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음黙音 1 -최저임금 알바 (외 1편)
선 안 영
기울어진 땅에서 경기를 치르는가?
똑바로 살고 싶은데 백전백패 넘어지고
폭언도, 폭력도 없이
우아하게 열외된 나
뒤룩뒤룩 감시하는 cctv 눈알들을 피해
허겁지겁 밥알 하나 입에 넣을 짬도 없이
불행이 전편, 속편으로
비루하게 이어지고
밥을 파는 식당에서 종일 굶는 낯선 일터
아침마다 가래침을 카아악 뱉으면서
이빨들 긴 지퍼처럼
적의에 차 열린다
묵음黙音 2
-최저임금 알바
겨울에 태어나서 내내 겨울만을 사는
추운 겨울 그 밖의 계절은 알 수 없는
누군가 따스한 입김으로 이생을 꺼주세요
빵부스러기 시급을 가까스로 받은 날
시비나 걸고 싶어 하늘을 바라보면
싱겁게 바람 다 빠져 쪼글쪼글 홀쭉한 달
아 흐으! 심장이 쫄아 붙듯 울어 봐도
무음으로 삭제되어 아무도 아프지 않아
영혼은 오랜 허기 속에 성스럽게 탄생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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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영 :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8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시집 초록 몽유 목이 긴 꽃병
ㅡ「시인정신」2015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