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우주가. 우주가 우리에게
우리는 어딜 가야겠다 마음먹으면, 무의식적으로 다리가 움직인다. ‘오른쪽 다리를 움직인 다음, 왼쪽 다리를 움직여야지.’라고 걷기를 계획하지 않아도 이미 그곳을 향해 걷고 있다. 참 놀랍지 않은가? 원하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고,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신비함은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주의 눈으로 본다면, 이 같은 생명현상은 아주 독특하고 놀라운 사건이다.
현대 과학의 발견으로 인간은 자신이 별의 자손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별의 죽음으로부터 왔다. 별의 내부에서 또는 별이 죽는 순간 생긴 원소로 만들어진 우리는 별의 조각이다. 하지만 우리를 이루는 원소만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진화를 거쳐왔다. 생명은 자신의 환경에 맞게 진화를 거듭해 왔고, 자신의 기억을 DNA에 새김으로써 후세대에 전달했다. 그렇게 수많은 생명의 기억과 배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우리는 생명의 나무 가지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다. 바다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를 산소로 채워주어 모든 생명이 호흡할 수 있게 한다. 보이지 않는 작은 플랑크톤이 있기에 나는 지금 숨을 쉬며 살 수 있다. 모든 생명이 어울려 살도록 진화했기에 나는 지금 지구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선택은 다른 생명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다. 많은 걸 생산하고 과도한 에너지를 쓰는 인간종은 다른 생명의 몫을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터 그 자체를 파괴한다. 그 결과, 행성 지구에 과부하가 왔다.
우주에서 우리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구와 생명의 눈으로 본 인간은 소비자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인류는 산업혁명 후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 억 년에 걸쳐 땅 밑에 감춰둔 탄소를 꺼내어 대기로 돌려놨다. 그로 인해 생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이제 인간 삶까지 위협한다. 인류는 스스로 일으킨 자연재해 앞에 두려워하고 있다. 인간은 새로운 삶터가 될 행성을 찾겠다고 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어디에 속해있고, 어떻게 속해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두려움 가득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지혜로운 방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구에서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았으며, 우리와 같은 시행착오를 했던 먼 조상인 공룡으로부터? 덩치가 큰 초식공룡은 하루에 1톤씩 나무를 먹으며 숲을 파괴해갔다. 그러던 중 운석 충돌로 기후가 급격히 변하며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 거대공룡은 멸종한다. 그런데 몇몇 공룡은 몸집을 줄이고, 뼈를 텅 비워 포식자가 없는 하늘로 향했다. 이들은 열매를 먹고 지구 곳곳으로 씨앗을 날라줬다. 드디어 식물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되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 위기 앞에 자그마한 새가 된 커다란 공룡처럼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런 삶을 사는 새로운 문명이 생겨난다면, 지구도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 살아갈 우리는 우주의 광활한 교향악과 협연하여 활기찬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우주는 우리를 품어왔다. 우리는 매 순간 숲과 바다가 내뿜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태양에너지가 담긴 밥을 먹는다. 광활한 우주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우주로부터 생겨난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우주를 품는다. 우주가 우리를 품고 우리 역시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우주를 품는다. 지구를 살리고, 동시에 우리를 살리는 힘은 이와 같은 우주 속 우리의 존재를 아는 것으로부터 생겨날 것이다.
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글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함께 써주신 우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