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픽
하나 빠지니 덜거덩거리는 느낌의 식사다. 그 사이에 뭣이 들랑날랑하는 게 씹히지도 않으면서 바쁘다. 그 쪽으로는 가질 않고 한쪽으로만 되니 그만 얼얼한 게 탈이 날 것 같다. 밥맛이 없고 그곳에 생각이 꽂힌다. 이 하나 비었는데 이리 불편할까. 수십 개니 하나 아니 몇 개 없어도 괜찮지 했다.
삭은니가 하나 생겨 조금씩 흔들거리더니 빠지지도 않고 그대로 박혀 있다. 아프기도 하고 이상하게 시원할 때도 있다. 손으로 쥐어 빼려 해도 잘 나오려 하질 않는다. 야문 것을 씹으면 거기 부딪쳐 욱신거린다. 그냥 지나도 별 탈이 없어 같이 살아간다. 어쩌다가 가끔씩 말썽을 일으키나 그러려니 지난다.
어금니 하나가 쩔쩔 맬 정도로 갑자기 찡하고 아프다. 이게 왜 이런가 하고 만져보고 거울을 봐도 멀쩡하다. 괜찮겠지 하며 두고 보는데 어떨 땐 갑자기 얼음 깨지듯 쨍하면서 금가는 아픔이 생긴다. 치과에 가 보이니 갈라졌단다. 그 단단한 이가 어찌 틈이 생겼나. 아플 땐 턱이 내려앉는지 손으로 받치고 먹던 음식물과 함께 통증이 멎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도 뽀얗지 못하고 누리끼리한 게 관리 못한 탓으로 고생하고 있다. 거기다 보철이 치솟아 왈가닥거린다. 오래 되니 접착이 다해서 떨어져 흔들리나보다. 어릴 때 시골에는 금니나 은니 산쁘라를 해 주는 떠돌이 의사가 있었다. 거기서 해 넣은 것이 빠져 아무리 손으로 빼내려 해도 꺼떡거리기만 하지 나오질 않는다.
또 다른 안쪽 덮은 보철이 구멍이 생겨 음식물이 들어가는지 질퍽거리고 시리며 아프다. 그걸 빼 들고 치과엘 가 때워서 끼워달라니 의사가 여긴 용접하는 데가 아니오 하면서 화를 낸다. 하나 둘 고장 나는 이 때문에 힘 든다. 옥수수처럼 착 달라붙은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사람을 보면 웃을 때 그 이가 되게 부럽다. 어쩌면 저리 좋은 이를 가졌을까.
군에 있을 때 그 삭은니가 많이 흔들리며 덜렁댄다. 아픈 이 빠진듯하다는 말이 있듯이 빼고 싶다. 얼마나 시큰거리는지 온통 그 생각이다. 피도 질금 질금 나고 쿡쿡 쑤시니 견딜 수 없다. 의무실에 가 잡아냈다. 뾰족한 집게로 쏙 댕겼는데 까맣게 변색이 돼 있다. 처음부터 저런지 중간에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몇 해 뒤 그만 곪아 터진다. 뿌리가 남아 있었나보다.
이래 뽑고 저리 빼고 엉성하다. 볼도 쏙 들어간다. 늙은이가 됐다. 음식을 먹을 때 오물오물 조심하자니 긴 시간이 걸려야 한다. 사탕이나 달달한 걸 먹고, 질긴 것을 씹고는 양치도 안 하고 지난 것이 오늘 이리 고생한다. 그래도 다 빠지지 않고 이만치 남아있는게 다행이다.
어금니가 몇 개 빠지니 큰일이다. 저작(咀嚼)이 안 돼 위장이 늘 더부룩하다. 대충 씹어 넘기니 그런가보다. 한쪽으로 음식물이 가니 들쑤신다. 움푹한 곳에도 숨어있듯이 쳐 박혀 있어 혀로 일일이 끄집어 내 이쪽으로 옮겨줘야 한다. 먹는 맛에 산다는데 이게 뭔가. 형편없다. 입맛은 고사하고 끼니때가 되면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치과에 가 근 일 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잇몸을 가르고 턱뼈에 구멍을 내 나사못을 박아 세워 인공치아를 만들었다. 뼈가 몹시 단단해 돌에 구멍을 내듯 한참을 갈아 제쳤다. 저러다 펑 뚫려 턱에 관통이 되는 줄 알았다. 세 개를 가지런히 꼽고 나니 정말 내 이 같아 껄끄러운 게 없다. 신통방통하다.
못나도 붙어있는 제 이가 좋다 했는데 옛말이제 날아갈 듯이 시원하다. 진작 이리 해 넣을 걸 비싸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의술이 대단하다. 오래도 걸리고 정성을 들여서 치료하는 게 고맙다. 더욱 윗니를 할 때는 뼈가 약해서 이래저래 고심하던 의사가 피를 뽑아 뼈를 갈아 섞어 넣는 것 같았다.
십년이 훨씬 넘었지만 해 넣은 이는 끄떡없다. 어쩌면 요렇게도 튼실할까. 자연 이와 다를 바 없다. 오가며 그 치과를 쳐다보며 감사합니당 외친다. 가끔 시리고 아린 이가 생겨 그쪽으로는 먹을 수 없다. 바위가 깨져 떨어져 나가듯 부서져 반쯤 남은 이도 있다. 70년을 한결같이 매일 때마다 사용했으니 쇠붙인들 남아나겠나.
시린 건 며칠 지나면 없어지고 해서 참는다. 저 에스키모는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먹으니 이가 온전치 못하면 큰일이다. 자녀들이 씹어서 먹이다가 눈밭에 내다 버린다. 나이 든 사람 중에 이가 다 빠져 잇몸으로 사는 사람을 봤다. 처음은 잇몸이 딱딱해서 곧잘 먹는데 해가 가면서 그만 물러지고 내려앉아 어려워하는 걸 본다.
이 튼튼한 게 오복에 든다는 말이 새로워진다. 이제 다 돼서 뭐 하겠나 늦어서야 후회하며 위아래로 닦고 안쪽을 훑어 내리며 천장과 혓바닥이며 목구멍까지 말끔히 청소한다. 일 년에 한 번씩 스켈링을 하고 치실과 치간 칫솔질을 식후 바로바로 한다. 나이 들면 점점 잇몸이 주저앉아 치간이 넓어지니 잘 낀다.
ㄱ자 치간 칫솔을 1이나 0.8미리를 구해 맞게 사용하면 뻐근하던 이 사이가 트이는 게 시원하다. 곧은 것은 앞쪽은 되는데 안쪽은 어려워 ㄱ자를 사용하면 좋다. 입 냄새도 줄어들어서 가까이 얘기할 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임플란트는 뿌리 사이가 넓어서 갖고 다니며 자주 제거해 줘야 한다. 그래도 남은 것들이 있을 수 있어 냄새를 풍긴다.
아들이 전기면도기와 워터픽(Waterpik)을 사 보냈다. 어찌 하는 줄 몰라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이리저리 맞추며 사용했다. 가는 실물줄기가 4, 5미터나 세차게 날아가는 강력한 구강 세척기이다. 세면대 위에 놓고 자기전과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입안을 깨끗이 청소한다. 살갗에 닿으면 물총처럼 아프다.
이 사이사이를 훑어내니 칫솔이나 치간 칫솔이 못하는 것을 잘도 한다. 식후 여러 시간이 흐른 자기전이나 긴 밤을 보낸 새벽에는 입안에 저절로 냄새가 생기고 온갖 균들이 득실거린단다. 어찌 이런 것까지 만들어서 편리하게 하는가 세상은 참 살만하다. 가끔씩 시리고 잇몸도 저릴 때가 있었는데 좋아져서 늘 맑은 날이다.
첫댓글 '워터픽', 생각만해도 시원합니다. 엊그제 아내와 함께 스케일링을 하고와서
아내는 갈라진 이를 빼야한다는 진단을 받고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워하는 가까운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워터픽, 사용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