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란 말은 들어 보았다.
그렇지만 가을 감자란 말은 처음 듣는다.
왜냐고?
지기가 처음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유난히도 따가운 햇살의 여름
그 따끈했던 여름에 감자를 캤다.
몇 날, 몇 일을 캐고 또 캐고,
그렇게 다람쥐 도토리 저장하듯이
저장고에 겨울 양식으로 모셔져 있다.
작고 좋지 않은 일부로는 썩혀 전분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고,
한해의 감자 농사는 끝인가 했다.
그랬는데.....
오늘 뜬금도 없이,
뫔이 갑자기인 듯,
집 뒷밭에 숨기듯 심은 감자를 캤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에.
알들이 제법 괜챦다.
물론 지기의 농사 기준이긴 하지만.
감자를 다 캐고,
한줄 심은 고구마도 조금 캐 본다.
알이 신통치 않다.
뭐 지기의 농사가 늘 그렇지만...
아직 멧돼지에게 보시 하지 않은 것으로
다행이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멧돼지마저 지기의 농사를 괜실히 무시하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안골에 어둠이 내려 앉는다.
하루의 일과가 어떠했던,
서산 마루를 넘어가 버린 하루를 붙잡을 이유가 없다.
무엇하나 이유 없음이 없다 했거늘,
정해진 하루의 길고 짧음에 연연하지 않듯이
이미 서산마루를 넘어 깊어진 밤이다.
가끔씩 짖어대는 깨순이와.
거실 아궁이 타닥타닥 불꽃에 추임새를 넣는 나무.
안골 깊고 깊은 산골에
깊고 깊은 정겨움 하나 더,
거실 난로에 사그락 사그락,
쇄 쇄 쇄...
냄비속 정겨운 소리 익어가는 안골의 밤.
.
.
아침마다 주워담는 알밤.
오늘 캔 가을 감자와 고구마.
아궁이 불타는 소리와
난로 위 냄비속의 물 끓는 소리들이
서로 노래를 하는 안골의
밤 바람소리 한지락 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