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전봇대 노 용 무 나무전봇대. 세련되지 못한 엉거주춤으로 덕지덕지 새똥으로 얼룩진, 전기공 아저씨 신발 걸린 쇠꼬챙이 상처를 받고, 겹붙이고 덧씌운 광고문구에 세월이 녹아들었다. 살아생전 맛보지 못한 전류를 머금고, 이 동네 저 동네 겹겹이 실어 나르는 생기. 누군가에겐 30촉 백열등을 켜주고, 또 누군가에겐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매화 피어나는 봄이 오면 나무전봇대, 옛사랑이 그리워 몸속을 흐르는 수액이 돌고, 원형으로 반듯하게 잘려 나간 줄기와 가지 사이로 해님을 향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인가. 땅속에 박은 뿌리 없는 밑둥에 회한이 돌면 지렁이 꿈틀거리는 지맥을 빨아올릴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나무전봇대, 줄기를 뻗고 잎을 틔워 몇 백 볼트 전류들 틈새로 정령의 숲속에 살던 기억을 더듬어 그 옛날의 꽃을 피울 것이다. |
첫댓글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 전봇대를 오르내리던 전공아저씨가 생각납니다
그 수고로움으로 환하게 살았지만
요즘은 현대화 되어서 땅속으로 전선을 묻는 세상이 되었는데
얼마서 콘크리트 전봇대도 구식이 되었는지
스텐으로 반짝이는 전봇대를 세우는걸 보았습니다
녹슬지도 않고 별로 굵은 것도 아닌 날씬한 전신주를 산등성에서 부터 세워 내려 오더군요
세우기도 쉽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낭만은 없어 보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