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을이 왔다는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길고 힘들었던 폭염의 위세에 눌려 움직임을 줄이고
쉽게 지치는 노인 체력을 감안하여 행동반경을 좁혀야만 했던
긴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는 것 같다
아직 한낮 햇볕이 따갑기는 하만 그늘에만 들어서면 이제 찜통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기가막히게 절기를 알아차리는 제비들이 남녁으로 날아 갈 채비를 서두르고
해가 저물면 여기저기서 풀벌레 소리도 요란해졌다
어제 찍어뒀던 사진들
<분꽃>
<줄기콩꽃>
점심식사 후 차를 마시기 위해 들른 '해어름 커피집'에서
서해대교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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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캄캄한 어둠속을 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약 1시간쯤 달려 강청골에 도착했다
우두커니 서있는 '강청동문'의 정자옆에 자전거를 비끄러 매어 놓고
5시 15분에 상투봉 직등로인 계곡으로 출발한다
산새들 조차 잠이 든 어둔 밤길을 걸어 약 30여분 만에 상투봉의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서서히 날이 밝으며 주변 풍광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동영상 1
암릉
전망 바위
산허리를 갉아 먹은 석회 광산 위에 터널이 뚫린걸 보면 새로운 도로가 생기려는 모양인데
방향이 영인산쪽으로 향하고 있어 차제에 상투봉도 무너지는건 아닐까?
드디어 동녁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동영상 2
상투봉(오른쪽)과 닫자봉 능선 너머로 신선,깃대,연화봉은 이제서야 부시시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조금 먼거리의 삽교호는 아직 미몽에 덮여 있고!
온양시내도 미처 어둠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희부옇게 내가 낀 들판도 자태가 또렷하지 않은건 마찬가지이지만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그래도 여기저기를 밀고 당기며 시간을 보낸다
하트바위?
잠시 흔들바위로 내려서 보고!
마타리
일출맞이를 좀 더 높은 상투봉 정상에서 해보려고 움직이던 중
계단 직전의 침대바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머물렀다
상투봉 정상의 일출
어둠을 걷어 내고 아침으로 시작하는 세상을 화려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밝고~ 밝고~ 밝고~
저멀리로 윤곽을 드러내는 영인 들판과 아산호(평택호)가 새삼 넉넉해 보인다
온양시내
예당 평야 뒤로 길게 뻗친 가야산 줄기는 아직도 흐리멍텅한채이고!
예당평야로부터 삽교호로 이어지는 산릉과 물줄기를 엮어 본다
천안의 성거산 뒤로 솟은 해가
띠구름으로 숨어 들기 전 좌우의 구름 사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상투봉 정상석을 넣어 도고산도 담아보고!
다시 가야산 줄기로 시선을 돌려 본다
왼쪽의 내포 신도시(?) 뒤로 솟은 산은 용봉산일까?
아님 덕산(?) 뒤로 웅크린 덕숭산의 모습일까!
아산호
근래에 영인 들판에 많은 건물들이 생겨났다
이웃의 평택 개발붐이 이 곳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정상에서 약 30여분을 머물며 일출놀이를 즐겼다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는 온양시내
영인산을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 바위
온실 주변에서 만난 칠자화도 어느새 끝물이었네!
조용한 새벽 산림관리소 앞을 살며시 통과한다
오거리 연못쉼터를 지나 임도를 잠시 걷다 닫자봉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연화봉쪽으로 발길을 내딛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나 보다
닫자봉 능선에서 만난 큼직한 버섯은 마치 잘 익은 빵을 닮아 먹음직스럽기도 했다
산림박물관과 영인산 삼형제봉이 잘 어울리는 이웃처럼 정겹다
닫자봉 정상
닫자봉 릿지
내려가다 말고 뒤돌아서 구부러진 소나무를 담아 보고!
쉬어 가기 좋은 너럭바위이지만 오늘은 패스!
삼형제봉에서 흘러내리는 강청골 계곡은
이제 단풍이 들면 주변이 만산홍엽으로 절경이 되는 곳인데
무분별한 관리소의 벌목으로 올해도 황폐화 시키는 건 아닐까?
산양리쪽으로 뻗은 신선봉의 지능선 너머로
넉넉하게 모아진 삽교호 강물이 시원하게 시야를 채운다
♬♪
등로 곳곳이 홍수에 쓸려 나무 뿌리들이 드러나 안타까웠고!
반영사진의 명소인 사방댐은 주변에 잡목이 우거지며 아쉽게 포인트를 잃고 말았다
노랑나비
강청리 민가 담장의 능소화
김장배추도 그루터기를 잡았네!
산행거리 4.9km에 2시간 3분이 걸린 산행을 끝내고
원점회귀한 강청동문 정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귀가 라이딩을 시작한다
왔던 길과는 다른 곡교천 천변길을 따라 현대 자동차 앞을 통과하여
삽교천 제방길을 향하여 가속 페달을 밟는다
<개싸리>
삽교천 둑방에서 바라보는 서해대교와 삽교호 관광지
밀물로 갯벌에서 밀려 난 갈매기와 백로, 왜가리, 민물가마우지들이
제방 밑의 바윗돌에 앉아 하염없이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귀가 라이딩은 25.8km에 1시간 28분이 소요 되었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를 갓 넘기고 있었다
오늘은 영인산의 남쪽 등로인 강청골에서 상투봉을 올라 일출을 맞이 한 후
산림관리소 앞을 통과하여 닫자봉에 올랐다가 신선봉에서 흘러내리는 강청골을 따라
강청가든 뒷길로 내려서는 다소 헐거운 산행을 하였다
아직은 한낮의 땡볕이 만만치 않기에 좀 일찍 서둘러 짧은 산행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