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이후 오고 있는 것 김 승 희 천지창조 이후 '이미'와 '아직'은 단 한 번도 서로를 만난 적이 없다, 오직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천지창조 이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이미와 아직이 만나는 꿈으로 밤을 새워 울었다, 벽을 치며 울었다, 일찍이 이미와 아직만큼 더 먼 거리는 없었다. 천지창조 이후 아직은 이미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는 아직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미는 아직을 보지 못하고 늘 먼저 죽었고 아직은 늘 너무 늦게 홀로 와서 화엽불견초(花葉不見草)…… 한 줄기에서 나왔지만 서로 보지 못하는 잎과 꽃처럼 그렇듯 아직은 언제나 밀애를 키우고 네가 고개를 숙이고 구근을 심으려고 언 땅을 한사코 숟가락으로 파내고 있을 때에도 네 등 너머, 저기 어디, 미래는 그렇게 밀애의 힘으로 남몰래 수레를 밀며 오고 있는 것이다 |
첫댓글 이미 시작된 그것과 아직 보지 못한 이후의 세계를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행렬도 끝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