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유도회 논산지역 문화탐방에 대한 소고
2023년 11월 23일 유도회진주지부 유도회원 132명은 관광버스 3대를 전세 내어 논산 투어를 다녀왔다.
제일먼저 찾은 곳은 조선시대 학자인 명재 윤증선생의 명재고택이다.
관람안내를 한 팜플레트에 의하면 호서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으로 멋과 실질을 갖춘 상류층의 살림집이라 소개되어 있었다.
집터를 보니 범인의 눈으로도 명당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집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바람을 막고, 집 앞에는 인공 연못이 있다.
이는 풍수지리에서 이야기 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에 해당한다. 기(氣)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머문다는 이론이 있는데, 기(氣)가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사랑채 앞 축대와 우물, 연못과 배롱나무, 인공으로 축조한 미니 금강산 모양의 조형물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대청마루에 걸려있는 편액도 의미하는 바가 컸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 온 離隱時舍(이은시사)는 ‘선비가 떠날 때와 은거할 때를 알아 처신하는 집’이라는 의미 같고, 桃源人家(도원인가)는 ‘사람이 거주하는 무릉도원’ 이라는 의미 같다. 상형문자처럼 이상하게 쓴 글의 편액이 있었는데 해설사가 虛閑高臥(허한고와)라 했다. ‘마음을 비우고 한가로이 높은 누대에 누워있다.’는 뜻이다.
윤증선생의 처세를 알 수 있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편액들이다.
아쉬웠던 점은 안채를 구경할 수 없었던 점이다.
해설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 가옥에서 며느리 방의 위치가 제일 명당의 진수자리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두 번째로 찾은 곳이 돈암서원이다.
돈암서원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강학을 기반배경으로 설립된 서원으로 기호학파의 요람이다.
돈암서원은 사적 제383호로 등재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우리 회원들은 관람에 앞서 崇禮祠(숭례사)에서 분향의식을 가졌다. 사당내부에는 주향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봉심을 할 때 우리 영남지방은 동쪽 문으로 들어가서 서쪽 문으로 나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기호지방에서는 동쪽 문으로 입출을 겸한다고 했다.
서원의 규모가 방대했다.
나는 경내에 있는 수많은 주련의 글을 열심히 촬영을 했다. 여느 때처럼 집에 가져와서 해석을 해 볼 작정으로 찍었는데 같은 자리에 동석했던 조재옥 회원께서 가져온 팜플레트를 보니 사진과 함께 모든 주련 글이 해석이 되어 있었다.
주련의 글을 살펴보면 이 서원이 추구하는 이념의 근간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는 것으로 가름하려 한다.
1. 凝道堂(응도당) 주련
茫茫堪輿俯仰無垠(망망감여부앙무은) : 망망한 천지는 굽어보고 쳐다보아도 끝이 없는데
人於其間渺然有身(인어기간묘연유신) : 사람이 그 사이에 작은 몸으로 존재하고 있다.
是身之微太倉稊米(시신지미태창제미) : 이 몸의 보잘 것 없음은 큰 창고의 한 톨 쌀알이로다.
參爲三才曰惟心爾(참위삼재왈유심이) : 천지와 삼재가 됨은 오직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往古來今孰無此心(왕고래금숙무차심) : 예부터 지금까지 누가 이 마음이 없겠느냐마는
心爲形役乃獸乃禽(심위형역내수내금) : 마음이 물질의 지배를 받으니 마침내 금수가 된다
惟口耳目手足動靜(유구이목수족동정) : 오직 입 귀 눈 손발의 모든 동정이
投間抵隙爲厥心病(투간저극위궐심병) : 물욕 사이에 던져지고 끼여서 그 마음의 병이 된다
一心之微衆欲攻之(일심지미중욕공지) : 미약한 마음을 온갖 욕심들이 공격을 하니
其與存者嗚呼幾希(기여존자오호기희) : 오호라, 그 마음 온전하게 보존하는 이 드물도다.
君子存誠克念克敬(군자존성극념극경) : 군자가 성심을 보존하며 능히 생각하고 공경하면
天君泰然百體從令(천군태연백체종령) : 마음이 태연해져서 모든 것이 그 명을 따를 것이다
◐ 팜플렛에는 현판의 글자 ‘稊’글자를 ‘돌피제’ 자라 했는데 형태상으로 볼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粢’글자는 ‘기장자’자로 쓴 것 같다. 성암 양주호 선생님께서도 ‘기장서’가 맞는 거 같다는 견해를 피력하셨다.
2. 山仰樓(산앙루)주련
松栢入冬靑(송백입동청) : 송백은 가히 겨울에 이르러 더욱 푸르나니
方能見歲寒(방능견세한) : 저 푸른빛으로 보아 능히 겨울임을 알겠네.
聲順風裏聽(성순풍이청) :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푸름이 배었거늘
色更雪中看(색갱설중간) : 눈 속에서 다시 본 푸른색이 더욱 완연하다.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 : 달이 하늘 중심에 이른 곳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 바람이 수면으로 불어 온 시간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 : 똑 같은 두 가지 맑은 의미를
料得少人知(요득소인지) : 아는 이가 적음을 알겠구려.
3. 養性堂(양성당)주련
正基衣冠 尊其瞻視(정기의관 존기첨시) :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눈길을 존엄하게 하라.
足容必重 手容必恭(족용필중 수용필공) : 발 가짐은 반드시 정중하게 하고손 자세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
出門如賓 承事如祭(출문여빈 승사여제) : 문을 나설 때는 손님을 뵈 듯하고, 일할 때는 제사를 지내는 듯 정성껏 할 것이며
守口如甁 防意如城(수구여병 방의여성) : 입조심하기를 병과 같이 하고, 뜻 방어하기를 성과 같이하라.
當事而存 靡他其適(당사이존 미타기적) : 일에 임해서는 그 마음을 일에 두고, 다른 곳에 두지 않도록 하라.
惟精惟一 萬變是監(유정유일 만변시감) : 오직 정성스러운 마음을 하나로 하면 만 가지 변화를 보살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灌燭寺(관촉사)다.
관촉사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석불 은진미륵이 있는 사찰이다. 은진미륵은 국보 제 323호다.
은진미륵은 석불 입상 높이가 18.12m로 우리나라 최대의 크기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광종(재위 949∼975)의 명으로 혜명이 제작하였는데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이 불상을 세운 기법을 해설사가 설명했는데 들어보니 피라미드를 쌓은 기법과 동일했다. 이른바 흙을 쌓아 굴러 올린 후에 높이를 맞게 하는 기법이다.
灌燭寺(관촉사) 주련
1.미륵전(彌勒殿)
無爲心內起悲心(무위심내기비심) : 일없는 마음속에 자비심 일으키고
無相光中有相身(무상광중유상신) : 모양 없는 광명 속에서 모습을 보이시네
欲識慈顔眞境界(욕식자안진경계) : 부처님(자비모습) 참된 경지 알고 싶은가?
落花啼鳥一般春(낙화제조일반춘) : 꽃지고 새우는 봄소식이네
2.대광명전(大光明殿)
佛身充滿於法界(불신충만어법계) : 우주 법계에 항상 하시는 부처님
普現一切衆生前(보현일체중생전) : 모든 중생들에게 화현을 나투시어
隨緣赴感靡平周(수연부감미평주) : 인연 따라 감응하여 가피내리시니
而恒處此菩提座(이항처차보리좌) : 큰 지혜 광명의 자리 떠남이 없으시네.
3.우화루(雨花樓)[震默祖師]
事業一爐香火足(사업일로향화족) : 하는 일은 향화를 사르는 것으로 족하고
生涯三尺短杖嬴(생애삼척단장영) : 한평생에 남길 것은 석 자 짧은 지팡이 하나
鐘聲半雜風聲凉(종성반잡풍성량) : 종소리 바람소리 서로 섞여 서늘한데
夜色全分月色明(야색전분월색명) : 밤경치 달빛 밝으니 더욱 좋아라.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 : 하늘 이불삼고 땅 자리삼고 산 베개 삼아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 : 달을 촛불로 구름은 병풍 바닷물을 술 삼아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 크게 취해 의연히 일어나 춤을 추는데
却嫌長袖掛崑崙(각혐장수괘곤륜) : 거추장스럽구나 장삼자락 곤륜산에 걸리니
靜邀山月掃禪室(정요산월소선실) : 조용히 산의 달빛 맞아 선방을 쓸고
閑前江雲袍納衣(한전강운포납의) : 강가의 구름을 잘라 와서 옷에 솜을 넣누나.
4.삼성각(三聖閣)
靈山昔日如來囑(영산석일여래촉) : 그 옛날 영산에서 부처님의 부촉받아
威鎭江山度衆生(위진강산도중생) : 강산에 위엄 떨쳐 중생을 제도하고
萬里白雲靑嶂裡(만리백운청장리) : 만리 뻗은 흰 구름 푸른 산 봉우리를
雲車鶴駕任閑情(운거학가임한정) : 구름수레 학을 타고 한가로이 노니시네.
5.원통전(圓通殿)
一葉紅蓮在海中(일엽홍련재해중) : 바닷속 한 떨기 붉은 연꽃이여
碧波深處現神通(벽파심처현신통) : 푸른 파도 깊은 곳에 그 자태 납시더니
昨夜寶陀觀自在(작야보타관자재) : 어젯밤 보타산에 계시던 관음보살이여
今日降赴道場中(금일강부도량중) : 오늘은 이 도량에 강림하시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