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자라/최승호 시창고
밤의 자라 / 최승호
긁어댄다, 대야를
내 청신경을 긁어댄다
시마詩魔에 끄달리며 무슨 글을 쓰는 것이냐고
내 글쓰기를 긁어댄다
밤늦도록 잠자지 않고
대야를 긁어댄다
벅벅 긁어댄다, 긁어댄다,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간다
대야의 자라는
목을 딱딱한 등딱지에 집어넣고
나를 관찰한다
자물통처럼 생긴
자라야
네가 껍질을 벗어놓고 글을 써볼래?
나는 네 대신 늪으로 들어가
흐린 물 속을 알몸으로 헤엄칠테니
최승호 시인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75년 춘천교육대학 졸업
1977년 {현대시학}에 <비발디>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1985년 제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1990년 제2회 이산 문학상 수상
시집 - 대설주의보(1983), 고슴도치의 마을(1985), 진흙소를 타고 (1987)
세속도시의 즐거움(1990), 고해 문서(1991), 회저의 밤(1993)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1995), 반딧불 보호구역(1995)
[출처] 밤의 자라/최승호|작성자 마경덕
첫댓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울수도 또는 어떠한 영감이 떠 오른다면 쉽게 쓸수도 있는것이죠.....
자라목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두꺼운 외투에 자신을 감추고 글을 쓴다면...진실되지 못한 글들이 많이 나올듯.....^^;