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순대국밥집에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 화 은
우리 동네 할매순대국밥집에는 정말 할매가 있다 굽은 등을 한 번 더 구부리고 순대를 썰고 국을 끓인다 굽은 등에 괜히 미안해 고개를 숙이고 순댓국을 먹는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할매순대국밥집에 할매는 없어도 되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옆구리 터진 순대가 많아도 불평 없이 먹는다 내가 이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또 속으로 생각한다 허기사 또각또각 젊은 아가씨가 뜨거운 뚝배기 한 그릇 툭 던져주면 무슨 맛일까 순대국밥집에서는 속으로 생각하는 게 많다 제목과 동떨어진 시를 써야 주목받는 시인이 된다고 세상 소식 한 꼬집 흘리고도 싶지만, 어림없다 굽은 허리의 각도와 도마를 두드리는 부엌칼의 속도와 구불텅 대소쿠리에 용트림 틀고 앉아 주인 행세하는 순대의 표정 사이 엄격한 규칙과 약속이 빽빽하여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
첫댓글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었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하느라 아무맛도 못 느꼈을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감사하게 고맙게 할머니가 끓여주신 국밥을 배부르게 먹었다면 더 정감이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