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문학대전
[가작] 활어회 / 권수진
바다로부터 추방된 물고기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구속 중인 수족관
불특정 순서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마에서 참수형이 집행되는 곳
뜰채에 포획된 감성돔 한 마리가
휘둥그레 눈을 뜬 채
허공 속을 파닥인다
쓱쓱 횟집 주인이 칼 가는 소리에
억울한 누명을 호소하듯
입을 뻐끔거리는 항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이 채 끝나기 전에
칼등으로 내리꽂힌 정수리에서
턱-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횟감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비늘로 무장한 가죽을 벗길 때마다
소스라치게 전율하는
저 몸짓!
시퍼런 칼날이 회백색 배를 갈라 내장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니
자신은 무고인 양
좌우로 꼬리치는 지느러미
아직도 못다 한 증언이 남았는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유영하던
옛 시절을 기억하는지
파닥파닥 연신 자맥질이다
흰 접시 위에 현란한 모양새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살점들이
차곡차곡 단층을 쌓고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상여의 행렬
피로 얼룩진 형장을 향해
한 바가지 물을 붇자
들숨 날숨 힘겹게 숨 쉬던 아가미 항변은 멈추었다
가게 한구석에 내팽개친
잘려 나간 생선 대가리의 주둥이가
계속해서 입을 벌름거린다
피고인은 아직도 살아있다
□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상자 명단
<시 부문>
◇공동대상 =△‘서문시장 수제빗집’ 백명순(대구 남구)
◇금상 = △‘틈’ 전원목(경북 경산)
◇은상 = △‘면경’ 이종호(경기 성남) △‘을숙도 현대 미술관’ 안행덕(부산 금정구)
◇동상 = △‘지하도 암자’ 이생문(경기 화성) △‘반올림’ 이문자(인천 부평구) △‘늙은 해녀’ 배철호(경기 하남)
◇가작 = △‘활어회’ 권수진(경남 창원) △‘부곡이발소’ 박찬희(인천 미추홀구) △‘완(碗)’ 박민례(대전 중구) △‘연식지난 세탁기’ 이태학(경기 양평) △‘그러니까’ 김재호(경북 포항) △‘입춘의 아침’ 정재식(부산 금정구) △‘낙엽의 지움 앞에서’ 김태희(경기 안양) △‘감꽃이 필 때’ 신영순(전북 전주) △‘오월’ 이영숙(경북 영덕) △‘시계’ 황수웅(부산 해운대구) △‘뿌리 깊은 집’ 최우서(대구 북구) △‘빗나간 오후’ 김용주(대구 북구)
--시 제목에 관심을 ---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지향하는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국내·외 총 3191편 작품이 응모된 가운데 시 부문 백명순(대구 남구)씨 ‘서문시장 수제빗집’과 소설 부문 이은정(경북 경주)씨 ‘선샤인타운’이 각각 공동대상을 차지했다.
경북일보문학대전운영위원회는‘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심사결과 공동대상과 금상, 은상, 동상, 가작에 시 부문 19명, 소설 부문 13명, 수필 부문 19명 등 모두 51명의 당선작을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산소카페 청송을 문학의 고장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고 청송의 뛰어난 절경과 관광명소를 대내외에 알리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장을 열고 참신한 신인 작가 배출과 기성 작가의 창작활동을 독려하고자 마련됐다.
부문별 접수현황을 보면 시 부문에 509명 2130편, 수필 부문에 255명 765편, 소설 부문에 222명 296편이 응모돼 총 응모 인원 986명에 3191편이 접수됐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경북(434편)·대구(422편) 등을 비롯해 경기(630편), 서울(517편), 부산(229편), 해외(51편) 등 국내외 곳곳에서 출품됐다.
첫댓글 우리에 인생이 활어회처럼...죽어가는 생선처럼 비참할수도 있지요...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죽어서 맛있는...활어회로 태어나는 전환된 인생일수도 있거늘......
단 살아서 누릴수 없는것을 죽어서 업적을 남기면 뭐하냐라는 견해의 차이는 있을수 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