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은상] 면경 / 이종호
핸드백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다닙니다
여자의 하루가 거울 속에 있습니다
여자는 자신이 사라질까 봐 거울을 자주 봅니다
궁금한 얼굴을 해석해 주는 면경을 유심히 보다가
왼쪽과 오른쪽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울 속에는 충혈된 눈과 마스카라의 눈물도 있습니다
우울한 손이 거울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깨지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박힌듯합니다
여자 마음도 균열이 갔습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제 얼굴을 잃었습니다
천의 눈을 갖은 거울은
천 개의 세상을 보고 싶어 쨍그랑, 깨졌을까
파편 속에서 반짝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은상] 을숙도 현대 미술관 / 안행덕
가상 사운드 뮤직실, 천장에서 내려온 줄과 바닥의 종이 상자, 연결된 암호들이 음표를 만들며 내통하고 있다. 가느다란 줄이 얇게 바르르 떨면 상자의 입술이 음표를 만들어 낸다. 빗소리라는 문자를 눈에 담고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으면 부드러운 강바람 불어오고 콩나물 꼬리 같은 사분음표로 내 귀를 간질이다가 음향은 점점 커지는데 처음에는 빗소리 바람 소리 그사이에 시든 꽃이 떨어지고 수십만 개의 소고 소리 점점 크게 울리는데 큰북을 치며 빗속에 젖어 든다. 내가 운다. 빗속에 젖어 울고 있는 나, 회오리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오르는 소복의 어머니, 손을 내밀자 천둥 치고 번갯불 번쩍하는 섬광에 눈을 뜬다. 큰북과 작은 북은 간 곳 없고 가느다란 줄이 종이상자를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