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작으로 이틀 간격으로 비가 내린다.
습도로 인해 기분마저 눅눅해 있을 때, 지인의 입원소식이 들려온다.
문병을 가지 않을 수 없기에 집을 나서지만, 어느 누가 가기 싫은 곳을 말하라면 제1순위로 병원을 꼽는 나로서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다.
서울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병원답게 주차장도 넓고 건물내외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병원내에 은행이 있는가 하면 시장을 방불케하는 편의점도 있어 간간이 흰 가운의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그 번잡함에 병원이지 시장인지 분간이 안 될 뻔 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를 직접 보지 못했음인지 병원에 온 게 아니라 사람 많은 곳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슬픈 얼굴도 그닥 눈에 띄지 않고, 환자를 위한 병을 치료하는 곳 이라기보다는, 바겐세일중인 백화점같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종합검진결과 폐에 작은 혹이 보여서 정밀검사차 입원했는데, 수술날짜가 잡혔다며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지인을 만나, 손을 잡아주며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옆 침대의, 민머리에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가 말로만 듣던 백혈병 환자라는 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병원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보고도 꼭 한 번 건강검진 받아보라고 당부하는 지인을 뒤로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대형참사가 생기면 유족의 슬픔과 관계없이 장례식과 보상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듯이, 한 건물내에 아파서 신음하는 환자가 있고, 다른 한 쪽엔 건강한 정상인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아이러닉한 풍경에 한 동안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흔히들 얘기하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로 애써 위안을 삼는다.
병실 안과 밖의 풍경이 다른 곳,
장맛비 만으로도 우울한데, 비오는 날에는 더욱 가기 싫은 곳이 병원이다. 환자의 기분도, 문병객의 기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첫댓글 한 쪽에선 사람이 아파 죽어 저승길이어도, 다른 한 쪽에선 즐거운 나들이 길이지요..그게 살아가는 인생길인데 어쩌겠어요. 이것저것 생각하면 사람 살아가는 것 참 허한 그 쓴 미소입니다. 우중충한 장마가 계속 되는데 언니, 생각은 밝게 빛이 될까요?
보고싶네
비오는 율동공원을 다녀왔어요. 회색빛 호수에 뿜어대는 물기둥이 묘한 조화를 이루더군요. 아픔과 고통이 많은 세상.. 어쩌면 회색빛 하루와 어우러지겠네요.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