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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저녁이 가까워져 집으로 돌아가는 두 마리의 고슴도치의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위의 모든 일에 궁금함을 느낀 작은 고슴도치는 매번 큰 고슴도치에게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잠시 멈춰서 해가 질 때까지 ‘저무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모습을 바라보기로 한다. 큰 고슴도치는 옆에서 작은 고슴도치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기다렸다가, “이제 갈까? 늦었어.”라고 말할 뿐이다. 다시 둘은 ‘조금 더 걷다가’ 작은 고슴도치의 부탁에 따라 둘이 함께 ‘달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이 떠오르면 “어서 가자! 너무 늦었다.”라는 행위를 반복한다.
큰 고슴도치에게는 작은 고슴도치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목적이 뚜렷하지만, 작은 고슴도치는 그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궁금하고 그래서 그것을 직접 느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뿐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다시 길을 걷다가 ‘들판의 들꽃의 향기’를 맡기 위해서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고, 부엉이 소리가 들리면 ‘부엉이 나무까지’ 가서 그들에게 ‘잘 자라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작은 고슴도치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는 큰 고슴도치는 그저 "이제 정말 가야 해. 밤이 깊어 가고 있어.“라는 등의 말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을 환기할 뿐이다. 조금 더 걷다가 구름에 가린 달이 ’다시 보일 때까지‘ 기다리자는 작음 고슴도치의 부탁을 그대로 들어주고, 큰 고슴도치는 ”우리 진짜 늦었어. 서둘러 가자.“라는 말을 건넬 뿐이다.
이어서 작은 연못을 지나면서 ‘물고기들이랑 개구리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는 작은 고슴도치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큰 고슴도치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빨리 큰 고슴도치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달빛 사이로 예쁘게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따라 숲으로 뛰어가는’ 작은 고슴도치를 발견하고, 큰 고슴도치도 그를 따라 ‘풀숲 깊은 곳’으로 가서 ‘반딧불이들의 춤추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다시 길을 나서는 이들의 앞에 총총한 하늘의 별들이 보이고, 다시 작은 고슴도치의 부탁에 따라 ‘둘은 나란히 앉아 별을 세기 시작’한였다. “일어나서 가자. 거의 다 왔어.”라고 재촉하는 큰 고슴도치 옆에서, 별을 세다가 ‘이미 잠들어 있’는 작은 고슴도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내용은 끝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이가 어렸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쏟아내고,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재촉하는 부모들에게 ‘잠깐만!’을 외치기도 했었다. 때로는 부모의 뜻에 맞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짜증을 내거나 혼을 내기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큰 고슴도치는 작은 고슴도치의 관심에 호응하여 함께 행동하면서,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고 함께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자세와 행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이의 관심과 행동을 ‘쓸 데 없는 짓’으로 여기지 않고, 그저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자세야말로 아이와 더불어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두 마리의 고슴도치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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