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의 눈으로 그대를 지켜봄은
펑크난 나의 일상 구부러진 좌표 속에
일몰이 가져다주는
알 수 없는 공포 때문
무심코 돌려 대는
볼트와 너트처럼
나는 조이고 있다
때로는 풀리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아픔에
벼랑을 딛고 섰다
♠ 제목부터가 다릅니다. 기계문명의 폐해를 직시하고 그것을 두 수의 시로 만들었습니다.
자동차를 손수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난감한 일을 겪게 마련입니다. 일몰 무렵 외진 곳에서 펑크났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알 수 없는 공포 이상일 수도 있겠지요.
시인은 남다른 시각으로 생태적인 관점에서 쓴 시를 다수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이 <볼트와 너트의 시>는 주목할 만합니다. 좌표를 잃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접합니다.
자신의 의도나 행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겪게 되는 어떤 사태 앞에 우리는 당황할 때가 적지 아니 합니다. 그렇지요. 현대인들은 그 누구든지 늘 크고 작은 위기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조이고 풀립니다. 그것이 때로 극단의 지점, 벼랑을 딛고 서게 합니다. 위태롭습니다. 벼랑 끝에 다다랐을 때 그것을 극복할 길은 없을까요? 어떤 대처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하겠지요.
뜻밖의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헤쳐나갈 지혜와 힘을 미리 예비해두고 축적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 시는 그러한 것을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답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