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상자 시론(詩論) 함 민 복
종이상자가 납작하게 접혀 있다 종이상자는 겸손하다 물건을 담기 전 자신의 모습을 내세우지 않는다 종이상자에도 글씨가 있다 글씨가 내용이 되지 않고 내용물을 대변한다 주로 질 낮은 종이로 만든다지만 파도 모양 골판지로 음양의 힘을 깨치며 중심에 어깨 맞댄 비움의 뼈대를 촘촘히 채운다 종이상자는 나란히 연대하고 차곡차곡 공간을 절제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시(詩)가 더 깊은 시라면 종이상자는 과묵한 시집이다 나무처럼 우직한 시인이다 |
첫댓글 상자 하나도 시인은 그 속까지 써내려 가는 것이 시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