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박 형 준
빈집이 향내를 풍긴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자 집은 드디어 빈집이 되었다 자물쇠가 꽉 채워진 방 안으로 풀씨들이 넘나들며 꽃이 되었다 자물쇠에 앉아 나비가 날개를 폈다 오므린다 녹슨 자물쇠 속에서 꿀을 찾는 걸까 빈집에 널려진 물건들은 자기 안의 추억이란 추억은 모두 끄집어내는 것 같다 그렇게, 투명해진 것 같다 자물쇠에서도 꽃이 폈다 집이 가벼워지자 집을 에워싸고 있던 사물들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추억이 내부에서 풀려나와 공기가 되었다 그렇게, 빈집은 이 세상의 향내를 불러들였다 추수철이 되면 빈집으로 들어가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 폐허가 향기롭게 익어 간다 |
첫댓글 그 향내를 맡을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식뿐이지요
언제가 고향으로 들어올것 같은 향수를 뿌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