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처세를 배우다!

[차니]

• 삼국지 생존법, 안계환, 나무발전소, 2019.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과거에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국지>를 읽어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가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의 활약상은 물론, 위나라와 오나라 그리고 촉나라 사이의 밀고 밀리는 전투와 전략을 통해서 세상살이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나 역시 소설이나 만화를 통해서도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고,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이 고전문학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소설은 물론 정사까지 탐독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정사와 소설의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고, 왜 소설이 더욱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던가를 깨닫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삼국지>는 크게 두 종류로 구별되는데, 역사가인 진수가 편찬한 역사로서의 <삼국지>가 그 하나이고  후대의 인물인 나관중에 의해 소설로 만들어진 <삼국지연의>가 나머지 하나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정사라 할 수 있는 진수의 <삼국지>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혔으며, 지금도 <삼국지>를 하나의 소설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고조 유방에 의해 세워진 한나라가 서서히 멸망하는 와중에 극심한 혼란이 지속되면서. 중국의 천하를 위나라 조조와 오나라 손권 그리고 촉나라 유비에 의해서 삼국이 정립되는 과정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에 존재했던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활약상은 정사를 근간으로 하고 있되,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 때로는 흥미롭게 윤색되어 작품 속에 형상화되었다.

정사와 소설을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분석을 시도한 이 책은 ‘불확실한 오늘을 돌파하는 힘’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삼국지>를 통해서 독자들이 접한 전략을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제목도 <삼국지 생존법>이라 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소설을 분석 대상으로 삼되, 정사와의 비교를 통해서 필요한 경우 ‘팩트 체크’라는 항목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과 정사의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때로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팩트체크'가 이러한 경우에도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 책 1장의 ‘천하 혼란의 시대’에서는, 한나라가 몰락하는 와중에 군웅들이 할거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딱히 <삼국지>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이 시기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1장의 내용들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후한 말기의 황건적의 난으로 어지러운 시대를 틈타서 등장한 동탁의 존재, 중국 대륙 각지에서 영웅들이 서서히 등장하던 시대적 배경 등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이해하기 쉽게 요약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촉나라의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가 이루어졌던 것도 바로 이 시기에 해당한다.

2장은 위나라와 오나라 그리고 촉나라가 정립하던 상황을 담은 ‘천하삼분 세 영웅의 쟁투’라는 제목으로 서술되고 있다.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제갈량을 책사로 모시고,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인 적벽대전을 통해 제갈량의 역량이 발휘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위나라를 정통으로 삼고 있는 정사 <삼국지>와는 달리, 소설은 촉나라를 정통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주로 촉나라의 유비와 관련 인물들의 활약상을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유비의 죽음과 그 이후에도 변함없이 활약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제갈량의 최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내용은 <삼국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기에 아마도 소설을 한번쯤 읽었던 사람이라면, 그 활약상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질 것이라 하겠다.

정사를 쓴 진수가 촉나라가 멸망한 이후 위나라의 후손들에 의해 건립된 진나라에서 벼슬을 했기 때문에, 저자는 정사인 <삼국지>가 ‘위나라를 정통으로 삼아 역사를 기술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반면에 ‘촉한 정통론’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주희의 영향으로, 나관중의 소설인 <삼국지연의>는 유비와 촉한을 한나라의 후계라는 인식이 확정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도 <삼국지>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위나라 정통론’과 ‘촉한 정통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역사에서 현실적인 승자인 위나라를 정통으로 생각하느냐, 혹은 민중들의 희망이 담긴 인물들이 활약햇던 촉나라를 정통으로 산느냐 하는 역사의식의 문제와도 연관되는 문제라고 이해된다.

이 책의 2장까지가 중국의 역사를 통해 소설과 정사와의 꼼꼼한 비교를 통한 서술이었다면, ‘삼국지 생존법’이라는 3장의 내용은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세상살이에 대처하는 저자 나름의 방법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위 항목에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자는 ‘행운의 절반은 ‘친구’ 만남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한 친구의 유형으로 제걀량과 조조 그리고 유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에게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여기에서 제갈량은 ‘천하제일의 참모’로 소개되고 있으며, 조조는 ‘타고난 창업가’로 설명하고 있다. 소설에서 가장 인간적인 군주로 묘사되고 있는 유비는 ‘관계형 리더’로 정의되고 있는데, 아마도 그와 함께 천하를 누리던 인물들과의 끈근한 유대감을 중시한 해석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인물평은 그대로 책 표지에도 그려지고 있어, 저자가 강조했던 처세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라 이해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