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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독교 의식인 '사순절'에 맞춰, 예수의 행적을 좇아 그의 마지막 삶을 재구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부제인 '40일을 그와 함께'라는 표현도, 예수가 광야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금식하며 고행한 시기 동안 매일매일 기록을 남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모태신앙으로서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으며, 이 책은 2017년 사순절이 시작되면서 매일 썼던 글을 엮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해 부활절은 4월 16일이었기에, 그 몇 해 전에 있었던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사무치게, 가슴 아프게' 떠올렸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마도 그 즈음에 탄핵된 전 대통령 시절에 겪은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한 무도한 행태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철저히 예수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에필로그'에서만 그러한 내용이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보다 경건하게 읽었을 테지만, 특정 종교를 믿지 않은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예수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보다 깊이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첫째 날,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에 맞추어 예수의 고행과 우리의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순(四旬)'은 40일을 뜻하는 표현으로, 부활절까지의 일요일을 제외한 40일을 뜻한다고 한다. 그 첫날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칭하는 것은, 종려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로 자신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기리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인들은 이 기간 동안 예수의 마지막 행적을 기리면서 경건하게 보낸다고 한다.
저자 역시 '1년에 한 번쯤 얽히고 설킨 삶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의 고독을 기'리기 위해, 사순절의 기록을 남겼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의 고행을 그려내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던 제자들이 배신하는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따져보기도 한다. 돈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와 마지막 순간 그의 존재를 세 번 부인하는 베드로의 행위를 서술하면서 저자는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유다복음>이라는 문서의 의미를 따져보면서, 저자는 '이 문서를 불경하다고 거부하는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 그들이 인정하는 정경 속에 그려진 가롯 유다와 같은 짓을 저지르면서도 그 죄를 깨달은 가록 유다보다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면서 일부 종교 지도자들의 이기적인 행태들이 조명되기도 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러한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저자가 마지막 순간 예수의 삶을 재구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도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였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저자는 오래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한동안 자신의 신앙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후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글들을 꼼꼼히 읽으면서, 예수의 삶과 그가 남긴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 나는 과연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했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여겨진다. 예수가 보여줬던 이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고난을 견디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던 예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내세워 무엇인가를 탐하는 자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진실하게 믿음을 실천하는 종교인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느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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