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로 떠난 여름 스케치>
나를 너무 쉽게 드러내는 내 성격이 스스로 부담스러워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여간해서는 쉽게 떠나지는 못하곤 했다.
사람은 항상 자기경험으로 생각을 지배받아
관광버스가 주로 서 있는 산업도로 앞 3번 출구로 발길이 저절로 향한다.
하지만 차는 그 반대의 4번 출구 주차장 뒤 골목에 주차되어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고 거의 마지막에 차량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여행은 어떤 빛깔을 띤 여행일지 나름 기대되고 설렌다.
지나는 길에 경주시 양남면 읍천 벽화마을에 주차하여 파도소리 길을 따라 걷다가
양남 주상절리를 들렀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하여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다 급격히 식으면서
오각형, 육각형의 기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화산지대인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주상절리를 경주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이곳 주상절리의 기원을 알아내려고 인터넷을 뒤졌으나 단지 신생대시기에 동해안이 형성된 기원을
알아 낼 수 있는 학술적 자료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양남 주상절리는 인근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2012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민간인에게 개방된 곳이라고 한다.
주상절리는 대부분 기둥이 직각으로 서 있는 모습이지만 이곳은 특이하게 부채꼴로 누워 있었다.
출렁다리에서 일부러 흔들 흔들 해보고
소나무와 소나무 에어컨 바람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에 지친 우리를 달래주었다.
빨간색의 ‘느린 우체통’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집배원이 우편물을 수거해 가기 때문에
한 달 후에 엽서가 도착한다고 한다.
화장실을 찾다보니 양머리 바위가 보였다.
욕심 같아서는 양머리 바위까지 가고 싶었으나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하고 땀에 흠뻑 젖도록 뛰었다.
그룹선 사진사건(?)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없었다고 샘들이 아우성이다.
읍천 벽화마을은 월성원자력에서 벽화 공모전을 해서 전국에 있는 대학생과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남겨서 그림이 있는 어촌 마을로 재탄생한 마을이라고 한다.
우리 샘들 하는 말 ‘와그리 너나 할 것 없이 온통 벽에 그림을 그려대 쌋노?’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에 내려 각자 점심을 먹은 후 작은 골목을 따라 가보니
해국이 그려져 있는 해국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감포제일교회 앞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스케치를 시작했다.
목소리가 고운 혜림 선생님의 노래 소리에 스케치가 절로 즐거웠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교회종탑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저 맑은 종소리가 언덕위에서 새벽을 알리고 주일을 알렸으리라.
내가 살았던 연동마을에도 교회가 있었는데 교회종이 종탑에 높게 매달려 있었다.
종에 달린 줄을 잡아당길 때마다 종이 하늘을 향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댕댕’ 소리를 내었다.
종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길 때의 묵직함이 손끝에 느껴진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해수욕장이 있는 은하횟집에 여장을 풀었다.
이 곳 봉길해수욕장에는 문무대왕릉이 위치해 있다.
문무대왕은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하고 당나라의 군사를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룩한 왕이다.
화장 후 동해의 해룡이 되어 왜구를 막아 나라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겨
이곳 경주 앞바다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문무왕의 힘을 얻기 위해 기도하거나, 다녀가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도 무속인의 굿판이 끊이지 않았나보다.
바닷가로 나갔다. 처음엔 발만 담궜던게 장난으로 이어지고 파도를 타는 샘의 즐거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바닷물로 뛰어 들어갔다.
파도를 즐기다 연이어 덮친 파도에 휩쓸려 내 소지품을 몽땅 파도에 뺏겨 버렸다.
참 비싼 해수욕을 해 버린 것이다.
저녁에 회를 먹으며 맥주로 반주를 하고 어둑어둑 해질 무렵 바닷가 평상에 모두가 둘러 앉았다.
노래 좋아하는 혜림샘의 노래와 내 특유의 농짓거리가 주를 이루었다.
몇 분들에게는 소음이었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좀 그렇다.
바닷가를 산책하다 밤이 깊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갈밭에 누워 여름 별자리를 헤었다.
어릴 적에는 은하수가 떡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하늘을 길게 가로 질러 흘렀으나
지금은 빛 공해로 인해 1, 2등성 별 몇 개만 보였다.
다섯 개가 십자모양으로 보이는 백조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백조자리의 머리 부분에 위치한 가장 밝은 데네브, 위쪽 거문고자리의 베가(직녀별),
아래쪽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견우별)가 여름철 밤하늘의 대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한기가 들어 숙소에서 이불을 가지고 왔다.
바닷가 자갈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으니 참 재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과학시간에 배운 해풍, 육풍의 방향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기온과 기압의 차이로 낮에는 차가운 해풍이 육지로 불고,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육풍이 분다고 한다.
자정이 가까워지니 후끈 후끈한 육지의 바람이 찬 바다 공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누워있는 부분은 찬바람이 지나가는데 손발을 들어 보면 뜨끈뜨끈한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해 떴다!’하는 소리에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해를 찾다가 나도 모르게 해를 쫒아 나가게 되었다.
새빨간 해가 어둔 밤바다를 밀어 내고 새로운 아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
발걸음이 지난밤에 굿거리로 가보지 못한 해변 끝까지 나를 이끌어 갔다.
아침 바다의 자갈 밟는 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들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전복이 목욕만 하고 간 전복죽으로 아침을 채우고
‘경주 최씨 인공림’에서 소나무의 자태를 스케치한다.
난 무얼 그릴까 고민하다 늦어지고
그리는 게 서툴러 늦어지고 선배님들을 따라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었다.
울산 일산해수욕장 아이랜드 레스토랑에서 에어컨 추위와 싸우며 창밖 해변을 열심히 담아냈다.
참 뿌듯하다.
문무대왕비가 잠들어 있다는 대왕암 주변의 알몸을 드러낸 듯 한 멋진 바위들의 모습,
바닷바람을 음미하며 또 꼴찌로 버스에 당도했다.
울산 대왕암은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문무대왕처럼 죽어서도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여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 한다.
여름 스케치가 마무리 되고 있다.
나를 격려해가며 나와의 약속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울산바다와 약속하며 집으로 향한다.
첫댓글예쁜 크로키와 함께 자세하고 멋진 여행기 올려 주시니 우리들의 여름 스케치 여행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듯 합니다.
저마다 다른 개성으로 뭉친 우리들의 이야기는 서로 인정해 주고 격려와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한 계속 되리라 믿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처음으로 일출을 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른 아침 바닷가도 홀로 걸어보고...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색깔이지만 묘하게 어우러지는 오묘한 맛이었습니다. 굵다란 추억 몇 가닥이 앨범 속에서 오랫동안 스물스물 되살아 날 것 같아요.. 함께 행복했어요....
총무 맡아 고생이 넘 많으셨지요? 그룹선 막내인 제가 많이 도와드렸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해드렸네요. 회장님과 총무님 덕분에 즐겁고 편한 여행이었습니다.
감포 여름 여행기의 완결판이네요... 추억을 되새기며 겁게 읽었습니다
심샘께서 글 생략하시고 사진만 올리신 이유 이제 알았네요 나도 이렇게 쓰고 싶었는데 글재주가 영 꽝 인지라 !!!
고마우이
너무 주절 주절 쓰느거 아닌가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