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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초반에서 기발하게 여겨졌던 세포의 활동이라는 소재는, 내용이 진행되면서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아마도 작가 역시 그러한 한계를 느끼는 듯, 시리즈 후반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어가지만 결국 주인공인 유미의 사소한 연애담으로 채워지고 있다. 11권에서 바비와 헤어지고 전 애인들과의 다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그러한 설정 역시 스토리를 끌고 나기기 위한 것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각기 제 역할을 맡은 세포들의 작용이라는 기발한 착상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내용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뻔한 연애담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게 된다.
12권에서는 너무도 깔끔하여 접근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출판사 편집자와의 만남이 주된 내용으로 전개된다. ‘일과 연애’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의 신대리와 자주 동선이 겹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신대리의 소개팅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서 유미가 썼던 작품의 내용이 다른 작가에게 도용을 당한다는 에피소드들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이 역시 작품을 새로운 에피소드들로 이끌어가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유미라는 주인공의 그저 평범한 연애담에 불과한 내용이, 사람들이 지닌 세포들의 활동으로 전개된다는 것으로 인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평범한 내용들을 이처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도 역시 작가의 능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창작에 있어 스토리텔링의 방법은 물론, 그것을 끌어가는 발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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