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見利忘義(견리망의)'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설명하는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의 ‘見利忘義(견리망의)’로 정했다.
교수신문은 10일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見利忘義(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見利忘義(견리망의)는 造語(조어)다.
그 말이 만들어진 근원은 두 곳 정도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논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다.
논어 헌문 편 13장에 자로가 공자에게 완성된 사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지혜, 청렴, 용기, 재예, 예악을 두루 갖춘 사람을 성인'이라고 답한 뒤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눈앞에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급할 때는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 그 말을 잊지 않으면 또한 성인이라 할 것이다"고 답했다.
윗글 ‘見利思義’에서 ‘思’를 대체하여 ‘忘’을 넣음으로 반대의 의미를 갖게 만든 造語(조어)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특히 「見利思義, 見危授命」은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 전 여순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유묵의 글이기도 하다.
다음은 莊子 山水篇 8章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다.
莊周遊乎雕陵之樊,睹一異鵲自南方來者,翼廣七尺,目大運寸,感周之顙而集於栗林。莊周曰:「此何鳥哉?翼殷不逝,目大不覩。」蹇裳躩步,執彈而留之。睹一蟬方得美蔭而忘其身;螳蜋執翳而搏之,見得而忘其形;異鵲從而利之,見利而忘其真。莊周怵然曰:「噫!物固相累,二類相召也。」捐彈而反走,虞人逐而誶之。
위의 글 ‘見利而忘其真’에서 ‘真’ 글자를 ‘義’자로 바꿨을 가능성이다.
장주(莊周:장자)가 조릉(雕陵)의 울타리 안에서 산보하며 노닐 적에 남방에서 온 한 마리의 기이한 까치를 보았는데, 이 까치는 날개 너비가 7척이고 눈의 크기는 직경이 1촌이었는데 장주의 이마를 스쳐 지나가서는 밤나무 수풀에 머물렀다.
장주가 말했다.
“이 새는 어떤 새인가? 날개는 큰데도 제대로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아랫도리를 걷어 올리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새총을 잡고 그것을 당겨 새를 잡으려 머물러 있다가, 한 마리 매미가 막 시원한 나무 그늘을 얻어 자기 몸을 잊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매미 뒤에서는 사마귀가 도끼모양의 발을 들어 올려 매미를 잡으려 하고 있었는데, 매미를 잡는다는 이득만 생각하고 자기 몸을 잊고 있었다. 이상한 까치는 바로 그 뒤에서 사마귀를 잡는다는 이익만 생각하고 자기 몸을 잊고 있었다.
장주(莊周)는 깜짝 놀라 “아! 물(物)이란 본시 이처럼 서로 해를 끼치는 관계로구나. 이욕(利欲)에 빠진 두 가지 다른 종류는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구나.” 하고는 새총을 버리고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는데 산지기가 쫓아와 장주를 호되게 꾸짖었다.
見利忘義(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는 위의 두 사례 중 어느 글을 근거로 삼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덧붙인 설명에 의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그 이유를 보면 전자에서 힌트를 얻어 造語(조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는 요즈음 TV에 정치인들이 등장하면 아예 채널을 돌린다.
여야 할 것 없이 신물이 난다.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철면피인 야당대표를 지키겠다고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하여 방탄 입법을 하는 야당 국회의원의 형태나, 큰 선거에서 3번이나 승리한 장수인 당수를 성매수라는 프레임을 씌워 징계를 한 후 당권을 탈취해 마음대로 주물다가 국민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된 여당의 윤핵관들도 見利忘義(견리망의)들이다.
진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들 중 ‘견위수명’은 고사하고 ‘견리사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공자는 정치(政治)의 ‘政’을 ‘正’이라 했다.
이 말은 곧 정치는 백성을 바르게 다스려야 함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의(義)’를 잊고 ‘이(利)’만 탐한다면 세상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청렴의 대명사처럼 행동했던 386정치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대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얼마나 되며, 그 재산 형성이 의(義)를 바탕으로 이루어 진 것인지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견리망의한 세태에 무엇을 지키고, 또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는 물질이 필수적이다. 그 物(물)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를 추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과 원칙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을 환기시키는 사자성어가 ‘見利忘義(견리망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