에 대해서는 전래 설화가 없음에 반하여 진달래에 대해서는 ‘백두산의 진달래’와 ‘나무꾼과 진달래’ 등의 설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서에 무궁화에 대해서는 나와 있는 것이 그야말로 한 손에 꼽는데, 진달래에 대해서는 이보다 훨씬 많이 나오며, 또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에 진달래가 나오는 때는 태평성대였다고 합니다. 예를 하나 들면 고려사 충렬왕 6년 3월 15일 기록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충렬왕이 본궐에 행차하여 장경도량을 열었다. 전각 뒤에 진달래가 활짝 핀 것을 보고 4운시 1편을 짓고, 사신 백문절과 반부, 곽, 민지 등 18인으로 하여금 화답 시를 지어 올리게 하였다. 화답 시에 기분이 흡족해진 왕이 투옥되었던 감찰사 관리들을 석방했다.”
그리고 경복궁에 자경전이라고 대원군이 대왕대비 신정왕후 조 씨의 침소로 지은 전각이 있지요? 자경전 꽃담에는 진달래도 새겨놓았답니다. 저도 자경전 꽃담은 여러 번 보았지만, 진달래 생각은 못 하였는데, 다음에 가면 진달래를 찾아봐야겠군요. 또한 예로부터 봄이 오면 여인들은 화사한 개울가나 산자락에 나와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으며 화전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봄이 오면 진달래로 빚은 술 두견주를 즐겨 마셨지요.
그뿐인가요? 무궁화에 대한 노래, 그림 등은 찾아볼 수 없음에 반하여, 진달래를 노래한 민요, 시, 그림 등은 얼마나 많고요! 조선시대 그림에 나타난 꽃들을 보니 진달래가 5위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보다 순위가 앞선 매화, 국화 등은 사군자를 즐겨 그리는 선비들 영향이고요. 단 무궁화를 읊은 한시가 9수가 있기는 한데, 이는 모두 중국의 한시를 인용한 것입니다.
이에 견줘 무궁화에 대한 일본의 시, 그림 등은 너무도 많습니다. 심지어 일본에는 무궁화 천신을 모시는 신궁도 있고, 무궁화 지장보살을 모시는 절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태어난 지 33일 된 아기를 안고 신사참배하는 ‘오미야마이리’, 3살(남녀 공통)과 5살(남아) 그리고 7살(여아)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신사 참배하는 ‘시치고상’, 남자 25살와 42세 살, 여자 19살과 33살에 액땜을 위해 신사 참배할 때 남자는 무궁화 무늬 하오리와 훈도시, 무궁화 게다를 신고, 여자는 무궁화 무늬 기모노와 헤코오비, 내의를 입고 참배하는 풍습이 아직도 널리 행해지고 있답니다.
어떻습니까? 강 교수의 이전 책 《무궁화의 두 얼굴》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예가 담겨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무궁화 대신 진달래를 나라꽃으로 해야 할 충분한 까닭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이없게도 ‘빨갱이 공포증(레드 콤플렉스)’에 걸린 어떤 이들은 진달래가 빨간 꽃이라 북한의 꽃 아니냐고 한다는데, 북한의 국화는 함박꽃나무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야생하지도 않고 벌레들이 지저분하게 끼는 무궁화, 우리나라 역사, 민속에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 무궁화보다는 하루빨리 진달래가 나라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강효백 교수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치면서, 강 교수님이 인용하는 유주현 소설가의 <진달래> 예찬을 음미하면서 제 글을 마칩니다.
“국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민족과 가장 친근하고 그 강토에 가장 많이 피고 그 인심에 좋은 면으로 큰 영향을 주는 고유의 꽃이 있다면 그것을 나라꽃이라 해서 무방하지 않겠는가? 이 나라에 나라꽃이 있다면 진달래일지도 모른다. 이 땅의 어디를 가거나 봄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면서 그 생김새가 겸손하고 그 빛깔이 우아하고 아이들에게 정서를 심어주며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며 먹으면 약이 되고 보기에 기품이 있으며 만산을 물들였을 때 평화를 상징하는 꽃, 그것이 진달래라면 그게 바로 나라꽃이 아니고 뭐겠는가. 북으로 갈수록 철이 늦었다. 서울 근방에는 진달래 철이 이미 지났지만 평안도에 접어서니까 산에 산에 그 진달래가 한창이어서 언덕마다 골짜기마다 그 부드러운 빛깔 담홍이 타고 있었다.”
첫댓글 저도 진달래를 국화로 한다는데
한표! 찍겠습니다. ^^
그런데 무궁화만큼 오래 볼 수 없는 게 아쉽지요.
영산홍이나 철쭉보다 훨씬 맑고 연한 꽃잎이 은은해서 저도 좋아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