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박 성 준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으나 그게 잘 안 되었다 그뿐이었다 윗집으로 이사 온 목사 내외는 겸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미신으로 떡을 돌리기도 하고 손 없는 날에 맞춰 이사를 들어올 줄 아는 꽤나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목사의 여자는 얼굴이 하얬다 소음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양해를 구할 줄 알았고 모르는 나에게 쉽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줄 줄 알았다 나는 그런 결함 없는 친절함이 딱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무서웠다 새벽 두 시 이후가 돼야 사랑을 나누는 기척이라든가 늘 창문으로 소리가 경미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두는 수고라든가 그런 것들이 목사 내외를 굉장히 예의 바른 이웃으로 인지하게 했다 그럴수록 그들이 믿는 예수를 나는 더욱더 질투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화목했고 절실했고 평판이 좋았다 그뿐이었다 여자는 이따금씩 초대를 빙자해 신앙을 강요했다 불필요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나는 자주 생각했었다 어떤 표정이 누군가를 굉장히 아프게 할 수 있다고 신을 믿지 않는 나를, 여자는 늘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어느 추운 날 지방 소도시, 시동을 걸어놓은 버스 배기구에 손을 녹이고 있던 부랑자처럼 소파는 많이 낡았고 무방비했다 나는 그들과 적당히 친해졌고, 설교를 조금은 들어줄 수 있었다 친절한 여자의 하얀 무릎을 뚫어져라 오래 바라볼 수도 있었다 한 번도 넘어져본 적이 없는 뜨거운 무릎만큼 윗집으로 이사 온 목사 내외는 늘 그렇게 겸손했다 모르는 내 손을 꼭 붙잡아주면서 구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서웠다 그들이 맹신하는 견고한 무엇이 더 무서워졌다 어떤 죄를 짓더라도 용서를 해줄 것만 같아서 그럴 것만 같아서, 나는 용서가 필요한 내가 그토록 공포스러웠던 것이다 |
첫댓글 내가 원하지 않은 무조건 적인 친절은 거부감을 느끼고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합니다
작가가 만난 목사님 부부에게 공포를 느끼며 있었다는것
인간이기에 또 요즘의 사람에대한 불안함이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다는 것은 때로는 나에 대한 결핍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