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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루페 성지순례 피정
성모님을 알고 사랑하기
제4부. 성모님을 알고 사랑하기
이 영성수련 기간 동안에는 성모님을 알고 사랑하기 위하여 기도하고 묵상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모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 봉헌되고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해야 하는데,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데 있어서 성모님은 가장 빠르고 안전하며 확실하고 완전한 길이시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우리의 여왕이요 어머니시며 천상 주부이신데 우리는 그분이 누리는 존엄과 영광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낳으시는 그 결과까지 알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주형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모님의 내적 생활을 모르고서는 이것이 불가능한데 그 내적 생활이란 그리스도 신비에의 참여와 일치에서 드러난 그분의 성덕이다.
우리는 이번 영성수련 기간 동안에, 완전한 성덕을 지니고서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누리고 계시는 성모님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기 위하여 힘쓰면서 성령께 이 인식을 주시도록 청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루도비코 성인이 추천한 “오 마리아님, 저는 제 자신을 온전히 당신께 맡겨 당신의 소유가 되기를 원하나이다.”라는 화살기도를 자주 드려야 한다. 성모님은 예수님께로 이르는 우리의 길이시므로 성모님을 통해서 예수님께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 우리 봉헌의 의의이다.
제27장. 거룩하신 성삼위와 마리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에 마리아만큼 깊이 다가가고 마리아만큼 깊이 받아들여진 조물은 없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각 위(位)에 대한 마리아의 관계에 사랑을 가지고 깊이 몰두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은혜로 인해 점점 더 그 관계에 대한 새로운 깊이와 아름다움을 찾아 얻게 될 것이다.
1) 갈라티아 4, 4-7
4 그러나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5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6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7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그리고 자녀라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2) 참된 신심 16 –24항
16. 성부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마리아를 통해서 세상에 보내주셨다. 성조들이 구세주를 얼마나 갈망했으며, 구약의 예언자들과 의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분을 애타게 기다렸던가! 그러나 그들 중에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맞아들이기에 알맞은 분은, 자신의 기도의 힘과 높은 성덕으로 이 보물을 가질 자격을 얻고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히 받았던(루카 1,30 참조) 마리아 한 분뿐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과 같이, 이 세상은 하느님의 아들을 직접 맞아들이기에는 합당하지 못하였으므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들을 마리아에게 잉태시켜 세상이 마리아로부터 하느님의 아들을 받아들이게 하셨던 것이다. 성자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다. 그러나 마리아 안에서, 마리아를 통해서 되셨다. 성령께서도 성자를 마리아 태중에 잉태케 하셨으나, 먼저 당신의 첫 번째 사신을 보내어 마리아의 승낙을 받으셨던 것이다.
17. 성부께서는 단순한 피조물인 마리아를 구세주의 어머니로 선택하시고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신비체의 모든 지체들을 낳을 수 있는 풍성한 능력을 마리아에게 주셨다.
18.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아담이 그의 지상 낙원에 오듯이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내려오시어 그 안에 즐겨 숨어 계시면서 거룩한 은총의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의 태중에 있으면서도 자유를 누리셨고, 그 나이 어린 처녀에게 당신을 가지게 하심으로 당신의 권능을 발휘하셨으며, 성부와 당신의 영화를 지상의 모든 인간들에게는 감추시고 오직 마리아에게만 알리심으로써 당신과 성부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또한 그분은 당신의 잉태, 탄생, 성전에의 봉헌, 30년간의 숨은 생활을 통해서, 그리고 예전에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봉헌하였음과 같이 마리아의 동의로 영원하신 성부께 제헌되기 위하여 마리아가 지켜보게 된 당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하올 동정 마리아에게 순종함으로써 당신의 완전성과 존엄성을 드러내셨다. 예수님을 낳아 젖을 먹이고, 음식을 주고, 돌보아주며, 애지중지 기르고 마침내 우리를 위해서 당신 아드님을 희생 제물로 바치셨던 이는 마리아이시다. 영원하시고 완전무결하신 하느님께서 미천한 조물인 마리아에게 순종했다는 것은 얼마나 놀랍고도 기묘한 일인가! 비록 성령께서도 사람이 되신 그 지혜께서 숨어 사시는 동안 행하신 온갖 신비로운 활동을 우리에게 숨겼지만 그러나 성령께서는 이 종속된 생활의 무한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복음서 안에서 완전한 비밀로 감추지 못하고 결국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셨다. 어머니 마리아에게 30년 동안 순종하며 사신 것은 예수님께서 큰 기적을 행하여 전 인류를 회개시킨 것 이상으로 하늘에 계신 성부께 큰 영광을 드렸다. 그러므로 우리의 유일한 모범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예속시킴은 얼마나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되겠는가!
19. 예수님의 나머지 생애도 유심히 관찰해보면, 예수께서는 마리아를 통해서 기적을 시작하기를 원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분은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는 세례자 요한을 마리아의 입을 통해 성화시키셨다. 마리아가 말을 하자마자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요한이 거룩해졌는데 이는 은총계에 있어서 예수님의 첫 번째요 가장 큰 기적이었다. 또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께서는 마리아의 겸손한 청을 받아들여 물을 포도주가 되게 하셨는데 이는 자연계에 있어서의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었다. 이와 같이 예수께서는 마리아를 통하여 첫 기적을 행하시고 계속하셨으며 세상 마칠 때까지 마리아를 통하여 당신의 기적을 행하실 것이다.
20. 성부께서는 성자를 낳고 성부와 성자께서 발하시는 성령께서는 그러나 또 다른 위격을 지닌 천주위를 낳는 생산 능력이 없으시다. 이처럼 천주 성삼 안에서는 생산 능력이 없는 성령께서 그분의 정배가 된 마리아 안에서는 비로소 풍성한 생산 능력을 발휘하셨다. 성령께서 그분의 최대의 역사, 즉 하느님이 사람이 되게 하신 것은, 또 세상 마칠 때까지 날마다 하느님의 선택된 자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 지체들을 계속 낳으시는 것은 마리아와 더불어, 마리아 안에서이다.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어떤 영혼 안에 당신과 떨어질 수 없는 충실한 정배 마리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 영혼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 그 영혼을 낳기 위하여 더욱 많고 더욱 훌륭한 활동을 그 영혼 안에서 하신다.
21. 이는 성령께서 참된 생산 능력을 가지지 못했으므로 마리아가 그 능력을 성령께 드렸다는 것이 아니다. 성령 역시 하느님이시므로 성부와 성자와 조금도 다름없이 생산력이나 창조력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당신의 힘으로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성령이셨지만 마리아를 통하여, 마리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들의 지체들을 낳으심으로써 당신의 생산 능력을 발휘하셨다. 이는 아무리 박학한 학자, 아무리 신심 깊은 신자라 할지라도 완전히 깨달을 수 없는 은총의 한 신비인 것이다.
22.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첫 번째 오심에서 보여주셨던 그와 같은 방법으로, 그러나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방법으로 매일 거룩한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며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세상이 마칠 때까지 그처럼 역사하실 것이다.
23. 성부께서 모든 물을 한 곳에 모으시어 바다라고 부르신 것처럼, 그분은 모든 은총을 한 곳에 모으시어 마리아라고 부르셨다. 위대하신 하느님께서는 빛나고 아름답고 귀중한 모든 것, 심지어 하느님의 외아들까지도 담고 있는 풍성한 보물 창고를 가지고 계시는데 바로 마리아이시다. 그래서 성인들은 이 마리아를 두고 우리 모든 인간이 풍성한 보화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하느님의 보고(寶庫)”라고 부른다.
24. 성자께서는 당신의 삶과 죽음으로써 얻은 무한한 공로와 놀라운 성덕을 모두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넘겨주셨고, 또 성부로부터 받은 모든 유산을 마리아가 관리하고 나누어주도록 맡기셨으며, 마리아를 통하여 당신의 공로와 성덕과 은총들을 당신의 지체인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신다. 예수께서 당신의 자비를 잔잔하고 풍성하게 쏟아 흘려보내 주시는 통로이면서 신비스러운 운하이신 분은 바로 마리아이시다.
제28장. 성령의 정배이신 마리아
마리아의 전 생애는 늘 성령의 인도 하에 있었다. 성서는 마리아에 대해 많은 것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약성서에 있어 마리아께 대한 최초와 최후의 언급이 마리아를 성령과 결부시키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마리아에 대한 참된 사랑과 성령께 대한 참된 흠숭은 서로 긴밀히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 루카 복음 1, 26-38
26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2) 참된 신심 25. 34-36항
25. 성령께서는 당신의 충실한 정배이신 마리아에게 말할 수 없이 놀라운 선물들을 맡겨주셨고, 마리아를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주는 분배자로 선택하셨으므로, 마리아는 성령의 이 모든 선물과 은총을 당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또 원하는 방법대로 나누어주신다. 그러므로 천상 선물이 마리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지상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마리아를 통해서 받게 되기를 원하신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이며, 이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서 깊은 겸손으로 자신을 하느님 대전에서 아주 무가치한 존재로 미천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감추셨던 마리아를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특별히 들어 높이시고, 부유하게 하셨으며 영광되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교회와 교우들이 의견이다.
34. 성령께서는 마리아 안에서, 마리아를 통하여 당신의 자녀들을 만들고자 하셨으므로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의 사랑하는 정배여! 그대의 모든 덕의 뿌리를 나의 선택된 자들에게 내려 그들로 하여금 덕에서 덕으로, 은총에서 은총으로 성장케 하라. 나는 그대가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뛰어난 덕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기쁜 나머지, 천국에 머물러 있으면서 또한 세상에 계속해서 사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러므로 나의 선택된 자들 속에 오래 계속하여 살기를 바란다. 그대의 확고한 신앙과 깊은 겸손, 완전한 절제와 뛰어난 기도, 하느님께 대한 불타는 사랑과 흔들리지 않는 망덕, 그리고 다른 모든 덕의 뿌리를 나는 그들 속에서도 찾아보고 싶다. 그대는 항상 나의 충실하고 순결하며 열절한 정배이로다. 그대의 신앙이 나에게 믿는 자를, 그대의 정결이 나에게 동정녀를, 그리고 그대의 출산 능력이 나에게 선택된 자들과 성전들을 낳아주기 바란다.”
35. 마리아께서 한 영혼 속에 뿌리를 내릴 때, 마리아만이 하실 수 있는 은총의 기적들이 그 속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마리아께서는 다른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순결과 출산 능력을 지니고 있는 영광스러운 동정녀이시기 때문이다. 마리아께서는 성령과 더불어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낳았으며, 그리고 세상 끝 날에 가장 위대한 성인들을 낳으실 것이다. 세상 끝 날에 나타나게 될 위대한 성인들을 출산하고 교육하는 일은 마리아의 몫이다. 왜냐하면 성령과 함께 놀랍고 뛰어난 것들을 생산할 수 있는 분은 유일하고 오묘하신 동정 마리아 한 분뿐이기 때문이다.
36. 신랑이신 성령께서는 당신의 마리아를 어느 한 영혼 안에서 발견하면 당신도 그 영혼 안에 들어가 그 영혼이 마리아에게 자리를 양보한 그만큼 그 영혼에게 당신의 풍성함을 나누어주신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성령께서 영혼들 안에서 놀라운 기적들을 많이 행하시지 않음은, 당신의 충실하고 떨어질 수 없는 정배이신 마리아와 긴밀히 일치하는 영혼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마리아를 성령의 떨어질 수 없는 정배라고 한 것은, 성부와 성자 사이의 본질적 사랑인 성령께서 하느님의 자녀들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낳고 선택된 사람들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낳기 위하여 마리아를 당신의 정배로 삼으신 뒤로 마리아는 항상 충실하고 풍부한 출산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29장 . 그리스도의 어머니시며 그 신비체의 어머니신 마리아
마리아의 위대함과 존귀하심은 무엇보다도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어머니시라는 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성자께서는 마리아를 통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실 뿐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 신비체의 어머니도 되시는데, 성자께서는 당신의 어머니를 통해서 날마다 당신의 지체들 안에 강생하시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신비체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면 그분의 지체들도 마땅히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야 할 것이다.
1) 요한 복음 19, 25-27
25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2) 참된 신심 27-32항
27. 은총은 본성을 완성하고 하늘의 영광은 은총을 완성하는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서 마리아의 아들이었던 것과 다름없이 하늘에서도 여전히 마리아의 아들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모든 어머니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어머니이신 마리아에 대해서 모든 자녀들 가운데서 완전한 아들로서의 존경과 순종을 하늘에서도 계속 드리고 계실 것이다. 물론 이 순종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느 면에서 낮거나 불완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느님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비하면 무한히 비천하며 낮은 위치에 서있는 마리아가, 마치 손아래 있는 자기 아들에게 명령하는 이 세상의 어머니처럼 아들 예수님께 명령할 수는 없다. 하느님이 모든 성인들을 당신 안으로 깊숙이 이끌어주는 그 은총과 영광 안에 마리아도 완전히 잠겨 있으므로 마리아는 영원히 변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거나 반대되는 것은 청하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으신다. 그러므로 만일 성 베르나르도, 성 베르나르디노, 성 보나벤투라 및 다른 많은 성인들의 책에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심지어 하느님까지도 마리아에게 순종했다는 것을 읽었다면 이는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은총으로 주신 권위가 마치 하느님께서 가진 권능과 마찬가지로 보일 만큼 컸다는 것이고, 또한 마리아께서는 항상 겸손하시고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일치해 있으므로 마리아의 기도와 간청이 하느님께 마치 명령과 같아서 그분의 사랑하는 어머니의 부탁이라면 거절하는 일이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일찍이 모세는 “네 기도를 그치고 나에게 거역한 백성들을 나의 분노대로 벌 받게 버려두라!” 고 말할 정도로 대단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분노를 자신의 기도의 힘으로 진정시켰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까지도 그러하셨거늘 하물며 하느님 대전에서 하늘과 땅의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의 기도와 전구보다도 더 힘이 있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겸손한 마리아의 기도에 대하여 어찌 그와 같은 결과를 바랄 수 없겠는가?
28. 하늘에서 마리아는 천사들과 축복받은 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계신다. 마리아의 깊은 겸손에 대한 보답으로 하느님께서도 당신을 배반한 천사들이 교만으로 떨어져나가 비어있는 자리를 성인들로 채우도록 마리아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위임하셨다. 하늘과 땅 그리고 지옥에 있는 모든 것이 좋든 싫든 겸손하신 동정 마리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겸손한 자를 들어 높이시는(루카 1, 52참조) 하느님의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마리아를 하늘과 땅의 모후로, 당신 군대의 사령관으로, 당신 보고의 관리자로, 당신 은총의 분배자로, 당신의 위대한 신비를 행하는 일꾼으로, 인류 구원의 협조자이며 중개자로, 하느님의 원수들에 대한 승리자로, 그리고 당신의 위업과 개선의 충실한 협조자로 삼으셨던 것이다.
29. 성부께서는 세상 마칠 때까지 마리아를 통해서 당신의 자녀들을 낳기를 원하시며 마리아께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야곱의 땅에 네 집을 정하라”(집회 24,8). 즉 에사우로 상징되는 악마의 자녀들 가운데가 아닌 야곱으로 상징되는 하느님의 자녀들 가운데 거처를 정하라고 하신 것이다.
30. 자연적이며 육체적인 낳음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필요한 것처럼, 초자연적이며 영적인 낳음에도 하느님이신 아버지와 어머니이신 마리아가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참다운 모든 자녀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신다. 그리고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지 못한다. 그래서 마리아를 미워하고 경멸과 무관심으로 대하는 그 모든 사람들은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기 때문에 비록 하느님을 아버지로 흠숭한다고 할지라도 진실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만일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있다면 착한 아들이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를 사랑하고 공경하듯이 반드시 마리아를 사랑하고 공경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된 그리스도인들과 이단자를, 또 빛의 자녀들과 어둠의 자녀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표지는 마리아에 대한 자세와 태도이다. 이단자나 어둠의 자녀들은 마리아를 경멸하고 냉대하며, 자신들의 말과 행실로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어떤 그럴 듯한 구실로 마리아 공경과 마리아에의 사랑을 감소시키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에사우의 자녀, 즉 악마의 후손들 가운데에 거처를 정하라고 마리아에게 말하지 않으셨던 때문이다.
31. 성자께서는 사랑하올 어머니를 통하여 날마다 당신의 지체들 안에 강생하기를, 즉 당신이 형성되기를 원하시며 예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유산을 받으십시오”(집회 24,8)하고 마리아에게 말씀하신다. 이는 마치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 같다.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세상의 선인과 악인, 하느님의 자녀와 세속의 자녀, 즉 모든 사람들, 모든 나라를 저에게 유산으로 주셨으니, 저는 어떤 사람들은 황금의 지팡이로 또 어떤 사람들은 쇠 지팡이로 다스릴 것입니다. 착한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와 변호사가 되고, 악한 사람들에게는 정의의 복수자가 되며, 만백성에게 심판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하올 어머니께서는 이스라엘로 상징되는 선택된 사람들만을 유산으로 가지시며 그들의 어진 어머니로서 그들을 낳고 양육하며 성장시키며, 그들의 여왕으로서 그들을 인도하고 다스리고 또 보호하십시오.”
32. “모두가 그에게서 나리라”(시편 87,5 참조)하고 성령께서 말씀하신다. 교부들의 설명에 의하면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최초의 사람은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 다음으로 태어난 사람은 하느님과 마리아의 양자가 된 깨끗한 사람들이다. 신비체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면, 그분의 지체들도 마땅히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어머니가 지체가 없는 머리만을 세상에 낳을 수 없듯이 머리 없는 지체만을 낳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이 태어났다면 이는 기형아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은총의 질서에 있어서도 머리와 지체는 마땅히 한 분이신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야 한다. 만일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어느 지체가 그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낳은 어머니이신 마리아가 아닌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면,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가 될 수 없으며 선택된 자가 되지 못하고 은총의 세계에 있어서 단순히 기형아에 불과할 것이다.
제30장. 은총의 중개자이신 마리아
은총의 질서에 있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즉 세례자 요한을 어머니 엘리사벳의 태중에서 성화시킨 것과 자연의 질서에 있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인 물이 포도주로 변하게 된 것은 마리아의 전구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마리아의 은총 전구는 세상 끝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1) 루카 복음 1, 39-45
39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요한 복음 2, 1-11
1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2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하였다. 4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말하였다. 6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7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9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10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11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2) 참된 신심 83-86항
83. 우리가 중개자를 통해서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겸손을 뜻하는 것이므로 완전하다 할 수 있다. 우리 본성은 너무도 병들어 있으므로 우리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선행은 확실히 죄에 물들어 있어 도저히 하느님의 마음에 들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은 보잘것없는 것이므로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의 청원을 들어 허락해주시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중개자로 오신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비천함과 무능함을 보시고 우리를 측은하게 여기시며 동정하셨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자비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당신 곁에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진 중개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중개자를 무시하고 직접 지존하신 성삼위의 어좌에까지 접근한다는 것은 분명 겸손의 부족이며, 지존하시고 엄위하신 하느님께 대한 흠숭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가 세상의 왕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도 적당한 중개자가 있어야 한다면, 왕 중의 왕이신 지존하신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84.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대전에서 우리 구원을 위한 대변자이시며 중개자이시니,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승리의 교회(천국의 교회)와 전투의 교회(세상의 교회)와 하나 되어 기도해야 하고, 그 중개자를 통해서 엄위하신 하느님 곁으로 가까이 가고, 그 중개자의 공로에 의지하여 그분 앞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치 야곱이 아버지 이사악 앞에 나아가 축복을 받기 위해 먼저 새끼 염소의 가죽을 걸쳤듯이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지하지 않고서, 그리스도의 공로의 옷을 입지 않고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 대전에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85. 그러나 우리가 중개자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또 다른 한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직접 나설 만큼 충분히 순결한 것일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것에 있어서 성부와 같은 하느님이 아니신가? 그렇다면 역시 성부와 동등하게 그분을 존경하고 찬미해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한한 사랑으로 성부의 의노를 진정시키려고, 우리의 죄를 대신 보속하기 위하여 구원자가 되고 중개자가 되셨다 해서 그분의 위엄과 거룩함에 대하여 존경과 두려움을 덜 가져도 되는가? 그러므로 베르나르도 성인과 같이 나는, 우리가 중개자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중개자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감당해낼 분은 마리아가 가장 적합하다고 단언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셨으므로, 우리 또한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히 위대하심과 우리 자신의 비천함을 비교해 볼 때, 우리 죄인이 직접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두려우면,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에게 의탁하고 그분의 도움과 전구하심을 과감하게 부탁하도록 하자! 마리아께서는 마음이 어질고 양순하시다. 마리아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부탁해서 거절당할 정도로 엄하지 않으시고, 마리아를 바라보아서 눈이 부실 정도로 장엄하거나 찬란하신 분이 아니시며, 마리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순수한 본성을 보는 것이다. 마리아는 그 찬란한 광선이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하는 태양이 아니시고, 태양의 빛을 부드럽게 반사시켜 우리의 약한 눈이 바라볼 수 있도록 광선을 조절하는 달과 같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분이시다. 마리아는 당신의 전구하심을 청하는 어떤 죄인도 내치지 않으실 만큼 사랑으로 충만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성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이 세상이 생긴 이래 신뢰와 인내를 가지고 마리아에게 피신처를 구하여 거절당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마리아는 당신이 청해서 한 번도 거절당하신 일이 결코 없을 정도로 힘 있는 분이시며,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마리아의 부탁을 충분히 들어주시고, 예수께서는 당신을 낳아 길러주신 사랑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에는 꼼짝 못하신다.
86. 성 베르나르도와 성 보나벤투라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하느님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 계단이 있다. 그 첫 계단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우리의 능력에 가장 알맞은 마리아이시다. 둘째 계단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셋째 계단은 하느님 아버지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기도의 중개자이신 마리아를 거쳐야 하고,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구원의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야 한다.
제31장. 사도의 모후이신 마리아
사도직의 본질은 사람들의 영혼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데 있으며 이것은 인류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의 사명이다. 그러므로 마리아 공경과 사도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책임을 이행치 않으면서 마리아께 대한 감상적인 열심만을 지닌 사람은 아직 마리아께 대한 참된 사랑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1) 사도행전 1, 12-14 ; 2, 1-4
1,12 그 뒤에 사도들은 올리브 산이라고 하는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 산은 안식일에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에 가까이 있었다. 13 성안에 들어간 그들은 자기들이 묵고 있던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안드레아, 필립보와 토마스, 바르톨로메오와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열혈당원 시몬과 야고보의 아들 유다였다. 14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2,1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2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3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4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2) 참된 신심 214, 43-46항
214. 마리아는 일찍이 성조들과 예언자들, 사도들 및 모든 성인들의 신앙보다 더욱 컸던 그 신앙을 그대에게 나누어주신다. 이제 마리아는 하늘나라에서 군림하시므로 그러한 신앙을 더 이상 갖고 계시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영광의 빛에 의해서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명백히 직접 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마리아가 영광으로 들어가실 때 마리아가 이 위대한 신앙을 싸움 중에 있는 지상 교회 안에서 마리아의 지극히 충실한 남녀종들에게 보존해주기 위해서 그것을 보관하도록 허락하셨다. 그러므로 그대가 이 존엄한 모후이시며 충실한 어머니에게 합당하면 할수록 모든 일에 날마다 더욱 순수한 신앙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순수한 신앙이라는 것은 감각적 위안이나 초자연적 은혜에 집착하지 않고, 순수한 사랑의 동기에서 그대의 모든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사랑에 의해 고무된 생활 속의 신앙이며, 거센 풍랑과 심한 불안 속에서도 안전하고 확고하게 머무를 수 있는 바위같이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신앙이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신비와 인간의 최종 목적 및 하느님의 마음속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극히 신비로운 열쇠와 같이 활동적이고 예민한 신앙이다. 그 신앙은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시작하여 완성할 수 있게 하는 용감무쌍한 신앙이며, 그 신앙은 휘황찬란한 횃불이며, 신비로운 생명이요, 지혜의 기묘한 보화이며, 전능한 무기가 되는 신앙이다. 이러한 신앙은 죄에 죽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고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 있는 사람들을 비추며, 황금 같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냉담한 사람들을 태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는 마침내 부드럽고 힘 있는 말로 바위같이 굳은 마음을 움직이고, 레바논의 삼목을 뒤흔들며, 끝내는 구원의 원수와 마귀들을 물리칠 것이다.
43. 마리아께 대한 신심이 영원한 구원을 얻는 데 있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더 높은 완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누구든지 마리아와 친밀히 일치하고 마리아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으면 예수 그리스도와의 긴밀한 일치와 성령께 대한 완전한 순응은 불가능하다.
44. 다른 어떠한 피조물의 중개나 도움에도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은총을 입으신 분은 마리아 단 한 분뿐이시다. 그 후로 예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마리아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리아께서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인사를 받았을 때 이미 은총을 가득히 입고 계셨고 또 성령께서 마리아를 신비롭게 감싸셨을 때에도 마리아께서는 은총으로 충만하셨다. 또 마리아의 이 은총은 시시각각으로 나날이 증가하여 이 한없이 큰 은총은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당신 보고(寶庫)의 관리자 및 은총의 유일한 분배자로 삼으셔서 마리아가 원하는 사람을 고귀하게 하고 들어 높여 풍성한 은혜로 채워주시고, 마리아가 원하는 사람을 천국에 이르는 좁은 문으로 이끄시며, 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마리아가 원하는 사람은 생명의 좁은 길로 들어가게 하시고, 마리아가 원하는 사람에게 왕좌와 왕관을 나누어주도록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마리아의 열매이고 아들이시며, 마리아는 언제 어디서나 생명의 열매를 맺는 나무이시고 예수님을 낳으시는 참된 어머니이시다.
45. 하느님께서는 오직 마리아에게만 당신 사랑의 보고에 들어가는 열쇠를 주셨고, 오직 마리아게만 가장 숭고하고 신비스런 완덕의 길로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도 그 길로 들어가게 하는 권한을 주셨다. 그리고 낙원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하와의 자손들을 다시 낙원으로 불러들여 거기서 하느님과 함께 지내며, 적의 공격을 받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 할 염려 없이 생명의 나무 열매와 선악을 분별하는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게 하고, 하늘나라의 샘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게 할 수 있는 분도 마리아 한 분뿐이시다. 아니 마리아 자신이 바로 죄인인 아담과 하와가 쫓겨난 그 낙원의 땅인 에덴동산이시므로 마리아는 성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만을 당신(낙원) 안으로 들어오게 하신다.
46. 성 베르나르도는 성령의 감도에 따라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가장 부유한 이들은 세세대대로, 특히 세상 끝날 때에 마리아의 얼굴에 대고 애원할 것이다. 그때 가장 위대한 성인들과 은총과 덕행이 가장 충만한 영혼들은 마리아에게 끈기 있게 간청하며, 자신들이 본받을 완전한 모범으로서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협조자로서 마리아를 늘 곁에 모시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제32장. 묵시록의 여인
마리아는 어머니로서 언제나 당신 아드님을 앞서 오신다. 아드님이 다시 오실 때에도 역시 마리아는 아드님을 위해 길을 닦으실 것이며, 그때 마리아는 태양을 입은 여인으로서 구세사의 마지막 싸움을 지휘하실 것이고 당신의 정배이신 성령과 함께 선택된 영혼들에게 ‘오라’는 복된 말씀을 하실 것이다. 마리아는 인류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이시며 마리아의 능력과 사명은 세상 끝 날에 가장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1) 요한 묵시록 12, 1-12
1 그리고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2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3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크고 붉은 용인데,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이었으며 일곱 머리에는 모두 작은 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4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으로 내던졌습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 5 이윽고 여인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사내아이는 쇠 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아이가 하느님께로, 그분의 어좌로 들어 올려졌습니다. 6 여인은 광야로 달아났습니다. 거기에는 여인이 천이백육십 일 동안 보살핌을 받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처소가 있었습니다. 7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8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9 그리하여 그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부하들도 그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10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그들을 고발하던 그자가 내쫓겼다. 11 우리 형제들은 어린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그자를 이겨 냈다. 그들은 죽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12 그러므로 하늘과 그 안에 사는 이들아, 즐거워하여라. 그러나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가 큰 분노를 품고서 너희에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2) 참된 신심 49-54항
49. 인류 구원은 마리아를 통하여 시작되었고, 또 마리아를 통하여 완성되어야 함에 틀림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마리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인류가 마리아에게 너무 지나치게, 너무 강하게 또 너무 분별없이 집착하여 진리에서 멀어지는 것을 하느님께서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이 벌써 마리아를 알고 있었더라면, 지존하신 분께서 친히 부여하신 마리아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지나치게 집착할 우려가 많았다. 사실 아레오파고의 재판관인 디오니시오는 마리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신비스러운 매력과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자신의 참된 길을 신앙이 깨우쳐주지 않았더라면 마리아를 한 여신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시에는 마리아도 정배인 성령에 의하여 명백히 드러날 것은 틀림없다. 그리스도의 재림 시에는 이제 성령께서도 당신의 정배이신 마리아를 복음 전파가 시작된 뒤로 지금까지처럼 별로 드러나지 않게 하실 필요가 더 이상 없게 된다. 그것은 성령에 의해 마리아가 알려지게 됨으로써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고, 또 모든 사람들은 마리아를 통하여 그분을 섬기고 사랑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50.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세상 마지막 시기에 당신이 창조한 조물 중에 걸작품인 마리아를 만민 앞에 드러내 보이기를 원하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마리아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지극히 겸손하여 숨어 살았으며 자신을 티끌보다도 더 하찮게 여겼고 하느님과 사도들과 복음사가들로부터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2) 마리아가 이 세상에서는 하느님 은총의 걸작품이었고, 하늘에서는 그 영광에 의하여 하느님의 걸작품이므로,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당신의 이 업적이 찬미와 칭송을 받기를 원하신다.
3) 마리아는 정의의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앞서 비추는 샛별이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태양)께서 더욱 잘 알려지고 보여지기 위해서는 마땅히 마리아(샛별)가 알려지고 보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4)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려오신 길이므로, 그분의 재림 시에도 비록 방법은 다르겠지만 역시 마리아를 통하여 오실 것이다.
5) 마리아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히 발견하는 확실한 방법이며, 안전하고도 빠르며 티 없는 길이시다. 그러므로 성덕으로 나아가려는 영혼들이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는 그리스도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마리아를 찾아내는 사람은 생명을, 즉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 6 참조) 예수 그리스도를 찾게 된다. 그러나 마리아를 찾지 않고서는 생명을 찾아낼 수가 없고, 그분을 알지 못하고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찾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알지 못하는 물건은 찾지도 않고 가지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더욱 더 잘 알려지고 그분께 큰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는 마리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많이 알려져야 한다.
6) 마리아는 세상 마지막 시기에 자비와 권능과 은총에 의하여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마리아는 회개하여 교회로 돌아오는 불쌍한 죄인들과 탈선한 사람들을 자비로써 따뜻이 받아들일 것이다. 유혹과 협박으로 사람들을 넘어지게 하고 멸망케 하며 하느님께 반항하는 적들에 대해서 마리아의 위대한 권능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한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익을 위하여 싸울 그분의 충실한 종들과 용맹한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부축해주기 위하여 은총으로 분명히 나타나실 것이다.
7) 특히 마지막 시기에 마리아는 악마와 그 앞잡이들에게는 질서정연한 군대처럼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그때에 영혼을 멸망시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들은 날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사람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무시무시한 박해를 가해올 것이며, 특히 굴복시키기 힘든 마리아의 충실한 종들과 참된 자녀들을 목표삼아 맹렬한 공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51. 거짓 그리스도의 나라가 세워질 때까지 날로 더욱 극심해질 마귀의 마지막이며 무시무시한 박해는, 하느님께서 낙원에 있던 뱀을 향하여 내리신 최초의 저주와 예언과 관련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마리아의 영광과 마리아의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 또 악마들의 수치를 위해서 여기서 하느님의 그 말씀을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 3,15).
52. 하느님께서 단 한 번 맺어준 유일한 원수의 관계는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것이고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고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원수 관계란 바로 마리아와 악마 사이에, 또 마리아의 자녀들과 그분을 섬기는 자들 그리고 악마의 자식들과 그 추종자들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악마들에게 맺어준 가장 무서운 원수이시다. 하느님께서 낙원에서 예언하실 때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안에만 있었지만, 그때 이미 마리아에게 하느님께서는 저주받을 원수에 대한 많은 증오감과 그 ‘늙은 뱀’(묵시 12,9)의 악의를 투시하는 지혜와 그 교오하고 불충한 자를 이기고 쓰러뜨리며 물리쳐 이겨낼 수 있는 너무나 큰 힘을 주셨으므로, 악마들은 천사나 인간만이 아니라 오히려 어느 면으로는 하느님보다도 마리아를 더욱 무서워한다. 그러나 마리아가 아무리 크다 해도 한정된 성덕을 가진 유한한 피조물인 마리아보다 하느님의 분노와 증오와 권능이 작을 수는 없다. 그런데 악마가 마리아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첫째, 악마들은 교만하기에 하느님에 의해서보다는 하느님의 보잘것없고 비천한 여종 마리아에 의하여 패배당하고 벌 받는 것을 더욱 분히 여기고 마리아의 겸손이 하느님의 능력보다도 그에게 더 큰 수치를 주기 때문이고, 둘째는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에게 악마들을 쳐 이기는 크나큰 능력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들이 마귀 들린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가끔 본의 아닌 진실을 고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악마들에게 있어서는 한 영혼을 위하여 바치는 모든 성인들의 기도보다 마리아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 한 번이 더욱 무섭고 어떠한 고통보다도 그들에 대한 마리아의 위협이 더욱 무섭다는 것이다.
53. 루치펠이 교만으로 잃었던 것을 마리아는 겸손으로 회복하였고, 하와가 하느님께 대한 불순명으로 지옥에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것을 마리아는 순명으로써 구원하셨다. 하와는 뱀의 말을 들어 자신과 더불어 자기의 모든 자식들까지도 멸망에 빠지게 하고 악마의 손에 넘겨주었으나, 마리아는 하느님께 완전히 순명하심으로써 자신과 더불어 모든 자녀들과 종들을 구원하고 하느님께 그들을 봉헌하심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다.
54.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와 악마 사이에 뿐 아니라, 마리아의 자녀들과 악마의 자식들 사이에도 원수 관계를 맺어주셨다. 즉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섬기는 자녀들을 한 편으로, 마귀의 자식들과 종들을 다른 편으로 하여 이들 사이에 원수 관계를 맺어주셔서 적대심과 반감과 은밀한 증오심을 심어주셨다. 그들은 서로 내적인 교감이 없고 서로 사랑할 수 없다. 베엘제불의 자식들과 사탄의 노예들과 세상의 아들들(이들은 모두 같은 것들이기에)은 항상 마리아에게 속한 자들을 박해하였고, 또 그들의 박해는 옛날에 카인이 아우 아벨을, 에사우가 아우 야곱을 미워한 것과 같으며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겸손하신 여종 마리아는 언제나 교만한 사탄을 눌러 놀라운 승리를 거둘 것이며, 그리하여 교만의 본거지인 원수의 머리를 으스러뜨리고 마귀들의 함정을 알아내며, 그들의 협박을 예방하고 그들의 악랄한 조언들을 흩트릴 것이고, 세상 끝날 때까지 당신의 충실한 사도들을 원수의 잔혹한 발갈퀴에서 보호하실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악마들에 대한 마리아의 능력은 특히, 악마들이 마리아의 발꿈치를 물려는 세상의 끝 날에 마리아께서 악마들을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당신의 보잘것없는 종들과 미소한 자녀들을 불러일으키시면서 모든 악마들의 힘을 초월하여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그러기까지 마리아의 종들은 세상 사람들이 볼 때 너무나 비천하고 초라하여, 다른 지체에 비해 발꿈치가 그런 것처럼, 모든 사람으로부터 천대당하고 경멸당하며, 짓밟히고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리아가 그들에게 나누어주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넘칠 것이며 하느님 앞에서 마리아의 종들은 성덕에 있어 훌륭하고 고결하며, 불타는 열성으로 모든 사람들보다 뛰어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특별한 도움을 얻어 발꿈치와 같은 겸손과 마리아와의 일치로 악마의 머리를 으스러뜨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승리로 이끌어 가시게 할 것이다.
제33장. 마리아 공경의 필요성
교회의 신비 안에서 어머니와 동정녀로서의 탁월하고 독자적인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뛰어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마리아께서는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들어 높임을 받으셨으며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교회 안에서 특별한 공경을 받고 계신다. 특히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뿐 아니라 평생 동정녀이시며 원죄 없이 잉태되셨고 죄에 물듦이 전혀 없이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들어 올려 진 분으로서 하느님의 은총을 가장 충만히 입으신 분이시다. 이 네 가지 사실은 마리아께서 누리시는 영광스런 특전인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이 마리아를 공경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분께 나는 과연 마땅한 공경을 드리고 있는가?
1) 마리아께서 누리시는 영광스런 특전
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우리가 마리아를 모든 성인들 위에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리아 자신 때문이기 보다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어머니시라는 사실 때문이다. 마리아께서 낳으신 이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참 하느님으로서, 즉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인간 역사 안으로 들어오실 때 길이 되셨다. 성삼위의 제2위이신 성자께서는 그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그대로 결합하여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육화되셨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인간의 육신과 영혼을 지닌 채 태어나셨고, 한 사람을 수태하여 낳은 여인이 바로 그 사람의 어머니인 것처럼 하느님이 마리아에게서 인간 육체를 받으셨기에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이다. 그리스도의 신성은 성부께로부터 낳음 받은 것이지만 마리아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이 세상에 낳으심으로써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또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다.
마리아께 대하여 ‘하느님을 낳은 자’,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3세기 초에 로마에 살았던 성 히폴리투스였다. 그리고 431년 에페소 공의회는,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가 당시 그리스도의 신성을 반대하던 이단 네스토리우스에게 써 보낸 다음과 같은 내용을 채택하면서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장엄하게 선포하였다. “그리스도가 거룩한 동정녀에게서 보통 사람으로 먼저 태어나고서 그 다음에 말씀이 그 사람에게 내려오셨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그리스도는 모태에 들어있으면서 육체에 따른 출생을 하였으므로 당신 육체를 가지고 출생하였다. 그래서 교부들은 거룩한 동정녀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②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마리아가 오로지 성령의 힘을 통해서만 그리스도를 잉태하였다는 것은 가톨릭 교회의 신앙교리이다. 복음에서 그리스도는 성령의 힘에 잉태되었고 성령은 인간 아버지의 관여함이 없이 마리아를 “덮어주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 교부들은 마리아가 동정녀로서 그리스도를 잉태했다고 확실히 증언하면서 초기의 신경(信經) 문항으로써 이를 표현하였다. 교회는 또한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으실 때에도 동정을 잃지 않으셨다고 선포한다. “마리아는 동정성을 상실하지 않고 예수님을 잉태하셨던 것처럼, 동정성을 잃지 않고서 그분을 낳으셨다. … 그것은 기적적인 분만이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몸을 빌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지만 그분의 탄생은 이처럼 예외적인 탄생이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사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잉태한 동정녀, 분만한 동정녀, 아기 예수를 갖고 있던 동정녀, 아기를 낳으신 동정녀는 영원한 동정녀이시다! 오 인간이여, 무엇 때문에 이런 것에 놀라는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실 때라면 이 방법으로 나시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마리아에게서 나신 그분이 마리아의 바탕을 지으신 것이다.”
마리아께서 당신 전 생애를 통해서 동정녀로 계셨다는 진리는 교회가 아주 처음부터 가르쳐 온 신앙교리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으시기 전에도, 도중에도, 낳으신 후에도 동정녀이셨다는 점에서 이미 4세기에 마리아를 일컬어 “평생 동정녀”라는 명칭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마리아의 영원한 동정성에 대한 믿음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의 시대에는 분명히 표현되었고, 1555년 트리엔트 공의회 기간 중 교황 바오로 4세는 마리아의 동정성에 관한 전통적 신앙의 교리를 재확인하였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를 ‘평생 동정녀’(교회헌장 52항)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마리아의 동정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동정 그 자체보다도 다음 두 가지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즉 마리아께서 낳으신 아들은 인간 아버지가 없고 하느님만이 그분의 아버지시라는 점이며, 동정녀로서 하느님을 낳으신 것은 강생을 통해서 하느님이 진정으로 세상에 들어오신 것을 증명한다는 점이다. 즉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서 인간 육체를 받으셨다는 사실이다.
③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1854년 교황 비오 9세는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를 모든 신앙인이 믿어야 할 계시진리라고하며 이렇게 선포하였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 첫 순간에,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권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견된 공로에 비추어 원죄의 아무 흔적도 받지 않도록 보호되셨다.” 마리아 역시도 아담의 한 후손이므로 당연히 원죄의 죄과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특별한 결의는 마리아가 낳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견된 공로를 마리아가 미리 입어(선행구속) 그를 원죄에 물들지 않도록 하셨다.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마리아께서는 당신이 낳으실 하느님의 아들의 구속공로를 미리 입어 원죄 없이 잉태되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권을 입으신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마리아께서는 또한 직접 인류에게 계시해주셨다. 1830년 7월 18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사랑의 딸 수녀원의 카타리나 라브레 수녀에게 처음 발현하신 후 4개월이 지난 11월 27일 마리아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여, 당신께 의탁하는 저희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기도문을 가르쳐주셨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가 믿을 교리로 아직 반포되지 않았던 때이다.
그리고 1854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원죄없는 잉태 교리가 반포된 지 4년 후인 1858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14세의 소녀 벨라뎃타에게 발현하신 마리아께서는 “나는 원죄없는 잉태이다.”라고 하시며 교회의 가르침을 확인해주셨다.
20세기에 들어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에 관한 교리는 파티마를 통해 더욱 발전되어 나갔다. 1917년 파티마에 모습을 드러내신 마리아께서는 “그래. 히야친다와 프란치스코는 곧 데려가겠다. 그러나 너는 좀 더 세상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너를 통해 내가 세상에 더욱 알려지고 사랑받게 하고자 하신다. 그분은 나의 티 없는 성심에 대한 신심이 세상에 불러 일으켜지기를 원하신다. 나의 티 없는 성심에 대한 신심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구원을 약속한다. 그 영혼들은 내가 하느님의 옥좌 앞에 놓아드린 꽃들처럼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고 하시며 원죄에 물듦이 없어 지극히 깨끗한 성심에 대한 신심을 세상에 전파하도록 요청하셨다.
④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들어 올려 지신 마리아
마리아께서는 지상생활을 끝낸 뒤 몸과 영혼을 그대로 지닌 채 하늘로 올림을 받으셨다. 죄에 물든 일이 없는 몸이기에 당신 아드님처럼 그의 몸도 무덤에 계시면서 죄가 세상에로 가져온 죽음의 지배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마리아를 원죄에서 보호하기 위해 미리 사용되었던 그 구속의 효험으로 마리아께서는 세말에 만민이 부활하기 전에 육체를 갖고 승천하셨다는 이러한 신심은 교회 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매우 오래된 것이다. 5세기부터 동방 교회에서는 8월 15일에 성모 영면(永眠) 축일을 지냈다. 즉 마리아께서 주님 안에 잠드신 일을 축제로 지낸 것이다. 8세기 말엽에는 서방교회 전역에서도 그 축일을 지냈다. 여러 세기에 걸친 이러한 믿음과 신심이 절정을 이루어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12세는 성모 승천 교리를 정식으로 정의하고 선포하였다. “원죄 없으신 천주의 모친 평생 동정 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을 갖고서 천상 영광에로 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교리임을 선언하고 선포하며 정의하는 바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예수의 모친은 천상에서 이미 영혼과 육신으로 영광을 누리고 계심으로써, 후세에 완성된 교회의 모상이며 시작이 되신다”(교회헌장 68항)고 하면서 마리아께서 맡으신 특권과 각별한 은총을 재확인하였다. 실로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완전한 영광에 참여하고 계시며 우리도 또한 마리아처럼 그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 마리아께서는 교회와 인류가 장차 천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모든 희망의 모델이 되시며 확실한 희망의 표지로서 빛나고 계신다.
2) 참된 신심 37-40항
37. 이상에서 말한 것에서 명백하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첫째, 마리아는 하느님의 자녀들의 영혼을 다스리는 권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으셨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셨다면, 영혼들안에 당신의 거처를 정하지 못할 것이며, 그 영혼들의 어머니로서 그들을 형성하고 양육하지도 못할 것이고, 어머니로서 그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는 또한 그들을 유산으로 받아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 안에 형성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또 마리아께서 당신의 덕의 뿌리를 그들의 마음속에 내릴 수 없을 것이며 은총의 모든 역사에 있어서 성령의 불가분의 협력자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즉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그 영혼들을 다스리는 권리와 지배권을 마리아에게 주지 않았더라면, 그 모든 것을 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독생 성자이며 당신과 똑같은 천주성을 지닌 아들 예수께 대한 권리를 마리아에게 주셨듯이 당신의 양자들에 대해서도 육신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그 영혼에 대한 지배권도 마리아에게 주셨다.
38. 예수께서 하느님으로서 또 구세주로서 하늘과 땅의 왕이듯이, 마리아는 은총에 의해서 하늘과 땅의 여왕이시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고 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은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 안에 있는 것과 같이 마리아의 왕국도 사람들 안에, 즉 인간의 영혼 안에 있다. 마리아께서 아들 예수와 더불어 이렇게 영혼들 안에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모든 조물 안에 있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이 되시므로 우리는 성인들과 같이 마리아를 ‘마음의 여왕’ 이라고 부른다.
39. 둘째, 마리아가 하느님께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특별한 뜻에 따라서 마리아는 하느님께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느님께 있어서도 마리아가 필요했다면, 더구나 최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마리아께 대한 신심은 다른 성인들에 대한 신심과는 달리 결코 우리 뜻에만 맡길 수 없는 훨씬 필수적인 것이다.
40. 학덕을 겸비한 예수회의 수아레즈와 루뱅의 신학자 쥐스트립스와 다른 많은 교부들, 특히 성 아우구스티노, 에뎃사의 부제 성 에프렘, 예루살렘의 성 치릴로, 콘스탄티노플의 성 젤마노,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성 안셀모, 성 베르나르도, 성 베르나르디노, 성 토마스, 성 보나벤투라와 같은 성인들의 가르침에서 마리아 공경은 인간의 구원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이단자들까지도,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사랑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는 심판 받을 확실한 징조이며, 반대로 마리아께 대한 진실하고 완전한 사랑과 신심은 구원 받는 확실한 표지가 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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